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신
리즈 무어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의 신 - 리즈 무어 (지은이), 소슬기 (옮긴이) 은행나무 2025-09-24>


슬로번 스릴러의 정석이라고 하는데, 혹시 모르는 이를 위해 참고하자면 “이야기 전개가 천천히 진행되며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되는 스릴러 장르“를 의미한다. 즉, 점층적으로 쌓아가는 서사와 세밀한 캐릭터 묘사로 서서히 불태우는데, 694페이지에 걸쳐 이야기가 전개된다.

1975년 8월 에머슨 캠프의 참가자 중 한명인 바버라 반라가 없어진다. 없어진 전날은 캠프 수료 기념 파티 이후, 지도교사 루이즈는 보조교사 애너벨에게 댄스파티 이후 참가자를 부탁했고, 오전 6시 25분, 루이즈는 바버라의 빈 침대를 확인한다. 술을 많이 마신 애너벨은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바버라는 애머슨 캠프와 그 캠프 일대의 삼림 보호구역을 소유한 반라 가문의 딸이다. 그 아이를 찾기 위해 사람들이 동원된다. 그리고 14년 전 바버라의 오빠가 베어가 사라진 그 숲으로. 점점 진실로 가까워져가는데…

주요 등장인물이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1. 바버라가 사라진 일, 왜 사라졌으며, 어디로 사라진걸까? 그리고 어디에 있는 걸까?
2. 14년 전의 바버라의 오빠인 베어가 실종된 일.

두 이야기가 교차하며, 현재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들과 오빠 베어의 과거 사건과 용의자들과 반라 가문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얽힌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바버라가 다정하게 대해준 친구 트레이시, 지도교사 루이즈와 남자친구 존 폴(존 폴의 가문이 반라 가문의 집안과 은행을 대변하는 변호사), 베어와 바버라의 엄마인 앨리스, 아빠인 피터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읽다 보면 바로 인지할 수 있는데 그 관계, 에머슨 캠프의 관리자인 T.J. 휴잇, 최초 여성 주 경찰관인 유디타 럽택의 활약기까지.

특히 진실에 다가갈수록 흩뿌려둔 수많은 떡밥을 회수되는 쾌감이 있다. 나는 범인을 추리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읽어서 더욱 즐거웠다. 이런 소설은 누가 범인인지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서 보면 작가가 세밀하게 구축해서 펼쳐놓은 인간관계의 묘미를 놓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진실과 이해관계와 욕망의 미묘한 결을 따라 읽는 그 재미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 반라 집안은 자기네 삶에 들인 사람에 관해서는 면밀하게 신경 썼고, 잘라낸 인연에 관해서는 무자비했다. (261)

✴︎ 이곳은 아름답지만, 사람들은 끔찍해요. (283)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윈 - 제3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텍스트T 16
유진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트윈 - 유진서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25-09-17>


제3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나는 사실 청소년문학을 크게 즐기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대한 좋은 기억도 없고,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하기에, 비슷비슷한 성장 서사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 편이다.

첫 장면부터 그 시절 그때로 소환시킨다. 급식 시간에 함께할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 안에 무리에 속하지 못하면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주인공 유주는 친구를 얻지 못한 채 겉돈다. 집에는 몇 년째 방에 틀어박혀 있는 언니가 있고, 부모님의 시선은 온통 언니에게만 쏠려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 아픔을 달래기 위해 먹은 약은 유주를 꿈의 세계로 이끈다. 그곳은 욕망이 충족되는 세계. 인기도 있고, 부모님의 사랑도 받는다. 유주는 점점 그 세계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지만, 곧 약의 부작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이야기는 청소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아마도 삶이 힘들어도 결국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건 자기 몫이라는 것, 누구에게나 고통은 존재하고 그 아픔은 비교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결국은 현실을 버티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 규리의 말대로라면 두 세계 모두 승리자만 남을 터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한 사람들.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들.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1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 - 명화 한 점, 글 한 편, 그리고 나를 위한 필사의 시간
박은선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
명화 한 점, 글 한 편, 그리고 나를 위한 필사의 시간
박은선 (지은이) 문예춘추사 2025-10-20>


요즘 필사책이 쏟아진다. 초반에 필사책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유독 많이 봐서 그런가, 점점 퀄리티가 좋아짐을 느낀다.

