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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마치 비트코인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월
평점 :
<인생 마치 비트코인 - 염기원, 은행나무/ 2022.01.25, p,260>
- 내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없는 일도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 여섯 평짜리 방구석에서 육십 평짜리 꿈을 꿀 것이다. 그중 대다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후진 곳으로 떠나는 게 현실이다. 최악은, 이 좁은 곳에 살다가 한 평짜리 관짝에 들어가 마감하는 삶이 있다는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 서로의 앞날이 빤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간절히 원했다.
- 고객을 인간적으로 대해선 절대 안 된다. 가족이나 동창, 첫사랑이 나타나도 벗겨먹을 수 있어야 한다.
- 무릎에 힘이 빠졌던 이유는 못 받은 월급 때문이 아니었다. 아주 적은 금액이라고 할지라도, 함께 일하며 쌓은 의리와 유대감 같은 말랑말랑한 것 대신 돈을 택한, 그의 냉정한판단이 기가 막혔기 때문이었다.
- 공동(共同)주택은 여러 가구가 한 건물에서 함께 산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옆집, 윗집, 아랫집이 공동(空同)이기를,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기를 바란다.
- 합리적 의심이 한구석에서 속삭일 때 괜한 기우일 뿐이라며 외면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 생각해보니 나는 누군가를 위로해본 적이 없다. 위로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상식을 벗어난 판단을 하는 사람은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몸이 가난한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면 가난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신이 가난한 사람은 그나마 가진 것도 모두 잃는다. 가난의 법칙이다.
- 처자식이 있는 사람은 가정 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하고, 돈이 많은 사람은 미래가 불안하다고 하며, 권력이 있는 사람은 재미있는 게 없어서 매일 심심하다고 한다.
- 우리의 기억은 늘 왜곡되어 있다.
- 다만 자신이 가진 마음의 짐을 가볍게 하고자 다른 사람을 걸고넘어지는 게 순간적으로 조금 괘씸했을 뿐이었다.
- 활짝 열린 창문 밖으로는 옆 건물이 보일 따름이었다. 회색벽 대신 하늘과 구름과 산이 보였다면 403호가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평범한 삶이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배우자를 만나고, 은행 빚 별로 없이 아파트를 사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은퇴 후 취미를 즐기며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간에 자신 혹은 가족이 죽거나 다치는 일도 없어야 한, 평범한 삶이란 곧 축복에 가까운 일이다.
- 같은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 나는 계속 미래를 보면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데, 왜 엄마는 과거에 집착하고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행복했던 기억이라고는 한 줌도 없을 텐데.
-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 바보같이 일방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이 엄마라는 존재에게는 가능하다는 걸. 자식이라는 존재가 엄마에게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자꾸만 넘어지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한 걸음 내딛게 만드는 작은 불빛이었다는 걸.
★ 띠지의 글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날카롭고 뾰족한 세상에서 서툴고 방어적인 어른아이로 살아간다는 것, 마치 내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 <구디 얀다르크>도 궁금해졌다. 한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는건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시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하면서, 생긴 방어적인 태도와 냉소적인 모습인 '나'가 오피스텔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 곳에서 자살한 한 여인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403호의 고단하고도 고단한 인생을 접하면서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종일관 시니컬한 그의 모습이었는데 그 일기로 인해 서서히 뭔가가 꺼내어지는 느낌이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뭔가 하나씩 내 속을 알게 되듯이, 어떤 편견과 선입견에서 깨어나듯이 '나'도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누구와도 전부 통할 수 있을 것같으면서도 누구와도 소통하길 원하지 않는 시대같다. 타인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한다. 본인조차도 본인에게 가혹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금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아주 잠깐의 인사만이라도 있었더라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해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 변하는 그 모습에 마음이 자꾸 뭉클해지는 건 아마 나만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좋은 독서였다.
작가의 말에서 다른 계절, 다른 분위기에서 다시 읽는 걸 권하다고 적혀 있는데, 꼭 그렇게 읽을 것이다. 읽고 싶다. 다음달 재독책으로 적어놓았다.
+덧, 사람과의 관계가 날카롭고 방어스러운 건, 나의 어리숙함을 철저히 이용해먹으려는 그런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도,, 부동산 계약할 때, 에어컨수리할 때, 반전세에 살았던 서러움, 전자상가의 부품이야기 등에서 너무너무 공감해서남편한테 구구절절 다 읽어주면서 우리라고 우리, 우리가 들었던 말 다 있다고, 우리의 어리숙했던 지난 날들이 (비록 고작 2~3년전이지만) 참 씁쓸하게 느껴졌다.
*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