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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4 1 - 결혼이란 달면서도 씁쓸하구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북치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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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웹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그것이 아니래도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은 충분히 넘칠 뿐더러
웹툰라는 장르가 가진 현실감이 사라진 기상천외함은 거리감이 들었고
로맨스 일색인 웹소설은 남의 동네 이야기였으니까.

웹툰에 집착하는 아이를 도끼눈으로 감시하다가, 어느새 홀랑 빠져든 이야기가 '낢'의 이야기였다. 
일상이라도 불러도 될만한 극히 평범한 하루하루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위트 있게 표현한
'낢'의 글과 그림은, '만화는 불량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옛날사람인 나에게 대단히 신선했다.
그녀의 글과 그림은, 그러니까 한마디로 아주 '건전'했다.

지난 6월 출간된 '낢의 사는 이야기'는 서나래 작가의 결혼생활을 담은 알콩달콩한 신혼일기이다.
'결혼이란 달면서도 씁쓸하구나'라는 표지의 문구처럼 한없이 달콤했다가 한순간 씁쓸해지고 마는
결혼생활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들려주고 있다.
책은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01. 유부낢비긴즈
02. 우당탕당 낢, 조근조근 이과장
03. 신혼부부로 산다는 것
04. 미스터 앤 미세스 구김살

4개의 챕터 중, 마지막 챕터인 '미스터 앤 미세스 구김살'는 나의 베스트이다.

우리는 누구나 구김살이 있고
마음의 상처가 있고 정서가 불안하다.
그래서 숨길 수 있는 한 숨겨 보는데....
한사람한테는 덜 숨겨도 되게 되었다.
비슷한 구김살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어서
수많은 구김살 중 일부를
이 사람이 알아줘서 위로가 된다. - p316 "

 

배우자란, 구김살을 공유하며 서로 위로가 되는 존재...라는 
새댁 작가의 짧은 글은 가장 깊이 공감한 대목이다.


'낢이 사는 이야기'는 시종 킥킥 웃으며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작가에게는, 센스와 유머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자연스럽게도, 기습적으로도 웃음이 터지게 한다. 
 '낢의 사는 이야기'는 아주 잘 웃는 사람이 되게 하는 '웃기는' 책이다.
소심한 작가의 가끔(^^) 달달한 신혼이야기가 궁금한 분께,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지금 웃고 싶은 분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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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서른한 가지 핑계
여행자들 지음 / 북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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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서른 한가지 핑계』라니, 여행을 원하는 이들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제목이다.

여행을 떠나는 데 핑계가 있어야 한다면, 난 서른한가지가 아니라 삼백한가지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자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데 사실 핑계가 무슨 소용인가.

떠나길 원하는 그 마음, 떠나고 싶은 그 상황만으로도 충분한게 여행아닐까.

 

『여행을 떠나는 서른 한가지 핑계』는 여행작가를 꿈꾸는 동호인 서른 한명이, 개인의 소중한 경험과 기록들을 모아 엮어낸 여행기 모음집이다.

국내, 해외를 아우르며 홀로 혹은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추억하는 아름다운 앨범 같기도 하다.

다양한 사연을 안고 길을 떠난 그들은, 여행지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에게, 훈훈한 풍경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주변의 것을 알뜰히 돌아보는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엄마,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기에, 서른 한편의 이야기 중 <엄마를 위한 딸의 선물 - 푸켓여행기>,  <아들, 딸을 향한 워킹맘의 사랑 - 피렌체>, <영어교육을 위해 떠난 뉴질랜드 - 크라이스트처치>편을 가장 재미나게 읽었다.

특히 아들, 딸과 함께한 피렌체 여행기는, 우리 식구가 지난해 다녀온 유럽여행을 떠올리게 하여 더욱 애틋하게 읽을 수 있었다.

서른 한 편의 이야기라니, 마치 서른 한가지의 아이스크림을 고르듯 독자의 처지와 상황, 입장에 맞추어 골라 읽을 수 있다.

