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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좀 ㅣ 환상하는 여자들 4
라일라 마르티네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9월
평점 :
<나무좀 - 라일라 마르티네스 (지은이), 엄지영 (옮긴이) 은행나무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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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을 넘어섰을 때, 집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다음 각자의 침대에 누웠고 나는 탁자 위의 전등을 껐다. ]
이 책은 처음에 읽을 때 화자를 잡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기본적으로 책의 굵직한 것만 잡고 읽는 스타일이라서 시간을 잡아먹은 것 같은데, 이야기의 주체를 알아가면서 얻게 되는 띵(?)함이 있어서 재밌었다. (독서를 어렵게 시작하는 스타일인::)
손녀와 할머니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4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의 엄마, 할머니의 딸, 그 딸의 딸까지. 생각보다 줄기가 길다.
할머니의 엄마는 이 집을 아버지에게 선물로 받았다. 가난했던 엄마는 햇빛이 들면 바닥이 빛나고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왔고, 겨울 추위도 막을 수 있던 그런 집이다. 그런 집을 마련할 수 있던 건 아버지가 이전에 몇몇 여자들을 꼬드겨서 몸을 팔게 해서 돈을 번 것이 바탕이다. 그러나 전쟁에 징집되어야 할 아버지는 집 안에 숨는다. 할머니의 손녀는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만 결국은 부자인 하라보네 집에서 하녀로 일을 한다. 자기의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부자인 하라보네는 여전히 부자이고, 가난하고 없는 그들은 여전히 그대로 하인으로 살아간다.
스페인 문학이기에 스페인의 역사를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옮긴이의 말을 간략하게 써보면 스페인 내전과 독재체재는 여성들의 삶에 상흔을 남겼다. 지금까지도 폭력과 업악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글은 남성에 의해 억압되고, 없는 자들이 받는 압박들, 역사적으로 고통받는 상황, 이 것들에 대해 작가는 그들에 대한 나름의 복수들을 적어낸다. 복수라고 하기엔 사실 충격적인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들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니라 해야만 했었다라고 당위성을 붙여주고 싶다) 안쓰러우면서도 시대가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납득시키고 있는 내가 있었다.
한번 읽고, 다시 한번 읽으니 좀 더 윤곽이 제대로 잡히면서 크게 와닿는다. 이 책은 한번 말고 꼭 두번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라고 느껴진다. 공포와 미스터리는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는 혐오와 차별, 폭력 아닐까?
🔖 이 세상에는 죽은 자들이 나타나는 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들이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 누구든 불행이 닥치면 멀리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일단 불행이 닥치면 마음속 깊이 박히기 때문에 나중에 그것을 빼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