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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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 이노우에 아레노 (지은이), 윤은혜 (옮긴이) 필름(Feelm) 2024-10-10>


띠지의 글이 인상적으로 남은 이 책.
“일흔 살에도, 그 이후에도 삶은 여전히 반짝일 수 있다!”
인생 2회차, 두 여자의 통쾌한 질주! 이 글귀만 보고도 델마와 루이스가 생각났다. 물론 그 영화를 오마주 했다고 한다. 재밌는 건, 언제적 보았는지 여자 두명이 나오는 영화라고만 기억하는 나다.

일흔 살인 데루코와 루이. 그들은 중학교 2학년 처음 만났다. 성향이 달랐던 그들은 상대방의 존재는 알지만 그냥 그런 사이였다. 그리고 16년 뒤 그들의 교류가 시작된다. 중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그들. 어떤 계기로 친해지게 된 그들은 친구사이를 유지해온다. 70살의 그녀들. 루이는 클럽에서 샹송 가수를 일하다 실버타운에 들어갔다. 그런 그녀가 데루코에게 sos를 친다. 데루코는 참기만 하던 삶에서 남편에게 메모를 남기곤 루이와 함께 떠난다. 떠난 그곳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40년을 친구로 지냈어도 함께 지내자 새롭게 알게 되는 면들에 신기해하는 모습, 함께 뭔가를 해내가는 모습들이 뭔가 귀여웠다.

사실 70의 나이가 어찌보면 많은 나이이고, 어찌 보면 아직도 한창인 나이인데, 사실 내가 상상하는 건 이들보다 덜 활기차고, 덜 유쾌하고, 그런 모습을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어서, 내가 나의 나이듦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요 몇년 사이 다이어트를 하려고 걷거나 운동하는게 아니라 진짜 살기 위해서, 아프면 폐가 되니까 운동을 하려는 나의 모습에 약간 두둥하고 왔달까? 내가 나이들어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고, 벅차하지 않을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서 정말 영화처럼 느껴졌다면 나는 지금의 내 삶을 좀 더 건강하게 꾸려가야 하지 않나...를 생각했다.

데루코가 루이를 위해 하는 나름 장기간의 계획과 루이 역시 데루코를 위한 마음이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우정은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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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하는 사랑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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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하는 사랑 - 파올로 조르다노 (지은이), 한리나 (옮긴이) 문학동네 2024-08-27>


[내 서른다섯번째 생일에 A부인은 그녀 특유의 고집스러움을 갑자기 포기했다. ~ 마침내 아이가 큰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안나.”]

증명하는 사랑. 책 제목으로 느껴지는 직관적인 생각 하나. 사랑은 증명을 해야 하는 것일까? 누구에게? 나에게? 상대에게? 아님 제3자에게? 증명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증명이 되니까 사랑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증명이라 함은 무엇이 증명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것들을 증명해야 하는 것일까? 도식화된 것들로 보여주어야 그게 증명일 것일까? 읽기 전에 책 제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와 노라는 결혼생활 십년을 유지하고 있다. 에마누엘레라는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내 노라의 임신과 조산기로 인해 A부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는 바베트가 되었고, 우리 아이의 보모도 되었다. 서로가 맞지 않았던 삐걱거리는 우리의 삶이 그녀로 인해 안정감이 생기는데,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암선고를 받는다. 중심을 잡아주던 바베트가 사라지면서, 우리의 관계는 점점 위태로워진다.

처음 문장의 A부인은 이 부부의 사이에서 바베트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끝문장 죽음에 이르러서야 안나라고 불리워진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잘 우리의 삶을 그려내지 않았나 싶었다. 소위 쿠션역할을 함으로써 관계를 부드럽게, 혹은 원만하게 넘기는 이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화자인 나와 노라에게는 그 쿠션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마도 A부인이었을 것이다. A부인의 부재로 인해 점점 드러나는 부부의 갈등으로 인해 부부는미묘하게 날이 서 있다. 쿠션역할이 사라지면, 그 쿠션작용을 두 사람이 해야한다. 그건 아마 사랑이 작용해야겠지.

A부인의 이야기가 중심축이 되어 부부의 이야기에 살이 덧붙여지는데, 작가가 진실로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우리가 삶에 중요도를 높이 주지 않았던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소중함을 느끼고 살아라는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너“와 ”나”만이 이루고 있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로 만들어주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문지혁 작가의 추천사가 정말 좋았다.
「끝내 사라진 후에야, 타인이 남긴 구멍 속에서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남겨진 얼굴과 달라진 자신을. 그리고 비로소 말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 시도해보자고. 해볼 수 있다고.」

# 어린 식물처럼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그 시절 우리의 삶, 그러니까 나와 노라 그리고 에마누엘레의 삶에서 그녀는 안정된 존재였고, 피난처였으며, 우리 세 사람의 팔로도 온전히 다 감싸안지 못할 만큼 둘레가 넓은 오래된 나무였다.

