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 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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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열에 여덟, 아홉 명은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

밀턴 프리드먼이 왜 이런 주장을 하고,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 사상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 사상을 먼저 이해해야 하며 ..
그러기 위해서는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 ..
그래서 자유주의 사상을 이해하게 된다면 ..
프리드먼의 주장에 전부는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

프리드먼과 하이에크는 모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하이에크가 1974년, 프리드먼이 1976년 수상했다 ..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이 자유주의 철학과 사상을 담고 있다면 ..
프리드먼의 책은 자유주의 사상에 기반하여 현실의 정부 (경제)정책을 검증하고
자유주의적 대안을 제시한 실전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

이 책에서 프리드먼은 먼저
경제적 자유는 그 자체가 넓은 의미로 이해한 자유의 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경제적 자유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되며 ..
나아가 정치적 자유를 성취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된다는 점을 논증하고 ..
경제적 자유를 제공하는 경쟁적 자본주의에 대해 살펴본다 ..

그리고 자유를 지향하고 경제활동의 조직을 주로 시장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살펴본 후 ..
이런 원리들을 통화정책, 국제금융 및 무역제도, 재정정책,
교육, 차별, 독점, 기업과 노동자의 사회적 책임,
면허제도, 소득분배, 사회복지, 빈곤퇴치 등과 같은 구체적 문제들에 적용한다 ..

케인즈 학파와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1929년 대공황의 원인과 처방을 다룬 통화정책 부분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
케인즈와 프리드먼의 대공황에 대한 견해 차이는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라는 책에 잘 설명되어 있다 ..

정부의 재정정책은 시간이나 파급범위에 있어 지체가 발생하므로 ..
우리는 그러한 경기변동을 한참 전에 예측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럴 만큼 우리는 충분한 지식을 결코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
재정정책은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과 ..
조세 수입 대비 정부 지출의 증가는 경기를 팽창시키고,
정부 지출 감소는 경기를 후퇴시킨다는 통상적인 견해에 대한 반박 역시 흥미롭다 ..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그리고 자유시장의 관계 ..
자유무역과 보호주의에 관한 부분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과 비교하며 읽는다면
좀 더 균형 잡힌 견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에는 법인세 폐지, 무역제한과 관세 철폐,
의료면허를 포함한 면허제도의 불필요 등과 같이
보통의 상식으로는 다소 극단적이라 할 수 있는 주장들이 많이 담겨 있다 ..

하지만 그의 이런 주장들의 근본적인 밑바탕에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깔려있다 ..
그에게 자유는 최고의 가치이며 ..
자유인에게 국가란 구성원인 개인들의 집합체이지
개인 위에 군림하거나 개인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다 ..
권력의 집중은 자유에 대한 위협이다 ..

그의 주장에 모두 동의할 순 없지만,
공감되는 내용과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내용들이 꽤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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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의 길 -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진실, 자유주의시리즈 60 나남신서 1157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지음, 김이석 옮김 / 나남출판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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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레이건과 함께 신자유주의 물결을 일으킨
영국 대처 수상의 사상적 근거가 되었으며 ..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권 국가의 지식인 계층이
공산주의 경제 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시장에 관심을 가질 때
비밀스럽게 구해 읽고 토론했던 책이 바로 이 책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 이었다고 한다 ..

아마도 20세기 후반 사회주의 몰락과 자본주의 확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책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

나는 그 동안 하이에크와 그의 책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해 읽지 않았는데 ..
그 이유는 무차별적이고 급속한 신자유주의 확산을 추구하는 세력들과 ..
깊이 없어 보이는 공모씨 같은 인물이 하이에크를 자주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읽어보니 정말 뛰어난 책임에 틀림없다 ..
특히 그의 사상이 복잡계와 진화론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뜻밖이었고,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
진화론과의 보다 직접적인 연계는 그가 말년에 쓴 '치명적 자만'이라는 책에서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

책이 출간된 1944년은 2차 세계대전 후반으로
영국이 전시 계획경제 체제에 있었고 ..
전후에도 계획경제 체제가 이어지고 사회주의가 확산될 분위기였다 ..
독일에서 히틀러의 나찌즘이 확산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했던 저자는
이런 분위기가 결국은 파시즘과 사회주의 독재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음을 직감하고 ..
영국과 세계가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어 이 책을 쓴 것이라 밝히고 있다 ..

