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지음 / 래빗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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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 김이삭 (지은이) 래빗홀 2024-06-12>

ෆ⃛ 
더운 여름, 공포 이야기가 주는 서늘함. 더운 이 계절에 딱 맞는 소설이었다. 5편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까지 혹은 미래까지 우리를 들어다놨다 한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이야기. 

<데이트폭력 가해자를 피하여 고택에 머물던 여성의 기이한 체험담 〈성주단지〉, 학교의 금기를 어긴 여성 청소년들이 겪는 학교 괴담 〈야자 중 ×× 금지〉, 옹녀의 시점에서 다시 쓴 ‘변강쇠전’ 〈낭인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혐오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오컬트물 〈풀각시〉, 조선 후기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의 마을에서 벌이지는 괴이한 이야기 〈교우촌〉 _ 알라딘 책소개글 발췌>

개인적으로는 <야자 중 ×× 금지>와 <풀각시>가 취향이었다. 

학교 괴담. 누구나 한번쯤은 어렸을때 들었던 괴담의 형태. 새벽이 되면 세종대왕 동상이 글을 읽는대, 쑥덕쑥덕, 저마다 학교에 하나쯤은 있는 괴담들. 고등학교 때 1박으로 학교에서 밤새 반 친구들과 놀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지냈던 그 시절로 나를 소환시켜줌과 동시에 작가가 펼치는 그 괴담을 넘어가는 다른 세계의 공간까지 개인적으로 손에 땀을 쥐며 읽었다. 

풀각시는 무속신앙이 깔려 있는데, 살을 날린다는 것은 살을 맞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라는 문장에서 내가 봤던 그런 무속적인 영화들과 작품들이 쭈루룩 올라오면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작가의 말에 참 반가운 게 있었다. <전설의 고향>, <이야기 속으로>, <토요미스테리> 와… 나도 빼놓지 않고 찾아봤던 것들!! 이것뿐이겠는가. 이런 류의 것들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이 책 분명 재밌을 거다. 재미 + 감동과 교훈까지 말이다. 

🔖 일상이라는 게 시렁 위에 놓인 항아리보다 약해서 아주 작은 일 하나로도 쉽게 깨질 수 있더라고요.

🔖 전 귀신은 무섭지 않아요. 사람이 무섭죠 

🔖예원은 자기가 괴담을 즐겼던 건, 괴담 속 상황을 자신이 겪을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일종의 안전한 공포랄까. 즐길 수 있는, 안전한 공포. 하지만 그 일을 겪은 뒤로 더는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무섭다고 했다. 

🔖 사람들은 환난이 남긴 크고 작은 상흔을 잊지 못했고, 그 기억이 후대에도 이어지기를 바랐다. 날것 그대로의 기억 말고 조금은 변주된 이야기로 말이다. 진실은 지나치게 잔혹했으니까. 

🔖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든 건 소문이었다. 사람들의 눈초리는 바늘 끝처럼 따가웠고, 소리 없이 전해지는 이들의 수군거림은 화살처럼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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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정지아 지음, 박정은 그림 / 마이디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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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 정지아 (지은이), 박정은 (그림) 마이디어북스 2024-05-29>

ෆ⃛
웬만한 사람들은 알 거라고 생각하는 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 의 일생을  작가 정지아가 적은 글이다. 중간중간 눈물이 나서 혼났다. 

강아지똥과 같은 삶은 살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더럽다 여기는 강아지 똥에서 피어난 민들레처럼.

못 먹고, 못 살고, 핍박받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그 시대의 많은 조선인이 그랬듯이 먹고 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살았다. 해방이 되서 돌아온 조선. 그러나 더더욱 가난해졌고, 살기 힘들어졌다. 돈을 벌러 간 곳에서는 장사의 요령으로 사기를 치라고 알려준다. 그 사기를 쳐야함에도 돈을 깜빡하고 안 주었다고 돈을 주러 오는 가난한 아주머니의 마음이 더 아름답게 여긴다. 그래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친구 기훈을 사귀지만 기훈은 자살을 한다. 그리고 결핵에 걸려 마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 결핵은 권정생의 남은 평생을 아프게 만든다. 그마저도 감사하다고 여기며 생을 마친 사람이다. 낮은 곳에서 평생을 감사하며 살아있는 모든 것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본 작가의 삶이 먹먹했다. 눈물이 주루주룩 흘렀다. 