# 죽음은 가족과 같은 공식적인 관계의 중요도에 따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역할을 재구성하고, 한 사람이 삶에서 스스로 깨뜨린 감정의 법칙들을 즉시 회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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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의 비밀 마음틴틴 20
최혜련 지음 / 마음이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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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의 비밀 - 최혜련 (지은이) 마음이음 2024-09-10>

내 책상 위의 어떤 비밀들이 있을까? 흥미진진하며 읽은 이 책은 후루룩 읽혀 나갔다.

#물음표일기장
중1 이찬의 일기장을 열어 보니 마침표 자리에 물음표가 있다? 초1도 아닌데 이런 걸 틀릴리가 없는데 말이다. 선생님의 검사가 걱정되지만, 무사히 ‘참 잘했어요’ 도장이 찍혀 있다.
-> 일기를 물음표로 끝낼 일은 많지 않은데, 물음표가 생겨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나의 하루를, 나의 감정을. 솔직하지 않았던 나에게 생각이라는 걸 하게 만든다. 요즘 아이들에게 너무 적절하지 않은가?!!

#언니의안경
엄청난 독서광인 언니. 아침에 깨우러 들어갔는데, 언니는 없다. 안경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맙소사. 언니가 안경으로 변했다...!!
-> 언니가 안경이 되었다는 발상이 너무 참신해서, 결말이 궁금해서
빠져들어 읽었다.

#나대신스마트폰
스마트폰으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내는 현대인. 학생도 마찬가지다. 공부할 때, 놀 때, 쉴 때도 스마폰을 한다. 인공지능을 탑재했다는 일정 관리 앱을 다운 받은 반장. 반장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스마트폰에 지쳤는데, 다시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아이러니에 웃음이 나온다. 화두인 인공지능과 스마트폰이 만나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더불어 나를 찾아야함을 아이들의 수준으로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이 이야기. 좋다.

#몽당연필에게
아빠의 발령으로 이사 온 연이. 첫 수학수업에 단원평가라니. 필통을 두고 왔다. 연필만 꺼내라는 선생님의 말에 책상 서랍을 뒤져보니 몽당연필이 나온다. 그 몽당연필로 우연찮게 수학 백 점을 맞는다. 몽당연필을 소중히 여기는데... 어라? 종이 위에 몽당연필이 혼자 움직인다.
-> 이거 기대했는데, 완전 감동이었음 ㅜㅜ 히융 ㅠ.ㅠ

#지우개시인
나는 지우개. 나의 거처는 교무실 책상 서랍 속. 시인이라고 부르던 선생님은 글을 쓰고 나로 글자를 지웠지. 근데 이상했어. 읽을 수는 있는 데 알 수가 없는 말들이었지.
-> 딴소리인듯 아닌 이야기를 적자면, 내 아이는 초4학년이다. 지우개, 연필 등 막 함부로 쓴다. 굴러다니는 것을 찾지도 않고, 그냥 냅둔다. 그 아이들에게 소중함을 일깨워줄 것 같아서 뭔가 찡하다.

청소년소설인데, 오랜만에 순수한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사실 요즘 청소년문학, 아동문학이라고 해도, 내가 생각했을 때 좀 자극적이다 라고 생각하는 게 없지 않았고, 상황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내용들에 사실은 좀 별로다...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더러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순수하고 순진한 아이들은 당하고, 멍청이 취급을 받는 세계가 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적당히 약삭 빨라야 하고, 친구들의 세계에서도 우위를 차지해야 할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느껴지고 있는 세계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동심(이라 쓰고 순수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이런 책들이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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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주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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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주인 -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은이), 배지은 (옮긴이) 현대문학 2024-09-25>


전부터 궁금했던 조이스 캐롤 오츠의 글을 드디어 읽었다. 사실 이 작가의 책을 두권이나 사 놓고, 또 내돈내산 쌓여만 있었는데!! 단편으로 접해보니 오 재밌다!!!였다.

6개의 이야기에서 관계에 중점해보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사는 이상 누군가와의 관계 없이 살기란 불가능하다. 그 관계 속에서 긍정적이고 좋은 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더러 있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은 마치 뉴스 속에 일어나는 살인, 폭력같은 이야기의 속내를 들어가 본 느낌이었다. 보고 나면 찝찝한 이야기들 뒤에 있던 그들의 속내를 읽은 기분이 무서웠다.

