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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이름 붙이기 -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평점 :
<슬픔에 이름 붙이기 - 존 케닉 (지은이), 황유원 (옮긴이) 윌북 2024-05-18>
ෆ⃛
첫 단어를 보고 단숨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크리설리즘 chrysalism, 명사, 뇌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실내에서 느끼는 양막과도 같은 평온함.
내가 이 단어를 보자마자 생각한 건, 내가 리뷰에서 몇 번 적은 것 같은 감각의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읽으면 이런 느낌에 줄곧 빠지곤 했다. 그래서 나말고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적어도 이 작가만큼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가 이 사전을 쓰기 시작하고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장 자주 들은 질문이 ”이 단어들은 진짜인가요, 아니면 만든 건가요?“라고 한다. 진짜가 아니었지만 독자들로부터 ”제가 평생 느껴온 무언가를 말로 표현해줘서 감사해요”라는 이메일이 연이어 도착했다고 한다. 나 역시 어떤 무언가들이 표현된 것이 너무 좋았다.
인간은 희노애락을 절절히 느끼고, 세계와 모든 만물을 언어를 통해 구체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결국 언어가 본질이기 때문일 것이다. 표현되지 않은 언어는 전해지기 어렵다.
이 책은 6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다. 삶과 꿈 사이에서, 내면의 황야, 매력의 몽타주, 군중 속의 얼굴들, 물결을 거스르는 배들, 주사위를 던져라. 순서대로 보면 점점 나에서 타인으로 그리고 인류로, 우주로 나아간다.
내가 특히나 와 닿았던 단어들이 많았던 곳은 내면의 황야였다. 아무래도 내가 품어왔던 생각들을 (내면) 표현되어 있어서 인 것 같다. 맛배기로 몇 개 적어보자면
🔖 이모독스 emodox, 명사, 주위의 모든 사람과 영원히 조화되지 않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 낮잠 시간에 공포를 느끼고, 마음을 터놓고 나누는 대화를 비판하고, 댄스 클럽에서 상념에 잠기는 경향이 있다.
🔖 프로럭턴스 proluctance, 명사, 고대하던 무언가 - 중요한 편지의 개봉,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친구와의 만남,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읽기 -를 피하려는 역설적인 충동. 그것을 하기 적당한 정신 상태가 되길 영원히 기다리며 행복한 기대감을 최대한 부풀리게 된다.
또한, 상실과 지나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 혹은 닥쳐올 것들에 대한 걱정거리들 또한 유난히 마음을 사로잡았다.
🔖 안티어포비아 antiophobia, 명사,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할 때 가끔 느끼는 두려움. 이번을 마지막으로 상대를 못 보게 되진 않을지, 상대에게 아무렇게나 건네는 작별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되진 않을지 생각하게 된다.
종종 적고, 내 생각과 경험들을 적어보면서 이 책의 여백을 채워나가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