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장영희 교수의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
장영희 지음 / 예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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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준비를 한다는 아들램 어깨너머로 교과서를 들여다보니 장영희 교수의 글이 실려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참견을 하고는, 엄마가 이렇게 금쪽같은(^^) 조언을 해줬으니 시험에

나오면 무조건 다 맞거라~ 했다.

그런데 국어 시험에서 유일하게 틀린 문제가 바로 내가 참견했던 바로 장영희 교수의 수필

문제였다.

과한 배경지식은 독이 된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이 수필에 대한 느낌을 묻는 문제였는데, 아들램은 <주인공은 따뜻하고 밝은 환경에서 자랐다>를 골랐단다. 헌데 그건 정답이 아니란다. 주인공은 소아마비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답이 아니라나...

내가 읽은 모든 글에서, 저자는 행복했는데....

아름답고 포근하고 따뜻한 글이란다, 그건 곧 글쓴이의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했기 때문이지.. 라며 아들램 공부를 거들었는데 틀린 건 내 탓이구나.ㅠㅠ

 

정답이 따로 있대도, 저자의 글은 언제나 따뜻하고 편안하다.

신작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는 저자의 강의 중 사랑과 문학에 대한 내용을 발췌해 수록한 책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청춘들,  20대 여성들에게 띄우는 메세지와 저자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겨있다. 젊은이들에게 띄우는 메세지라지만, 중년인 내가 읽어도 가슴이 설레이고 내일은 오늘과 다른 하루를 살 수 있을 것 같은 의지가 불끈 샘솟게 한다.

 

그 중 Man(인류나 인간)이 아닌 man(한 남자)에 대한 글을 쓰라는 조언이 깊게 와닿는다.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론이나 일반론은 울림이나 감동을 주지 못하며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한 개인이 삶에서 겪는 드라마나 애환에 대해 쓰면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글을 읽고 나니 저자의 글이 왜 그토록 마음에 남는지 충분히 이해되었다.  

 

문학, 독서, 사랑, 삶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이 부디 저자의 마지막 책이 아니기를 바라며

아쉬운 마음으로 아껴 읽었다. 저자의 책상 서랍 속 어느 귀퉁이에 숨겨둔 원고 뭉치가 발견되어, 또다시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름다운 이 계절에 어울리는, 따스하고 예쁜 책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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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식당 - 먹고 마시고 여행할 너를 위해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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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이 불어와 키 큰 코코넛 나무를 휘젓는 저녁, 

흐릿한 등 아래서 배 가른 파인애플 속에 담긴 맛난 볶음밥을 먹는 상상은 언제나 행복하다.

기운센 바람 덕에 머리칼이 자꾸만 얼굴에 때리고, 비닐 테이블보가 펄럭 펄럭거린대도 그게

대수랴.

 

수년전, 열대의 나라에서 맞이했던 저녁식사 시간은 언제나 이랬다.

내가 떠날 수 있는 여름철엔, 그 쪽 나라는 대개 우기였다.

비도 자주 오고, 해 지면 바람도 거셌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면 쨍한 맑은 하늘이 아니라, 기운 짱짱한 바람소리가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뒤이어 떠오르는 시간들은, 뭔가를 먹었던 시간들이다.

그럴싸한 레스토랑에서 꽤 비싼 요리를 먹었던 시간, 해변가 노천식당에서 만만한 볶음밥을

먹었던 시간, 맥도널드에 가거나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라도 홀짝였던 시간.

입맛이 글로벌하지 못해 그 나라 요리만의 독특한 풍미를 느껴보지도 못했는데..

남은 기억의 대부분은 음식이다.

 

책 '열대식당'은, 열대의 나라에서 만난 음식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바닷가의 나날'이나 '하우스' 라는 책을 읽으며 필자의 담백하고도 명료한 필력에 반했던 터라

'열대식당'의 출간 소식에, 살짝 환호까지 질렀다.

'열대식당'은 필자가 수년동안 여행하며 먹고 마신 동남아시아 음식에 대한 기록문이다.

보들보들한 이야기에 가까운 에세이라기 보다는, 음식에 대한 필자의 꼼꼼한 탐구정신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보고서라해도 될 만하다.

 

음식은 그 나라의 역사, 지리적,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찌개에 어울리지 않는 햄이야? 했다가 그 사정을 알고, 그랬겠구나! 했던 부대찌개처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필자는 요리 한 접시, 반찬 한 종지까지도 정성을 다해 소개하고 있다.

사랑해요, 라고 말하지 않아도 열대식당에서 만난 열대요리에 대한 필자의 애정이 절로 느껴진다..

 

책에 소개된 열대나라 중 몇 나라는 가보았으나,

입이 짧은 탓에, 소개된 요리는 단 한가지도 맛보지 못했다.