모든 것이 갖추어지고, 편리하게만 변해가는 이 시대에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를 그의 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이 시대에 일깨워 주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죽는단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슬픈 거야.“

🔖 일본 사람도 조선 사람도 똑같은 사람인데 왜 누구는 높아지고 누구는 낮아지는 걸까? 해방이 된 다음 날부터 일본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에게 비굴하게 굽신거리고, 조선 사람들은 기가 살아 씩씩해졌다. 정생은 비굴한 일본 사람도 씩씩한 조선 사람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생에게 사람은 그냥 똑같은 사람일 뿐이었다. 

🔖 가난이 고달프다는 것을,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가를, 정생은 그 누구보다 뼈저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난해도 아름답게 살고 싶었다. 자기 몸을 떼어 가난한 사람을 도운 저 행복한 왕자처럼. 

🔖 거지 노릇을 했을 때 그랬듯이. 지긋지긋한 병으로 죽어 가는 정생을 살린 것은 내로랄 이름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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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멜론 슈거에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최승자 옮김 / 비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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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멜론 슈거에서 -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은이), 최승자 (옮긴이) 비채 2024-05-24>

ෆ⃛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이었던 소설이었다. 소설인데 소설같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 어려웠다. 이해하려고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않고 읽어나갔다. 

워터멜론 슈거, 오두막, 나의 부모님을 잡아먹은 우리 말을 할 수 있는 호랑이들, 아이디아뜨, 송어가 헤엄치는 강, 책을 쓰는 나, 마거릿, 인보일….

상상력으로 읽어야 보일 것 같은 이 글. 내가 문학적 소양이 늘고, 시적 이해가 더 풍부해졌을 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지 궁금하다. 

📍<워터멜론 슈거에서>는 워터멜론 슈거로 둘러싸인 가공의 마을인 아이디아뜨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우화적인 이야기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화자와 삼백칠십오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이디아뜨는 모든 것이 달콤한 워터멜론 슈거로 되어 있는, 즉 목가적 꿈이 보존되어 있는(적어도 그렇게 사람들이 믿고 있는) 다분히 환상적인 곳이다. 그곳은 날마다 모든 것이 변하며, 매번 다른 빛의 태양이 각기 다른 색의 수박을 자라게 하는. 다양한 색상의 마을이다. ) 작품해설 중

🔖 아이디아뜨는 언제나 그렇다. 언제나 변한다. 그게 최선이다. 

🔖“마음은 특별한 거야.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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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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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 편성준 (지은이) 몽스북 2024-05-13>

ෆ⃛ 
🔖 가방에 책을 한 권 넣고 다니는 사람은 예사롭지 않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바일 정보가 아닌 서사를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작은 책은 작은 우주와 맞먹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주변을 한번 쓰윽 둘러보게 된다. 책을 들고 있는 이는 지하철 4량(내가 보이는 기준에서)에서 나 빼고는 들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버스는 지하철보다 이용자수가 더 적으니 말할 것도 없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다들 스마트폰을 본다. 남녀노소,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다 조그마한 네모 세계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다. 

읽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다. 저자도 혹시 그런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독서인구가 엄청나게 줄었다. 조금이라도 책이 가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책을 즐겨 읽는 이들에게는 또다른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도 있고 말이다. 나도 한달에 15-20권정도를 읽는 사람인데도 소개해준 책의51권 중에 6권밖에 안 읽었다. 하핫,