책을 통해 하이에크는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경쟁을 한없이 옹호하며 ..
계획과 사회주의의 두려운 결과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경고한다 ..
아래는 책에 담긴 하이에크 사상의 핵심 개념들이다 ..

먼저 그가 말하는 개인주의는 자기중심주의나 이기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개인주의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
우리의 상상력의 한계로, 우리는 우리들의 가치척도 속에
사회 전체의 필요들 가운데 일부분 이상을 포함할 수 없으며,
또 엄격하게 말해서 가치의 척도들은 개인 각자의 정신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개인들마다 다르고 또 상충될 때가 많은
(각 개인들이 지닌) 가치의 단편적 척도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

이 사실로부터 개인주의자들은 개인이 정해진 한계 안에서는
다른 사람의 가치나 선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가치와 선호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
즉 이 영역들 안에서는 개인의 목적체계가 최고의 선이며,
다른 그 누구의 그 어떤 지시에도 종속되지 않는다 ..

개인주의 입장의 본질은 바로 개인을
자기 자신의 목적에 대한 최종적 재판관으로 인식하는 것,
즉 가능한 한 자신의 견해가 자신의 행동을 지배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
개인의 인지적 한계에 대한 하이에크의 통찰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

한편 하이에크가 말하는 자유주의의 기본원리는
우리의 문제를 푸는 데 가능한 한 최대한 사회의 자연발생적 힘을 이용하고,
가능한 한 최소한에 그치는 강제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
스스로 질서가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복잡계 연구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

그가 말하는 자유주의가 자유방임은 아니다 ..
자유주의는 인간 노력들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경쟁의 힘을 가능한 한 최대한 잘 활용하자는 것이지
그냥 그대로 놔두라는 것이 아니다 ..
이는 유효한 경쟁이 창출될 수 있는 곳에서는 다른 그 어떤 방법보다도
경쟁이 개별적 노력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확신에 기초한 것이다 ..
자유주의는 경쟁이 대개의 경우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더 크게는 강제적이고도 자의적인 간섭 없이도 우리의 행위들이 서로 조정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경쟁을 우월한 방법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자유주의는 경쟁이 유익하게 작동하려면,
세심하게 배려된 법적 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그리고 만약 경쟁이 유효해지도록 하는 조건들을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다른 방법에 의존해 경제활동의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는다 ..
그래서 국가는 경쟁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는 일,
경쟁이 유효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때에만 경쟁을 대체하는 일을 해야 한다 ..

이에 비해 사회주의는 미리 알 수 없는 결과들을 창출하는 자생적 힘들을 배제하고,
그 대신 모든 사회의 힘들을 의도적으로 선택된 목표로 향하도록
집단적이고 '의식적'인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대체한다 ..
사회주의란 바로 '계획경제' 체제로 모든 경제활동이 통제되는 중앙지시체제이다 ..

하지만 계획은 독재로 귀결된다 ..
왜냐하면 독재는 강제력을 행사하고 이상을 집행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일 뿐 아니라,
대규모 중앙계획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계획경제를 추구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전체주의를 초래하게 된다 ..

경제활동을 계획하려는 민주적 정치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독재권력을 행사하든지 아니면 경제계획을 포기하든지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
마찬가지로 전체주의 독재자는 곧 통상적 도덕가치들을 무시하든지 아니면
계획에 실패하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며 ..
그래서 가장 사악한 자들이 전체주의로 향하는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이에크는 말한다 ..
실제로 우리 주위의 전체주의 사회를 보면
비록 그 시작은 선의를 가진 인물이 주도했을지라도
결국은 사악한 독재자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 것을 볼 수 있다 ..
하이에크의 놀라운 통찰이 특히 돋보이는 부분이다 ..