이 책은 명화 한 점과 글 한 편이 있다. 적절한 글밥이어서 더더욱 쓰기 좋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사실 긴 글보다는 적당히 짧은 글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올해가 9월 23일을 시작으로 100일이 남았다고 봤다. 그래서 100일 플랜을 짜봤다. 이 책 10가지의 주제로 10개씩 글이 짜여져 있어서 너무 좋다. 올해의 마지막날에 이 책은 완성될 것이다. 나만의 필사책,

명화를 통해 내 마음이 무엇을 보는지, 어디에 주목하고 있는지 읽어낼 수 있고,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도 있다. 주옥같은 명문장들은 바쁘고 각박해지는 일상에 쉼표를 선사해준다. 손으로 뭔가를 쓰는 행위가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아주 좋다.

자신을 위한 올해 마지막날에 완성하는 책 한권이라는 주제로 쓰면 너무 좋을 것 같은 이 책, 추천한다.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룩진 여름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룩진 여름 - 전경린 (지은이) 다산책방 2025-08-12>


오랜만에 마음에 훅 들어오는 소설을 읽었다.
심지어 25년만에 재출간하는 책이다. 25년이면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말하듯, 태어난 아이가 자라 스물 다섯살이 되어 사회인이 되고, 스물다섯 살의 젊은이는 젊음을 소진하고 머리가 희끗한 쉰 살 중년이, 쉰 살 중년은 오래 늙어가며 인생을 일몰을 맞이한다. 그만큼 세월을 풍파를 겪는다는 말이다. 근데도 이질감이 하나 없다. 물론 개정했기 때문에도 있을 것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고전문학이 그렇듯, “사랑”과 “삶”에 대한 본질은 변함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25살의 은령은 2년 정도 사귄 선모가 청혼을 한다. 그러나 선모의 집에서는 반대를 한다. 이유는 엄마의 재혼과 뒤늦게 낳은 아기가 문제였다. 그걸 계기로 쉽게 결혼을 단념했다. 그즈음 은령은 선배가 지방방송국의 구성작가 일을 연결해줘서 양부의 집을 떠난다. 교양 오락 프로그램인 라디오파크의 작가로 유경이란 시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를 처음 만난 플루토라는 카페의 사장이자 유경과 알고 지내는 이진과 알게 되고, 욕망인지 사랑인지 모를 관계를 맺는다. 이들의 여름은… 어떻게 끝이 날까.

모순적인 욕망, 자기 파괴적인 모습,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 결핍에의 가학적으로 충족하려는 모습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강하든 약하든 가지는 모습들을 너무도 잘 그려내서 읽는 내내 나를 빠져들게 했다.

이제 이 작가님을 파봐야겠구나.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주 좋은 독서였다.

✴︎ 매사에 이유가 있다고 믿는 자들도 있고 꼭 이유를 대라고 요구하는 자들도 있지만, 난 그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차라리 힘의 방향 같은 거 아닐까요? 말초적이고 무책임한 말이지만, 이유란 건 없어요. 생각보다 생은 여전히 본능적인 거거든요. 우린 참 모순된 존재이고,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인생이란 성가신 놈이지요.“ (132)

✴︎ “어쨌든 저마다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는 것 아닐까요? 그것을 정직하게 찾지 않으면 스스로 회복할 수 없어요. 그것이 시작이죠.”(308)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혼 없는 작가 - 다와다 요코 (지은이), 최윤영 (옮긴이) 엘리 2025-08-27>


다와다 요코 작가의 글은 이전에 #목욕탕 을 읽어 본 것 말고는 없다. 읽고 리뷰를 쓰기가 어려워서 쓰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이번에 에세이로 만나봤다.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 그녀의 글은 내게 있어서 지극히 감각적인 느낌이다.

생각해 보지 못한 표현,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았던 것들이 연결되는 느낌, 언어로 표현되는 다양한 감각들, 내게 익숙한 언어의 감각을 낯설게 만들어 준다. 그 낯섦에 잠시 사유를 해보고, 글을 쓰는 삶에 대한 느낌도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은 좀 더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낯선 이 감각이 좀 더 익숙해질 때까지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 유년 시절에는 단어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럼으로써 모든 단어가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이 사람은 단어를 문장 내의 의미에서 해방시켜준다. 심지어 어떤 단어들은 너무나 생명력이 넘쳐 마치 신화 속의 인물처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펼쳐 나갈 수 있다. (46)

✴︎ 가끔 나는 모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구역질이 났다. 그 사람들은 착착 준비해 척척 내뱉는 말 이외의 다른 것은 생각하거나 느끼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