 

아직 아마추어인 작가들의 글이니 멋드러진 문장은 없으나, 솔직한 표현이 담백하다.

다만 한권의 책에 담기에는 글의 편수가 많아 정제된 책이라기보다는 동호인의 문집이라는 느낌도 다소 있다.

본문의 글씨크기가 작아서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새롭게 첫발을 내딛은 서른한분의 프로 작가님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즐거이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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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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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의 기분이라니, 책이 궁금하네요.”
카톡 프로필에 올려둔 제목을 보고 지인이 물어온다.
“뭐랄까,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랑 채소와 다름없다, 라는 글을 읽으며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는데 채소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그러자 지인은 텃밭에서 거둔 투박하고 못생긴 채소사진을 보내더니, “채소에 대한 모욕이지요.” 라고 했다.

 배추나 가지의 기분이라니, 인간을 위해 이유없이 죽어가는 동물이나 가축들의 생명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있지만, 누가 채소 따위의 기분을 헤아릴까.
이 책은 작가의 이런 세심함이 찾아낸,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생각해볼만한 글이 실려있다.
누군가에게는 섬세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깊은 사색과 가벼운

유머로 풀어놓았다. 파티가 괴롭고, 에세이는 어렵고, 올림픽은 시시하다는 좀 엉뚱한 듯한 작가의 생각을 읽으며, 내 생각이라는 것도 한번 정리해본다. 채소, 장어집 고양이, 북유럽 여우에게 세심한 시선을 보내는  작가의 마음을 읽으며, 내 마음도 한번 되돌아본다..

책에 실린 쉰 두편의 글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나의 인생관이나 가치관도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다. 작가가 고백한 ‘무라카미 스타일로 에세이 쓰기’ 규칙에 딱 들어맞다. 특히 두 번째 ‘변명이나 자랑을 되도록 하지 않기’. 때문에 에세이를 읽고 있자면 작가가 세계적 명성의 소설가라기보다 소심하고 인기없는 이웃 아저씨처럼 느껴진다. 수시로 등장하는 방대한 독서의 흔적 앞에서 그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기도 하지만.

 

‘어깨 힘 빼고 비교적 편안하게 글을 썼으니 어깨 힘 빼고 편안하게 읽어주길 바란다’는 작가의

당부처럼  아무 곳에서나 편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태극전사들의 축구경기를 기다리면서,  가끔은 중딩 아들과 나누어 읽기도 했다. 말 잘듣는 착한 독자다. ^^

 

『보름달이 뜬 밤, 차를 타고 나가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역시 밭 한가운데서 어린 여우를

발견했다. 여우는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 거기서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내가 차를 세우고 구경하는데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여우는 밝은 달빛 아래 우아하게 춤을 추고, 나는 매료당한 듯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귀찮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내서 떠난 만큼의 가치가 있다』 - 「달밤의 여우」 편에서.

덴마크의 그 밤,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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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언덕]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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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범신 선생의 최근작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에세이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요즘은 그 어떤 독자도 클래식한 비장미에 박수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콘모드'로 삶을 가볍고

경쾌하게 터치하거나, 알듯 모를 듯한 개연성 없는 판타지 따위를 다루는 게 유리하다. 』 

정확하다!

'개콘모드'의 가벼운 터치감, 최근 책을 고를 때, 특히 에세이류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선별기준이다

제대로 몰입해보자 작정하고 읽는 소설도 아니고,

애들 공부나 똑부러지게 시키자 공부하듯 읽는 정보서도 아닌,

에세이류는 그야말로 자기 전 몇 장씩, 잠동무삼아 읽는 거니 비장함, 진지함 부담스럽다.

게다가 뜻한 바 있어(^^) 섭렵하다시피 읽는 여행에세이류는 작가의 스타일과 나의 코드가

맞지 않으면 특정지역에 대한 편견까지 생기게 되니, 특히 유의하여(?) 선별한다.

 

그런 이유로..

읽을 기회를 갖게 된 두 권의 에세이 중, <빌뱅이 언덕>은 한동안 천덕꾸러기였다.