계획은 민주주의와도 서로 충돌한다 ..
경제활동의 지시를 위해 자유를 억압할 필요가 있으나
민주주의가 자유의 억압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
그러나 민주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전체주의체제 아래서도 지속될 수 있다 ..
비록 민주적 절차를 통해 어떤 일을 하기로 결정하였더라도,
그 일의 달성을 위해 권력의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며,
권력의 사용이 확고한 규칙들에 의해 제약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권력은 틀림없이 자의적이 될 수밖에 없다 ..

사회계획이 지향하는 하나의 목적체계에 모든 사람이 봉사하도록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든 사람이 이 목적체계를 신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그래서 선전(propaganda)이 필요하고 .. 지배적 교리가 나오게 되고 ..
공식적 견해에 대한 옹호만이 유일하게 허용되며,
통제 받지 않는 학문분야는 실종되고 ..
진리와 사상의 자유가 종말을 맞게 된다 ..

하이에크는 경쟁이든 계획이든 이 두 가지는
모두 완전하게 시행하지 못하면 시원찮고 비효과적인 도구가 되고 만다고 말한다 ..
이 두 가지는 동일한 문제에 사용되는 대안적 원칙들이며 ..
이 두 가지 원칙을 혼합하는 것은 그 어느것도 작동하지 않게 하고,
그 중 한가지 시스템을 일관되게 적용하였을 때에 비해 더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

한편 자유사회에서는 법의 지배(rule of law)라는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
법의 지배란 정부가 모든 행동에서 미리 고정되고
선포된 규칙들에 의해 제약되는 것을 의미한다 ..
이 규칙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상당한 확실성을 가지고
당국이 주어진 상황들 아래에서 자신의 강제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할 수 있게 되고,
이런 지식의 기초 위에서 자신의 일들을 계획할 수 있게 된다 ..

국가는 단지 일반적 유형의 상황에 적용되는 규칙을 확립하는 일에
그 자신의 임무를 제한하여야 하며,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에 따라 변화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는
각 개인들에게 사적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각각의 개별 경우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이 상황들을 다른 그 누구보다 충분히 더 잘 알 수 있고,
거기에 자신들의 행동을 적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따라서 계획된 사회에서는 법의 지배가 유지될 수 없다.

일반적 규칙은 세세하게 미리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제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일반적 규칙이 특정 목적들 혹은 특정한 사람들에 대해
미치는 효과는 미리 알 수 없다.
입법자가 편파적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만 가능하다.

국가의 모든 행동이 입법에 의해 정당하게 권위를 인정 받기만 한다면
법의 지배의 이상은 보존된다는 믿음은 법의 지배의 의미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다 ..
히틀러가 그의 무한정의 권력을 완전히 합헌적 방식으로 획득한 것처럼 ..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독재조차 합법적 제도로 만들 수 있다 ..
법의 지배는 모든 것이 법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반대로 국가의 강제력이 미리 법에 의해 정의된 경우에 한해서 사용될 수 있고,
그 강제력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 것인지 미리 예측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한편 자유를 보존하려면 일정한 정도의 보장은 필요하다 ..
대개의 사람들은 단지 위험이 너무 크지 않은 동안에만
자유 속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

하이에크는 제한된 보장과 절대적 보장을 구분한다 ..
제한된 보장이란 모든 이들에 대해 주어지는
생존을 위한 일정한 최소한의 확실성에 대한 보장이며 ..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
하지만 절대적 보장 즉, 주어진 생활수준의 보장,
혹은 어느 한 사람이나 집단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비해 누리는
상대적 지위의 보장은 주어져서는 안 된다 ..
쉽게 말해 자유경제에 수반되는 소득의 가변성 ..
즉 경쟁사회에서는 일상사처럼 일어나는 소득감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경제적 보장 계획은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보장이 주어지는 경우에도 보장은 시장의 외부에서 마련되어야 하며,
경쟁은 방해 받지 않은 채 작동되도록 놔둬야 한다.
자유는 단지 가격을 지불하고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이에크는 복잡한 문명사회가 지탱할 수 있기 위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을 말한다 ..
우리 주변의 세계가 더 복잡해 질수록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우리의 개인적 꿈들과 계획들에 영향을 주는 힘들이 있게 되며 ..
그 어떤 사람도 이 힘들에 대해 점점 더 완전히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상호연관성들이지만,
이것들은 불가피하게 각 개인들에게는 숨겨진 알 수 없는 것인 반면,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모든 책임을 명백하고 피할 수 있는 당장의 원인에 돌리게 된다 ..
우리의 문명과 같은 복잡한 문명은 필연적으로
각 개인이 그 원인과 속성에 대해 그 자신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변화에
그 자신을 적응시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순응하기를 거부하게 되면,
이것이 우리 문명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

