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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
박상재 지음, 김현정 그림 / 샘터사 / 2024년 11월
평점 :
2025년 <오빠생각> 세상에 나온지 100주년이라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동시, 시로써의 100주년은 처음이 아닐까 하는데 오빠생각을 글로써 풀어낸 분은 박상재작가님으로 동화도 쓰시고 아이들도 가르치시며 현재 한국아동문학인 협회 이사장과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를 지내시는 분이다. 출판사인 샘터는 50년이 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있는 출판사로 오빠생각의 100주년에 걸맞는 작가과 그림작가, 출판사가 모여 책을 출판 했다.
책역시 디테일이 다르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설명을 보니 양장누드제본 이라고 한다. 책표지도 독특하고 책 제본이 그대로 드러나 옛 감성을 전해주는 따뜻한 느낌도 좋았다.
오빠생각은 최순애 시인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지어진 동시인데, 8살 터울이 나는 오빠를 그리워 하며 지은 시 라고 한다. 그 시에 작곡가 박태준선생님이 음율을 붙여 만든 동요가 바로 오빠생각이다. 가사를 보면 아주 슬픈 내용이지만, 실제로 오빠가 당시 죽었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책의 주인공 순이는 최순애 선생님이다. 오빠를 그리워하는 순이로 그림책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국적인 그림이 아주 예쁘고 잘 어울린다. 과수원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에게 오빠는 언제오냐고 채근하지만 돌아올 소식이 없는 탓에 순이는 아버지가 차려준 맛있는 밥상도 거르며 떼를 부린다. 자상한 아버지는 그런 순이를 업고 학교까지 데려다 주신다. 당시 시대에 여학교를 다닐 정도이고 일본에 간 오빠라는 대목에서 순이네 집은 부유했던 집인 것 같다.
책에서는 단짝친구인 홍이도 나온다. 오빠에게 들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홍이와 얘기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두 친구. 함께 놀 때는 순이도 오빠생각은 잠시 잊어버렸는지 꽃을 꺾어 놀고 크레파스라는 것도 써서 그림을 그리고 노래도 부르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시간은 어느덧 지나 여름방학이 되었다. 둘은 광교산이라는 곳에 약수터를 찾으러 갔다가 도깨비 이야기에 잔뜩 겁을 먹고 산을 내려온다.너무 늦게까지 논 나머지 피곤하고 지쳐있는 와중에 수염할아버지가 나타나 아이들을 도와준다. 집안 어른을 부르러 갔던 수염할아버지가 돌아오니 잠에 빠져있는 순이와 홍이. 수염할아버지는 홍이의 아빠와 순이의 오빠를 데려 오셨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순이오빠가 데리러 온 것이다.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다음날 일본으로 간 오빠는 한참동안이나 순이를 보러 오지 않았다가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을 피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후에도 오빠는 순이와 함께 하지 못하고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우는 순이를 두고 오빠는 밥을 잘 챙겨먹으라며 돌아올 때 비단구두를 사가지고 온다는 말과 함께 떠난다.
그 뒤로 순이는 계속 오빠를 그리워 하며 기다린다. 그림책의 마지막은 동요가사와 같게 마무리 된다.
우리나라 옛 동요는 들으면 왠지 슬퍼지는 느낌이 있다. 시대적인 상황, 한국인의 정서가 녹아져 내려 적적하고 슬픈 느낌의 동요가 꽤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에게 <오빠생각>도 그 중 하나이다. 오빠를 맹목적으로 그리워하는 동생의 아련하고 슬픈 이야기. 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걱정하는 동생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가사라서 지레짐작으로는 오빠는 돌아오시지 못하고 서울에서 삶을 달리하신걸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찾아보니 실제로 그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빠생각은 내년이 100주년이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먹먹함을 주었던 시, 동요였다. 100주년을 기념하며 이렇게 서사가 있는 그림책으로 읽어보니 또다른 느낌의 오빠생각을 만나볼 수 있었다. 통통튀는 성격의 순이와 단짝 홍이 늘 순이를 지켜주는 아버지까지 동요에서 처럼 순이는 오빠를 기다리지만 그래도 주위에 좋은 가족과 친구가 있어 외롭지는 않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적인 그림과 더욱 한국적인 책 디자인이 100주년에 걸맞게 멋스럽다. 아이가 좀 더 크면 함께 동요를 들으며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다.
<오빠생각> 100주년 축하합니다! 그리고 더 오래 오래 사랑받는 국민동요가 되길! 걸어온 길 만큼 눈부시고 아름다운 오빠생각, 추천합니다.
이 책은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