또한 입이 짧은 탓에, 소개된 요리를 보면서 군침을 흘린 적도 없다.

그럼에도 요리 몇가지는 도전해 보고 싶은 의지가 생겨났다.

맛과 향, 식감은 물론이고 열대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을 보니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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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픽션 - 쿨하지 못한 남자의 웃기는 연애담
손여름 지음, 전계수 원작 / 시아출판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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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와 공효진이라, 얼마나 기대되는 배우인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배우 하정우가 연애불능 찌질남으로 변신했다니,

구질구질 구애정이 콧대높고 시크한 도시녀로 변신했다니, 영화로 만나기 전 책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볼 수 있음에 설레었다.

 

31세가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본 무명 소설가 주월은,

능력있는 미모의 영화수입업자 희진을 만나게 되고 고군분투 끝에 그녀의 마음을 얻게 된다.

천사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며 사랑에 폭 빠진 나날을 보내던 중 사소한 관심이,

결국 그녀와의 관계를 위험하게 하는데....

 

소설은 찌질한 남자와 쿨한 여자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담고 있다.

로맨스 소설이라 하면 모름지기 주인공과 함께 독자도 설레이고,

같이 두근거려야 마땅하지 않은가.

헌데 책을 읽는 내내 설레이기는 커녕 몹시도 거북하고 불편했다.

여친의 겨드랑이 털과 과거 연애사라니.

 

더구나 영화개봉을 앞두고 급히 책을 발간했음이 분명하다.

고민한 흔적없는, 대화를 단지 서술형으로 바꾸었을 뿐인 소설은 작가의 고뇌가 담긴 문장들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종종 눈에 띄는 오자, 탈자 역시 완성도를 논하기에는 미흡하다.

영화와 소설, 두 분야에서의 동시 홍보와 윈윈을 노렸다면 소설에도 좀더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이제, 영화는 걸출한 두 배우의 몫이다.

책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어떤 매력을 보여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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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클리닉 - 목적을 달성하는 결정적 한 방
임승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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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표지, 책상 가득 수북히 쌓인 종이컵을 보시라.

커피깨나 좋아하는 사람이구만, 하고 지나치기엔 뭔가 풀리지 않은 괴로움에 머리칼을 쥐어뜯고 있는 주인장의 고뇌가 전해지는 듯 하여 눈길이 머문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 내내 여행 가이드북만 읽다보니 어느새 겨울이 와버렸다.

그마저 '읽었다'기 보다는 '봤다'는 쪽이 정확하겠다.

'이제 찬바람이 부니 마음의 양식인 책을 좀 읽어보렴'하는 우아한 조언도 아들램한테 통하지

않는다. 우아한 조언이 통하지 않음은 둘쨋일이고, 뭐라도 써야할 때 하염없이 멍~ 하고 있게

된다. 고여있는 게 없으니 퍼낼 물도 없음은 당연한 일이지....

'목적을 달성하는 결정적 한방'이라는 부제보다는 '당신의 글쓰기는 공부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확~ 가슴에 와닿는다.

'그래 맞어.'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이럴 땐 이렇게 써라>라는 주제로 <업무글 편>과 <생활글 편>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담은 2장과 3장이 나에겐 가장 요긴했다. 물론  <생활글 편>에 실린 「연애편지」 편은 별 소용이 없지만서도.

특히 「 독후감, 서평 쓰기」에 대한 조언인 '저자가 건넨 말에 대한 당신의 대답을 하라.'. 든가

「책 쓰기」에 대해 '당신의 책을 사야할 확실한 이유가 있는가'?라는 조언은 여러번 곱씹어 읽으면서 찬찬히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공부비법을 담은 책 만큼이나 해답은 비슷하다.

단지 길잡이가 되어줄 뿐, 누가 더 실천하느냐는게 해답이지 않겠는가.

허나 확실한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길을 나서는 게 중요한만큼 글쓰기의 방향을 명확하게

정하고 백지 앞에 앉은 일 역시 중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글쓰기 클리닉'은 충실한 길잡이이다.

어두운 밤바다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다 멀리서 반짝이는 등대 불빛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가야할 방향과 목표를 정했으니 반짝이는 등대까지 노를 저어갈지, 헤엄을 쳐서 갈지는

이제 내 몫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쓰는 목적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필자의 조언을 새 다이어리 첫장에

조심스레 적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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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셔스
사파이어 지음, 박미영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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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 두살에 아버지의 아이를 낳았다
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열두살에 아버지의 아이를 낳은 소녀의 이야기.

세상엔 참 이해하기 힘든 일들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소설 <프레셔스>는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을 온몸으로 겪은 흑인소녀의 이야기다. 비상식의 한가운데서 가장 하찮고 천한 취급을 받은 주인공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레셔스’이다. 귀하고 값비싸고 소중하다는 의미의 ’프레셔스’. 
 