책을 읽다보면 책을 추천해주는 것만큼 어려운 게 또 있나 싶을 정도로 추천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가이드라인으로 참 좋은 책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맞는다면 그 책에서 확장해서 읽어도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끌린 이유는 따로 있다, 너무 웃기는데 살짝 눈물도 나는, 밤 새워 읽은 책이 뭐였어, 다시 봐도 재밌네 노벨문학상, 나는 왜 여성 작가들에게 끌리는가, 시를 몰라도 시를 쓰고 싶게 만드는, 남의 리뷰를 너무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우리는 왜 남의 삶이 부러울까, sf도 입심 좋은 작가가 더 좋아, 내 마음속에서 일등을 했던 소설들, 이런 그림책은 모두를 기쁘게 하지, 뒤늦게 내게 온 숨은 걸작, 필독서라는 이름은 붙이기 싫은 책, 제목보다 내용이 좋은 소설, 몇 번 읽어도 좋은 얇은 책, 영화감독에겐 늘 좋은 스토리가 필요하다. 사실은 친절한 글쓰기 선생님] 

의 21개의 주제로 3권씩 소개가 된다. 이런 책은 책을 부르고 또 부르는데, 욕심내서 다 읽어야지 하면 결국 못 읽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번엔 여기에서 소개된 것 중에 가장 읽고 싶었던 걸 먼저 읽으려고 한다. 

아사다 지로의 <수국꽃정사>인데, [장미 도둑]이라는 책에 속한 단편이다. 이유가 있다면, 20살에 아사다지로의 파리로 가다를 읽고 너무 좋아서 책까지 소장했었는데,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다…) 그래서 문득 이 작가의 오래전에 발간된 책이 읽고 싶었다. 절판이라 도서관에서 대출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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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 보부아르와 넬슨 올그런의 사랑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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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은이), 이정순 (옮긴이) 을유문화사 2024-05-30>

ෆ⃛ 
한 사람에게 304통의 편지라. 압도적인 양에 새삼 감탄스러웠다. 사실 한번도 읽은 책이 없는 작가라서 더 궁금한 것도 있었다. 연애편지를 304통이나 쓸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 특히 소설이 제3자를 염두해 두고 쓰여진 글이라면, 편지는 정말 나와 너를 위한 편지이기에 더 궁금했다. 

39살부터 56살까지, 1947년에서 1964년에 걸쳐 쓰여진 이 편지는 읽으면 읽을 수록 감탄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미국인 넬슨 올그런과 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 긴 시간동안. 물론 304통은 전부 보부아르가 올그런에게 준 편지만이 수록되어 있다. 

저 당시의 편지는 정말 말 그대로 편지였다. 지금처럼 1초만에 넘어가는 전자메일이 아니라 손으로 써서 나의 생각을 적는 것 말이다. 

보부아르는 남편 사르트르가 있었다. 이 둘의 결혼은 계약 결혼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좀 더 편안하게 올그런에게 자신의 생각을 더 펼쳐보일 수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편지를 읽어가면서 자신을 가리키는 칭호가 바뀌고, (보부아르 -> 당신의 시몬에서 당신의 개구리, 취한 개구리 웃겼다)
편지를 더 자주 써달라는 보부아르의 사랑 어린 투정, 연락이 늦으면 걱정되는 마음들, 편지와 함께 오는 온기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계속 말하고 싶어하는 마음들.

그리고, 당시의 예술가친구들 (카뮈, 장 콕토(이 분은 이전에 작가정신의 코코 샤넬에서도 봐서 낯익다) 앙드레 지드 등) 에 대한 이야기와 보부아르가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들(월든,  인간의 굴레 등) 작가의 생각에 대한 글들 또한 대단히 흥미로웠다. 뿐만 아니라 연극과 영화, 그리고 사회운동에 대한 글들(내가 좀 더 잘 알았더라면 훨씬 즐겁게 읽었을 거라 생각되서 아쉬웠던 부분) 

점점 짧아지는 편지들, 점점 드물어지는 편지들. 그들의 사랑이 물론 끝맺음은 언젠가 나왔어야 했겠지만, 읽는 내내 사랑과 관련된 감정으로 충만해졌었다. 아쉬운 건 올그런의 편지까지 있었다면 정말 좋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한번씩 처음부터 말고 중간중간 그냥 펼쳐서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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