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요아소비 소설집
시마모토 리오 외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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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요아소비 소설집 - 시마모토 리오, 츠지무라 미즈키, 미야베 미유키, 모리 에토 (지은이), 김은모 (옮긴이) 알에이치코리아(RHK) 2024-12-17>


이 책은 일본을 대표하는 4명의 나오키상 작가들로 구성된 요아소비와의 합작으로, 소설의 원작으로는 요아소비의 음악이 2022년 중반부터 순차적으로 발매되었다. 책 역시 일본에서는 2022년 2월에 발매되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에 #퍼스트러브 란 영화를 보았는데, 한국에는 작품이 거의 없던데.. 이 책의 첫번째 작가로 나온 시마모토리오 의 글, 좋았다.

#나만의소유자 #시마모토리오 _처음으로 인간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
안드로이드인 나는 미스터 나루세의 집에서 일을 했다. 차가워보였던 미스터 나루세, 그리고 누군가에게 쓰는 나의 편지

#유령 #츠지무라미즈키 _처음으로 집을 나온 이야기
이거이거 뻔한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가, 으앙 진짜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색이다른트럼프카드 #미야베미유키 _처음으로 용의자가 된 이야기
미야베미유키스럽달까?!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쓰지. 진짜 신기방기하다. 아니 미야베미유키 스러운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쓰는 게 진짜 대단하다 싶다.

#빛의씨앗 #모리에토 #처음으로 고백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이야기. 3번의 고백과 차임, 또 고백을 하려는데 너무 잦은 고백이 감정이 연해지는 것 같아 지난 과거로 돌아가 고백의 순간들을 망쳐버리기로 하는데, 마치 #시간을달리는소녀 를 읽는 느낌이었달까? 아 좋잖아! >.<

고민을 하다가 책을 먼저 읽고, 노래를 들었다. 뮤직비디오의 영상과 노래와 읽었던 소설이 머릿속에서 퍼즐처럼 착착 맞춰지면서 한층 더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소설을 즐길 수 있었다.

JーPOP을 좋아하는 내게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나는 가사에 치중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더더욱 좋았다. 서사가 있는 가사 넘 좋다구.

이 책 영상과 함께 꼭꼭 추천한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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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가족의 기원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3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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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가족의 기원 - 조경란 (지은이) 문학동네 2024-11-29>


2024년 이상문학상 그리고 김승옥문학상을 거머쥔 등단 28년 차 소설가 조경란의 초기 대표작인 이 두 소설은 읽으면서 느껴지는 드라이한 문체에 감정이 퍼석퍼석해지는 게 아니라 이상한 찌르르함이 남는 다.

「식빵 굽는 시간」은 식빵의 처음의 모습과 만들어지는 모습은 다 알지만, 나의 삶은 어쩐지 희미했던.
빵은 그렇게 달콤하게 만들면서 그걸 만드는 여진의 삶은 왠지 쓰라리다. 아픈 엄마는 나를 외면하려 했고, 엄마는 이모에게만 자신의 마음을 내비친다.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기 전에 이런 결말일 거라고 생각은 했다. 내가 상상한 결말에 부합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섬세하게 이 소설이 마음에 와닿았다. 끝끝내 나의 자리를 찾은 여진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네주고 싶었다.

「가족의 기원」빚으로 위태위태한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이라고 해야할까? 몰락한 집의 맏딸인 정원.
지쳐버린 둘째 정후는 캐나다로 가고, 셋째 정수는 공부를 무기삼아 대학원에 눌러있다. 정원은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있으며, 자신을 짓누르는 집에서 나와 다른 집에 세들어가는데, 결국 자신의 장소를 찾기위한 모든 것들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공허함과 그럼에도 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글이었다.

생각1
가족이, 나의 집이 지옥으로 느껴질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인간은 그런 상황에서 얼만큼이나 불안정하게 되는 걸까?

생각2.
책 속에 작가는 예를 들면 18층 8706호실을, 십칠층 팔천칠백육호실이라고 표기했다. 이렇게 배치된 한글이 왜 이리 처연하게 느껴진 걸까? 나만 그런걸까?

생각3. 집을 나가면 또 다른 집으로 가야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 모든 관계는 만질 수 없는 거란다. 너는 자꾸만 만지고 확인하고 싶겠지만 글쎄, 부질없는 거다. (32)

✴︎ 그러고 보니 지금껏 내 의지대로 떠날 수 있었던 방은 엄마의 집, 지금은 우리 것이 아닌 그 옥탑방뿐이었던 것 같다.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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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원한 예술의 시작 - 그림에 영혼을 바친 젊은 예술가의 편지,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 불멸의 화가 고흐의 편지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박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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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원한 예술의 시작 - 빈센트 반 고흐 (지은이), 박은영 (옮긴이) 위즈덤하우스 2024-12-04>


그림에 영혼을 바친 젊은 예술가의 편지,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나온 이 책은 반 고흐가 친구 라파르트에게 주었던 편지 58통을 모은 것이다.

동생 테오에게 썼던 편지를 모아놓은 #반고흐영혼의편지 는 이미 진즉에 사서 읽었던 터라 2번째 이야기가 궁금하던 터에 읽은 반고흐의 이야기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반 고흐는 당시에 인정받지 못하고 후대에 인정받은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편지를 통해서 적은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에 대한 열정과 세상을 보는 통찰력, 자연을 바라보는 눈 등 새로운 시각을 보게 된다.