심지어 어떤 결말이 될 것인지 예측이 너무도 가는 상황에서 그 상황으로 마치, 정해진 레일에서 벗어나올 수 없는 폭주하는 기관차의 운명처럼 느껴졌다. 완전하게 박살나버린 기관차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인형의주인
나는 인형을 모은다. 아빠는 남자 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노는게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내 친구는 내가 인형을 줍고 모으는 걸 뭐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 동네에서 가끔 아이들이 사라진다.

#군인
다섯 명을 상대로 한 정당방위였다고, 나, 브렌던 슈랭크는 주장한다. 흑인을 상대로 한 백인인 나의 정당방위였다고.

#총기사고
26년전의 일을 회상하는 해나. 매클러랜드 선생님의 도와달라는 부탁에 잠시 집을 돌봐주는 일을 하게 된 열 네살 해나. 그 집에 사촌 오빠 트래비스가 나타난다. 그리고 발사된 총.

#적도
헨리 휠링의 세번째 부인이 된 오드리. 그와 여행을 떠난다. 여행 내내 남편이 사실은 다른 속셈이 있고, 다른 여자와 놀아나고 있고,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일까?

#빅마마
중학교에 전학 온 바이올렛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 그녀에게 나타난 리타 메이. 친해지고, 그녀의 집을 오고가면서 빅마마란 큰 그물무늬비단뱀의 존재를 알게 된다.

#미스터리주식회사
미스터리주식회사라는 서점의 주인을 죽이고 그가 가진 것을 차지하려고 손님을 가장해 들어간 찰스. 서점주인 노이하우스와 차 한잔을 하며 책과 이 서점의 지난 주인들의 이야기를 나누는데...

개인적으로 뭐 하나 거를 타선 없이 다 재밌었다. 읽으면서 계속 의심하고, 불안함에 초조해졌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데도 심장이 쫄깃쫄깃해진다. 이 책. 재미있다!!!
옮긴이의 말의 표현이 너무도 정확하여 사진에 첨부해놓았다.

이제 사 두었던 #멀베이니가족 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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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좀 환상하는 여자들 4
라일라 마르티네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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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좀 - 라일라 마르티네스 (지은이), 엄지영 (옮긴이)   은행나무   2024-09-06>>


[문턱을 넘어섰을 때, 집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다음 각자의 침대에 누웠고 나는 탁자 위의 전등을 껐다. ]

이 책은 처음에 읽을 때 화자를 잡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기본적으로 책의 굵직한 것만 잡고 읽는 스타일이라서 시간을 잡아먹은 것 같은데, 이야기의 주체를 알아가면서 얻게 되는 띵(?)함이 있어서 재밌었다. (독서를 어렵게 시작하는 스타일인::)

손녀와 할머니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4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의 엄마, 할머니의 딸, 그 딸의 딸까지. 생각보다 줄기가 길다.

할머니의 엄마는 이 집을 아버지에게 선물로 받았다. 가난했던 엄마는 햇빛이 들면 바닥이 빛나고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왔고, 겨울 추위도 막을 수 있던 그런 집이다. 그런 집을 마련할 수 있던 건 아버지가 이전에 몇몇 여자들을 꼬드겨서 몸을 팔게 해서 돈을 번 것이 바탕이다. 그러나 전쟁에 징집되어야 할 아버지는 집 안에 숨는다. 할머니의 손녀는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만 결국은 부자인 하라보네 집에서 하녀로 일을 한다. 자기의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부자인 하라보네는 여전히 부자이고, 가난하고 없는 그들은 여전히 그대로 하인으로 살아간다.

스페인 문학이기에 스페인의 역사를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옮긴이의 말을 간략하게 써보면 스페인 내전과 독재체재는 여성들의 삶에 상흔을 남겼다. 지금까지도 폭력과 업악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글은 남성에 의해 억압되고, 없는 자들이 받는 압박들, 역사적으로 고통받는 상황, 이 것들에 대해 작가는 그들에 대한 나름의 복수들을 적어낸다. 복수라고 하기엔 사실 충격적인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들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니라 해야만 했었다라고 당위성을 붙여주고 싶다) 안쓰러우면서도 시대가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납득시키고 있는 내가 있었다.

한번 읽고, 다시 한번 읽으니 좀 더 윤곽이 제대로 잡히면서 크게 와닿는다. 이 책은 한번 말고 꼭 두번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라고 느껴진다. 공포와 미스터리는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는 혐오와 차별, 폭력 아닐까?

🔖 이 세상에는 죽은 자들이 나타나는 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들이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 누구든 불행이 닥치면 멀리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일단 불행이 닥치면 마음속 깊이 박히기 때문에 나중에 그것을 빼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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