한 남자애가  나를 못생겼다고 놀렸다. 웃길 만큼 못생긴 얼굴,
그애가 말했다.
"클레리스는 진짜 웃기게 못생겼어." 그러자 그 친구가 맞받아쳤다.
"아냐, 저 뚱보는 눈물나게 못생겼어."

프레셔스는 뚱뚱하고 못생긴, 부모의 폭행과 학대에 시달리는 흑인소녀다.
12살에 다운증후군 딸을 낳았지만 그 아이를 딸이라 해야 할지 동생이라 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아버지의 아이이기 때문에.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엄마는 거대한 고래처럼 소파를 차지한 채 프레셔스를 부리고 학대한다. 




나는 덩치가 크고, 말하고, 먹고, 요리하고, 웃고, 텔레비전을 보고, 엄마가 하라는 일은 다한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 뽑아보면 나는 보이지 않을 거다.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사람들이 날 뭐라고 하는 지 알고 있다.
사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닦아서 치워버리고, 벌을 주고, 일을 던져 주어야 할 못나고 시커먼 기름때.

지금 프레셔스는 두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임신은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프레셔스와 달리 세상은 그녀의 잘못이라 손가락질한다. 프레셔스는 다니던 학교에서 정학을 당하고 임신 7개월의 부른 배를 안고 대안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를 레인이라 불러도 좋아"라고 말하는 레인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읽는 법도 쓰는 법도 몰랐던 프레셔스에게 새로운 날들이 시작된다.



작가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있어야 하며, 독자의 역할은 그 메세지를 가능한 한 철저하게 해독하는 거라고
선생님은 얘기했다. 훌륭한 독자는 바로 너 같은 사람이야. 프레셔스.
점수와 빈칸 채우기는 걱정하지 말고, 그냥 읽고 쓰렴!

단 한개의 단어조차도 제대로 쓸 줄 모르던 프레셔스는 레인 선생님의 도움과 응원을 받아가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옆에 두지 못하는 첫 아이에 대한 슬픔을, 두번째 아이 압둘에 대한 사랑을, 매일 아침 자신의 느낌을, 그리고 미래의 꿈을 써나간다.
마치 영화 <프리티 우먼>의 여주인공 줄리아 로버츠가 형편없는 거리의 아가씨에서 매력 넘치는 우아한 귀부인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처럼, 프레셔스의 형편없는 알파벳이 감정을 품은 글로 서서히 변신한다. 영화의 그 장면처럼 ’프리티 우먼 워킹 다운 더 스트릿’ 하는 경쾌한 배경음악이 들리는 것도 같다.


프레셔스의 불행은 아버지의 두 아이를 낳고, 엄마의 모진 학대를 이겨내야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참 옹골지게 불운한 소녀다.
마지막 불행이 자신의 두 아이를 비껴갔다는 사실을 인생 최초의 행운이라 여길 만큼.
이제 그녀는 글을 쓰며 꿈을 꾼다. 



평범한 삶이란 무엇일까? 어머니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삶.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 놀러와서 텔레비전을 보고 숙제를 하는 삶.
엄마의 외모가 정상적이고 엄마가 냄비로 내 머리를 때리지 않는 삶.
두번째 기회에선 내 환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첫번째 기회는 엄마와 아빠한테 가버렸으니까.

오프라 윈프리가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프레셔스를 위한 책’이라 평했다는 광고문구가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며,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이 여기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 이들이 아닐까 생각했기에 경제적이로든 사회적으로든 이들에게 꿈을 이룬다 혹은 성공하다 라는 단어는 결단코 어울리지 않았다. 성공은 커녕 평범한 삶조차도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결단코’라는 단어는 ’결단코’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
비슷한 불행을 당당하게 아니 그깟 불행 따위하며 이겨내고 우뚝 선 오프라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미국인들이 그녀에게 그리 열광하는 구나 공감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얘기한 세상의 모든 프레셔스에 자신도 포함되었음을, 모든 프레셔스가 자신처럼 힘을 내기를 바라는 진심이 전해진다.




모든 풀잎의 잎사귀 하나에도 
그 위에 몸을 숙이고 "자라라 자라라"하고 
속삭여주는 천사가 있다                                - 탈무드-

책의 서두에 실린 탈무드의 잠언처럼, 프레셔스에게도 몸을 숙이고 속삭여주는 천사 있음을 그녀가 기억하길 바란다.
잠시 그녀의 천사가 잠들때, 천사 대신 속삭임을 부탁받은 이가 어쩌면 나였는지 기억하려 한다.
세상의 모든 ’프레셔스’가 그 이름처럼 ’귀해지는’ 그 날이 오길, 그런 세상이 오길 바라며
누군가의 잠든 천사를 대신하는 일을 잊지 않았는지 돌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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