아기바람
이석구 지음 / 한림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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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기바람이 민들레 홀씨를 불고 있네요.

홀씨가 날아올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바람을 만들면서 기분좋게 웃고 있어요.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알고 있는 표정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렇게 여유 있는 표정을 짓지 못했답니다. 

아빠바람, 엄마바람, 누나바람은 바다 위에 떠있는 돛단배들을 힘있게 밀어주고 많은 양의 나뭇잎도 날릴 수 있어요.

그러나 아기바람은 나뭇잎 한 장을 겨우 불어올릴 수 있을 뿐이에요.

부는듯 마는듯 약한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아 그만 시무룩해지고 말았어요.

아기바람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일까요? 

바다에서 들판으로, 들판에서 공원으로 넘어 온 바람 가족은

엄마 품에 안겨 자고 있던 아기가 땀을 뻘뻘 흘리자 도와주기로 해요.

온 가족이 힘을 합해 큰 구름을 밀어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요.

하지만 아기는 여전히 땀을 흘리고 바람 가족은 다시 도와주려고 달려 가네요.

쌩쌩 부는 바람에 모두의 옷자락이 휘날리고 아기는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에요.

그때, 아기바람이 수줍게 나서네요. 아기는 아기바람의 기분좋은 살랑임에 소르르 잠이 들어요.

이제 아기바람은 더이상 기운 없이 다니지 않아요.

아기의 땀을 식히는 일과, 비누방울을 조심스럽게 날리는 일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어디선가 가만히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간질이면 아기바람이구나 느끼면 될 것 같네요.

아기바람은 또 어딘가에서 다른 아기의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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