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주부의 일기
수 코프먼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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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주부의 일기 - 수 코프먼 (지은이), 구원 (옮긴이) 코호북스(cohobooks) 2024-05-21>

ෆ⃛ 
9월 22일, 금요일. 이렇게 더운 적이 있나 싶을 정도의 9월 아침. 어느 날, 아이들의 학용품을 사러 가서 공책 더미가 시선을 끌었고, 이것이야말로 내게 필요한 거라고, 기록을 하게 된다. 나는 변호사 남편 조너선이 있고, 7,9살 두 아이의 엄마인 36살 티나이다. 심리치료를 했던 적도 있지만, 남편은 탐탁치 않아 한다. 어떤 문제이든 일단 기록을 남겨보면 좋을 것같아 글을 쓴다. 아이를 키우며 흐릿하게 행복했던 적도 있다. 아닌 때도 있지만, 그리고 남편은 꽤 까다롭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는 티나. 결혼을 하고 살다보니, 이곳저곳에서 조용할 날이 없다. 아이들은 툭하면 감기에 걸리고, 경제적인 것들은 기복이 있으며, 남편의 승진과 회사일 또한 그렇다. 조너선은 타인이 중요했고, 타인의 시선도 중요했다. 생활비를 받고, 뭔가 숨막히게 살아가는 듯한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 조지 프레이거라는 극작가와 잠자리를 하게 된다. 뻔한 전개인가 싶다가도 소위 불륜으로 이어지는 내용의 짜임새가 나(주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조지와의 관계와 조너선의 관계에서 (이게 포인트는 아니다. 즉, 남녀의 포인트로 잡지 말고) 자신의 현재 위치(조너선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에서 조지를 만나면서 느끼는 자신에 대한 감정들, 현재 위치에 대한 자신을 좀더 냉철하게(?) 분석하며 써내려가는 일기=기록이 아주 좋다.

엄마의 존재가 자신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느껴졌을 때의 그 뿌듯함, 집안의 힘든 일을 오롯이 자신만이 끝내야 했을 때의 무기력함+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허탈감 등등. 주부가 느끼는 그 감정선이 잘 표현되어 있어 더더욱 취저였다.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할 일에 휘말려버린 멍청하고 미친 주부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티나.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일기라는 형식의 글이라 제3자의 입장이 아니라 자꾸 티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결말까지 내 마음에 쏙 들었단 말이지. 

참고로 이 책은 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 도리스 레싱 [금색 공책]과 더불어 1960년대 페미니즘 운동에 박차를 가한 소설이라 한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실비아 플라스의 글을 좋아하는데, 실비아 플라스의 비슷한 결을 좋아한다면 강추강추다.

🔖 이 공책을 사야겠다는 직감이 옳았다는, 벌써 치유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증거. 지금 내 손이 건조하고 따뜻하다.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 온 후로는 종이가 땀에 젖어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몇 주만에 식욕이 된다. 그래, 여기에 기록하면 감정을 쏟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황을 명확히 보는 데 도움이 될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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