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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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아서 페퍼'입니다. 아서 페퍼는 일 년 전에 닥친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언제나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며, 규칙적으로 이어가는 일상 속에서 수시로 아내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것이 이제는 그를 괴롭힙니다. 사랑했던 아내.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생생해 지금도 손에 잡힐 듯합니다. 아무와도 만나지 않고 어떤 위로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그는 칙칙한 회색빛 세상에 갇혀 있습니다. 아서페퍼는 이대로 평생을 살게 되는 걸까요? 떠올릴 때마다 고통을 안겨주는 아내와의 추억만을 곱씹으면서?

그는 어느 날, 아내의 물건을 정리하다 팔찌를 발견합니다. 숨겨둔 것으로 보이는 팔찌에 달린 참들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게 분명했고 그는 그 이야기들을 알고 싶어집니다. 자신이 모르는 아내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던 거지요. 원제가 이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요.('The Curious Charms of Arthur Pepper')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내에게 비밀이 있었다니! 모든 것을 공유했던 그들 사이에 나타난 이 작은 팔찌는 자신이 그어놓은 테두리 안에서만 생활했던 그를 바깥으로 이끌어냅니다. 그는 코끼리, 책, 호랑이, 팔레트 등의 참들을 따라 아내의 과거를 알아갑니다. 모험을 좋아했던 아내가 매일이 똑같은 시골생활을 답답해하지 않았을지 걱정하면서. 아니, 자신과 함께 한 삶을 불행하다고 생각했을까 불안해하면서요.

아서 페퍼의 여행기는 특별합니다.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은 그를 통해 자신을 다시 보게 될 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는 이야기를 따라 점점 더 먼 거리를 여행하게 되지요. 다른 도시로, 더 먼 도시로, 다른 나라로, 더 먼 나라로. 그는 누구에게도 설명 못할 강박적인 규칙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 속에 발을 들이고 새로 만난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 또 이웃들의 모습이 단면에 불과하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설렘과 위로, 위기와 도움, 진실과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는 이 여행은 그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는 게 더 맞는 말 같네요.

사람의 내면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감동적입니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어떤 이는 자신을 올바로 마주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곤 하니까요. 여행의 끝자락에서 아서 페퍼는 아내를 생각하며 웃음 짓습니다.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모습은 아내를 이루고 있는 모습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던 걸까요. 아마도 그녀와의 추억은 그의 남은 날들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진실을 알게 될 기회가 생겼을 때 못 본 척 할지 그 진실이 어떠한 모습이든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 선택할 일입니다. 그러나 아서 페퍼가 그랬던 것처럼, 두려움을 밀어내고 용기를 내어 그 진실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밀 속에 숨겨진 진실.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가치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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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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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한국어를 배우게 된 이유를 물어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이곳에서 취업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많은데 어떤 학생들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가요를 듣다가 한국이 좋아져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 학생들은 시키지 않아도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들으며 한국어를 따라합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면서도 지루해하지 않습니다. 힙합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랩을 따라하는 외국인을 보면 역시 어떤 일을 하든 즐기면서 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 살면서 모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배우지 않는 이상은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하지요. 구조도, 소리도 전혀 다른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한 책들을 몇 권씩 독파하고 이런저런 교재들을 사들여 풀어보기도 합니다. 문제는 꾸준히 하지 못한다는 데 있지 않나 싶네요. 의무감만 앞선 영어 공부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지루해지고 교재를 끝까지 풀기도 전에 그냥 영어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즐기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처럼 즐기면서 영어를 배우라고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영화 한 편쯤은 있을 것입니다. 아주 예전에 봤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영화,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생각나는 영화······. 저자는 영화 한 편을 씹어 먹는 것을 영어 공부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 한 편을 붙들고 대사 한 줄 한 줄이 잘 들릴 때까지 반복해서 들으면서 따라하는 것이 저자가 영어를 정복한 방법입니다. 너무 간단해서 의심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듣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문법 위주의 학습이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체득한 사람은 시도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갓난아이는 말문이 트일 때까지 가족들이 하는 말을 듣기만 합니다. 그러다 '엄마'라는 아주 감격적인 말을 하게 되지요.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아이는 아마도 그 단어를 수백 번, 수천 번은 들었을 겁니다. 아이는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과정을 거치며 모국어를 습득합니다. 이 과정을 보면 말하기 위해서 먼저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저자는 여기에 더해 한국어와 영어의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소리의 특성을 익히면서 영어를 듣는 것을 권하고 있지요. 영어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통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영화를 씹어 먹으며 문법 위주의 공부에서 벗어나면 일 년, 이 년 후에는 외국인과 물 흐르듯 이야기하며 웃고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시키지 않아도 한국 드라마를 보던 외국인 학생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을 떠올리니 이 책에서 제시한 '영화 씹어 먹기'를 주변에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매년 '영어 공부'를 새해 계획에 포함시키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작심삼일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그리 거창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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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거미 딩동거미
신성희 지음 / 한림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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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을 좋아하는 거미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요?
여러 가지 장난을 치며 재밌게 보내지 않을까요.
이 거미는 거미줄을 이용해 다양한 무늬를 만들 수 있는 재주가 있어요.
이 재주로 다른 친구들에게 장난을 친대요.

