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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식당 - 먹고 마시고 여행할 너를 위해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바닷바람이 불어와 키 큰 코코넛 나무를 휘젓는 저녁,
흐릿한 등 아래서 배 가른 파인애플 속에 담긴 맛난 볶음밥을 먹는 상상은 언제나 행복하다.
기운센 바람 덕에 머리칼이 자꾸만 얼굴에 때리고, 비닐 테이블보가 펄럭 펄럭거린대도 그게
대수랴.
수년전, 열대의 나라에서 맞이했던 저녁식사 시간은 언제나 이랬다.
내가 떠날 수 있는 여름철엔, 그 쪽 나라는 대개 우기였다.
비도 자주 오고, 해 지면 바람도 거셌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면 쨍한 맑은 하늘이 아니라, 기운 짱짱한 바람소리가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뒤이어 떠오르는 시간들은, 뭔가를 먹었던 시간들이다.
그럴싸한 레스토랑에서 꽤 비싼 요리를 먹었던 시간, 해변가 노천식당에서 만만한 볶음밥을
먹었던 시간, 맥도널드에 가거나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라도 홀짝였던 시간.
입맛이 글로벌하지 못해 그 나라 요리만의 독특한 풍미를 느껴보지도 못했는데..
남은 기억의 대부분은 음식이다.
책 '열대식당'은, 열대의 나라에서 만난 음식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바닷가의 나날'이나 '하우스' 라는 책을 읽으며 필자의 담백하고도 명료한 필력에 반했던 터라
'열대식당'의 출간 소식에, 살짝 환호까지 질렀다.
'열대식당'은 필자가 수년동안 여행하며 먹고 마신 동남아시아 음식에 대한 기록문이다.
보들보들한 이야기에 가까운 에세이라기 보다는, 음식에 대한 필자의 꼼꼼한 탐구정신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보고서라해도 될 만하다.
음식은 그 나라의 역사, 지리적,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찌개에 어울리지 않는 햄이야? 했다가 그 사정을 알고, 그랬겠구나! 했던 부대찌개처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필자는 요리 한 접시, 반찬 한 종지까지도 정성을 다해 소개하고 있다.
사랑해요, 라고 말하지 않아도 열대식당에서 만난 열대요리에 대한 필자의 애정이 절로 느껴진다..
책에 소개된 열대나라 중 몇 나라는 가보았으나,
입이 짧은 탓에, 소개된 요리는 단 한가지도 맛보지 못했다.
또한 입이 짧은 탓에, 소개된 요리를 보면서 군침을 흘린 적도 없다.
그럼에도 요리 몇가지는 도전해 보고 싶은 의지가 생겨났다.
맛과 향, 식감은 물론이고 열대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을 보니 참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