1편을 읽은지 오래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테오에게와는 조금 다른 인상이었다. 테오에게는 좀 더 설명이 디테일한 반면에, 친구에게는 좀 더 예의를 차리려고 노력하지만 나름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한다.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반 고흐의 이야기들에 또 쫑긋쫑긋하게 된다. 디킨스, 레미제라블 등등. 문학 속의 것들을 그림으로 어떻게 해볼 지 구상해보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들의 우정은 5년으로 끝났다. 그렇기에 이렇게 후대에 우리에게 남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시들한 우정은 원치 않다는, 진심 어린 우정이 아니라면 끝내는 게 낫다는 반 고흐의 편지를 받고 라파르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오랜만에 1권부터 다시 정주행해서 읽어봐야겠다.

✴︎ 정신적 결합이 없는 세계는 결국 함몰하고 만다네. (164)

✴︎ 스스로가 알고 있는 자기 자신이 절대로 틀리지 않다고 믿지는 말게. 누군가를 피상적으로 판단해 부당하고 잔인하게 공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하지 말게. 모든 사람이 그럴 수 있네. 하지만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네.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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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 - 이별의 계절, 긴 터널을 지나는 당신에게
오지영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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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바다에 있어 - 오지영 (지은이) 북노마드 2024-11-22>


이 소설은 이별에서 시작된다. 글을 읽을 때 사랑을 시작하기 위한, 사랑이 어떻게 맺어질 지에 대한 설렘을 안고 있는 글과 누군가의 이별을 기본값으로 두고 읽은 글은 읽는 이의 마음가짐을 다르게 한다.

여기 5명의 여자가 있다.
광고기획자로 10년을 일했고, 상대의 끈질긴 구애로 인한 긴 연애 끝은 남자친구의 바람인 지안(35)
꽃집 사장이자 아이 같아서 사랑한다던 남자친구에게 같은 이유로 이별하게 된 새봄(32) 작가 지망생이자 10년 연애 끝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민(35) 와인가게 부점장이자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에게 헤어짐을 통보받은 희나(38) 카페 사장이자, 민의 헤어진 남자친구의 형수인 소윤(39)

그들의 이별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건 결국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내 사랑은 어떤 모양으로 품고 있을까? 이런 소설을 로맨스의 범주로 넣는다면 우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하고 싶은, 하게 될, 해야 할 사랑의 모양을 생각해보고 고민해 봐야 한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으로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결국 로맨스의 범주에서 개인의 성장소설이고, 개인의 성장은 결국 사회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장대한가...?

나는 사실 SF소설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로맨스가 있다 하더라도, 좀 다르게 느껴진다. 이 이야기엔 사랑이 필요한 부분이야.라고 이상하게 요즘 말로 T적 사고방식이 돌아간다. 그런 내게 현실의 삶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소설 속 현실 가능한 세계에 내 마음을 투영해본다.

실현 가능한 상상 속으로. 내 과거로. 현재로. 혹은 다가올 미래로.
그래서 너무도 현실적인 현실 로맨스를 아주 좋아한다. 모든 이에게 내가 있었다. 나의 과거, 현재, 어쩌면 미래의 나도. 그리고 내가 결국 향해야 할 방향도. 그렇기에 이 책이 너무 좋았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결국 당신은 탈락입니다’ 말하는 것 같았다. (59)

✴︎ 어묵이고 사케고 특별함은 없었지만 둘이기에 특별했다. 비가 눈으로 바뀌어 흩날릴 때까지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계절을 이야기했던 시간. 서로의 모르는 부분을 묻고 또 물었던 날. (126)

✴︎ 사랑은 불안하고, 비겁하고, 옹졸하고, 치졸하다. 사랑은 두려움과 오해의 연속이다.~ 그래도 사랑은 사랑이다. 다른 감정으로, 다른 단어로 애써 감추고 숨겨도 사랑은 사랑. 사랑이 품고 있는 다양한 모양을 지안, 새봄, 민, 희나를 통해 배웠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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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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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소설 - 윤성희, 장류진, 조경란, 김화진, 정소현, 박형서, 백수린 (지은이), 창비교육 2024-11-08>


시작이 주는 단어의 힘은 역동적이면서 설레면서 두려움이 혼재해 있다.

그게 일일 수도, 사람과의 무엇일수도. 생각해보면 뭔가 딱 정의할 수 없을만큼 우리의 삶은 무수한 시작과 끝의 반복으로 가득차 있다.

7명의 작가가 쓴 글 중 내게 인상깊었던 4가지의 편을 짧막하게 이야기하자면

#장류진 #백한번째이력서와첫번째출근길
아주 가볍게도 날 취업전선의 압박에 있던 그 시기로 나를 데려다 놨다. 그 하나만으로도 인상깊었다.

#김화진 #근육의모양
와, 뭔데?! 너무 좋았다. 내게 있어 글을 읽을 때 유난히도 좋다고 여겨지는 요소는 모든 주인공이 이해가 갈 때이다. 섬세한 감정선을 다 이해시켜버리는 이 작가의 책을 읽어야겠다!!

✴︎ 독립, 절교, 파혼, 끊어진 관계들의 기록들. 그리고 생각했다. 그 리스트는 흉터가 아니라 근육이다. 누가 날 해쳐서 남은 흔적이 아니라 내가 사용해서 남은 흔적이야. 어딘가에 아직 찾지 못한 근육이 있을 것이었다. (107)

#정소현 #어제의일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있는 나의 모습이 현저하게 다를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외면받았던 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상처가 다시 벌어지고 피를 내고...

#백수린 #흑설탕캔디
#여름의빌라 를 사놓고도 아직 안 읽은 나라 새로웠던 이 단편은, 내게 올리브 키터리지가 계속 생각나게 했다. 그래서 좋았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단편도 마음에 쏙 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 주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형벌이 또 있을까? (231)

창비 출판사의 “~하는 소설” 시리즈는 안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이 있던 글에 다가가는 계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의도를 가진 시리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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