 

지금은 도넛을 옮기는 개미들을 상대로 문제를 내고 있는 중이에요.
한 개미가 자신의 똑똑함을 증명하러 앞으로 나오고
그때부터 개미들은 문제를 푸는 데 푹 빠지고 말아요.

 

문제를 맞힐 때 마다 거미는 '딩동~' 하며 똑똑하다고 추켜세웁니다.
그래서 딩동거미라고 불리나 봐요.
문제를 푸는 게 재미있어서 일하는 것을 잊은 개미들은 아주 신이 났어요.

 

 

이제 거미는 진짜 어려운 문제를 낸다고 해요.
시간이 걸리니 눈을 감고 있으라고 하죠.
개미들은 순순히 눈을 감고 가만히 기다려요. 순진한 개미들!
그 사이에 거미는 스르르 내려와 거미줄로 도넛을 감아서 올라가 버리죠.
개미들은 이제 어디서 저런 도넛을 또 찾아야 할까요.

오늘은 지렁이와 달팽이, 무당벌레가 힘을 합해 사탕을 끌고 가네요.
거미는 어떤 문제를 낼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 친구들이 사탕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초등학생 때 생각이 나네요.
짖궂은 장난을 치고 다니던 남자 아이는 자주 친구들을 울렸어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지만
당할 때는 별로 기분이 좋지가 않았죠.
딩동거미도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뺏을 생각만 하지 말고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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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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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라는 제목이 특이합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흥미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상적인 표지를 보니 어떤 미래가 우리에게 열려 있을지 궁금해져 책을 찬찬히 읽었습니다. 이 책은 여자가 일하기에 점점 더 좋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이런 흐름을 잘 읽고 가정과 사회 양쪽에서 활약하는 인재가 되기를 권고하는 내용입니다. 여자의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 책이라 누구라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일하는 여자에게 세 가지 장벽이 있다고 합니다. 출산과 육아, 유리천장, 심리적 장벽이 그것이지요. 아직,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맞벌이를 하면서도 여성은 살림에 육아에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에게 조금 소흘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죄책감부터 들지요. 또한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무겁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일을 하는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의 일 사이에서 힘이 부치게 될 가능성이 크지요. 

거기다가 직장에는 여성들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진보적이라 여겨지는 미국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니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유리천장은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입니다. 낡은 사고방식도 점점 새롭게 바뀌고 있는 중이지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굳건하게 문제제기를 하며 여성들의 힘을 한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사회는 조금씩 그렇게 바뀌어 나갈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회는 진보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요. 지금의 상황이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면 여성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 자명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능력을 발휘하는 모든 여성들의 앞날은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사회 인식 변화가 더불어 이루어질 때 그 빛을 발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엄마, 아내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뒤돌아보게 되었지요. 결혼하고부터 이상하게 내 자신의 모습을 점점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내 이름을 잃어버린 데서부터 온 상실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 스스로의 인생을 응원하면서 행복을 찾아가야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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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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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시대를 살다 간 윤동주의 시를 좋아해서 그의 시만 즐겨 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몇 번을 읽어도 감동을 주는 시를 가만히 외우는 시간은 참 좋았지요.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통 시를 읽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체 게바라의 노트에 세사르 바예호의 시가 필사되어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체 게바라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시는 과연 어떨지 궁금해서 시집을 펼쳤습니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을 읽고 있자니 지금 겪고 있는 자잘한 어려움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가난했던 페루의 시인, 고국에서 도망쳐 타지에서 떠돌다 생을 마쳐야 했던 시인, 아픈 몸을 이끌고 힘들게 살아야했던 그 시인은 오히려 모두에게 위안이 되는 시들을 남겼습니다. 그는 시 속에서 가족의 죽음 앞에서 괴로워하고,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방관하는 신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할 수 있는 한 묵묵히 끝까지 삶을 살아냈습니다. 자신을 타국으로 쫓아낸 사람들을 저주할 만도 하지만 오히려 인류애를 노래하기도 했지요. 그는 얼마만큼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걸까요.

여러 편의 시가 인상 깊었는데 그 중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고통과 괴로움, 아픔 등의 시어가 보여주는 삶의 어두움이 이해가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삶을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고통, 즐거움 뒤에 숨어 있는 슬픔이 마음에 다가옵니다. 시인은 자신의 고통을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긴장, 두려움을 의도적으로 외면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삶의 한 조각 한 조각이 모여 온전한 삶을 이루는 것임을 기억해야하지 않을까요. 고통 속에서도 흐르는 시간은 결국 우리를 고통의 끝으로 데려다줄 것입니다.

가난과 병으로 힘들게 살다간 그의 46년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겠지요. 중남미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인으로 꼽히는 그의 시를 이제서라도 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오늘 나는 기분 좋게 행복하고 싶다'를 읽으며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에 감사합니다. 행복을 바라고 갈구했던 그가 생전에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 간 세사르 바예호. 이제는 그의 연인, 친구들과 저 높은 곳에서 영원히 안식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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