표지 띠의 "가난한 삶은 떳떳하다" 라는 문구가 영 부담스러웠다.

읽으나마다 욕심을 버리고 안분지족의 삶을 살아라, 내 밥그릇만 챙기지 말고 가난한 이웃도

돌아보라는 훈계조의 책이 아닐까 의심했다.

 

선 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멋대로 생각하고 제껴두었던 뒤늦게 책을 읽으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빌뱅이 언덕>은 권정생 선생이 자신의 생에 관한, 그리고 이 사회에 대해 기록한 잔잔한

산문 모음집이다.

일제시대와 전쟁, 가난과 지병으로 고단했던 선생의 삶은 한국의 현대사와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서글픈 가족사와 결핵으로 인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불우한 청년기는, 전쟁과 가난이라는 우리나라의 아픔과 꼭 닮아있다. 특히 형에 대한 애닯은 기억을 써내려간 글은.... 눈물을 닦으며 읽어야 했다.

슬픔을 통해 선생은 단단해 졌고, 몸은 유약하지만 단단한 정신은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평생 빌뱅이 언덕 아래서 가난했던 선생은, 어린 나이에 좌절을 겪는 청소년에게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가난한 인생을 살도록 권하고 싶다 했다. 우리에게 더 소중한 것은 푸른 하늘 밑에서 여덟 시간 일하고 이웃과 더불어 가난하게 사는 것이라 했다. 몸소 그런 삶을 산 분의 이야기여서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톡톡 튀는 문장 하나 없이, 대단한 철학 한 구절 없이도.... 오래도록 은근히 가슴이 데워진다.

개콘모드의 글에만 반응하는 독자였는데묵직한 글의 깊은 맛에 감동하는 법을 배웠다.

오랜만에, 중딩인 아들램에게 권하고픈 책을 발견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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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하우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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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라는 게 있다.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야 하는 때, 지하철에서 어른에게 양보를 해야 하는 때,

그리고 요즘 내내 달고 사는 말인 공부해야 하는 때.

놓치면 영 불편해지는 게 이 타이밍이다.

 

저자의 소설을 읽을 타이밍을 놓쳤다는 고백을 하려는 참이다.

소설이야, 언제든 읽으면 그만이지 웬 타이밍? 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상영관에서 보지 못하고 DVD로 볼 때 약간 뒷북이다 하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책도 한창 인기리에 회자될 때 읽지 못하면 뒤쳐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난 저자의 이름난 소설을 한권도 읽지 않은, 그래서 저자에 대한 어떠한 사전정보가 없는

순수한(^^) 독자인 셈이다.

 

산문집 <랄랄라 하우스>는 제목 그대로, 아주 유쾌하다.

방울이와 깐돌이의 미친 추격전을 관람하는 사소한 일상과

주민등록번호가 가진 위태로움을 지적하고 스타벅스가 달라지게 한 인간의 삶을 되짚어보는 

사회문화에 대한 저자의 통찰은 웃음과 깨달음을 동시에 담고 있다.

게다가 약 100여편의 글을 통해 풀어놓은 푸짐한 지식보따리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 짧지만 인상적인 문장,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저자의 뚜렷한 가치관이

짤막한 글 속에 녹아있다. 말풍선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상상과 저자의 책을 사지못하게 한

산도적같은 남자에게 진심을 다해 퍼붓는 저주도 포함이다.

저자의 소설을 즐겨읽는 지인은, 꽤나 시니컬하고 어두운 사람이지 않을까 하고 저자에 대해 추측하던데

사전지식없는 이 순수한 독자의 입장에서 저자는 재미있고 유쾌하고 그래서 조금 실없는 사람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랄랄라 하우스>, 휘리릭 읽히는 편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유쾌한 산문을 쓰는 저자가 그려내는 시니컬한 세상이 궁금하다.

소설가와 친해지는 법? 그의 산문을 먼저 읽어보시라.

절친이라야 겨우 알만한, 그가 구상 중인 사업아이템도 알아 낼 수 있다.

<머리 감기 좋은 날>이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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