독립심, 자조,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
다수에 대항하여 자기의 소신을 지키는 각오,
기꺼이 자신의 이웃과 자발적으로 협력하려는 태도 ..
이 모든 것들이 본질적으로 개인주의 사회의 작동에 원천이 되는 미덕이다 ..

20세기 최고의 책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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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 경제 위기의 시대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와 무의미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오승훈 옮김 / 부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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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은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그럴듯한 돌팔이가 .. 자기가 지혜의 화신인 양 믿게 하는 경우가 흔하며,
얼토당토않은 경제 사상이 일반인들에게는 심오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흔하다 ..
그래서 나로서는 내가 신봉하는 종류의 경제학을 옹호하는 일을
다른 누군가의 몫으로만 맡겨 둘 수가 없다"고 말한다 ..

이 책에도 크루그먼의 그런 심정이 잘 나타나있다 ..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제학의 두 진영인
케인즈 학파와 보수주의 경제학파의 '진짜' 거시경제 이론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
그런 다음 그가 괴상하기 짝이 없는 학설이라 부르는
소위 부두교 경제학인 공급중시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의 정체를 폭로한 1부와

그런 괴상한 학설을 공식 이데올로기로 채택한
우파(공화당) 집권기의 경제상황을 살펴본 2부 ..
그리고 3부는 공화당 집권기 동안 학계에서 다시 부활한 신 케인즈주의 이론을 소개하고 ..
이번에는 우파의 경제학적 넌센스에 비견될만한
좌파(미국 민주당)의 경제학적 넌센스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

책을 읽으면서 그의 최근 서적 '미래를 말하다'가 자꾸 연상되는데 ..
187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를 다룬 '미래를 말하다'에 비해
이 책은 1973년부터 1993년까지의 좀 더 한정된 시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며 ..
'미래를 말하다'가 정치적, 사회적 변화들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의료보험과 같은 좀 더 구체적인 현실 문제를 다루는데 비해
이 책은 경제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서 거시경제학의 핵심 내용들을 풍부하게 다룬다 ..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을 좀 더 정리해보면 ..
1부는 거시경제학 개론서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으로 ..
경제학의 커다란 두 가지 수수께끼 ..
경제 성장률이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른 이유와 경기순환이 존재하는 이유를 놓고 ..
케인즈 학파와 보수주의 경제학파간의 설명과 처방을 비교, 설명한다 ..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통화주의와
로버트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이론(rational expectations)이 소개된다 ..

이어 보수주의 경제학이 득세하는 계기가 된
1973년 이후 70년대의 생산성 정체 상황을 배경으로
생산성이 둔화된 원인을 기술적, 사회적, 정치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
정치적 관점이 바로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의 대표적인 주장인데 ..
조세와 규제로 인한 시장의 왜곡과 유인의 감소 때문에 생산성이 둔화되었다는 것이다 ..

1부의 마지막은 합리적인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이 아니라
공급중시론자들이 1980년대 공화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과
그들의 정체와 주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본다 ..
저자는 이 시기를 정책 기획가들,
즉 정치가들에게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바를 말해 주는 경제학자들의 시대라고 말한다 ..

2부는 보수주의자들이 권좌에 있던 1980년대의 경제 실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보수주의 경제학이 약속한 핵심은 바로 성장이었는데
미국 경제의 성장은 레이건 집권 이전이든 이후이든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 ..

하지만 소득 불평등은 엄청나게 확대되었는데 ..
부유층은 더욱 부유해졌고, 빈곤층은 더욱 빈곤해졌으며,
특히 중산층은 설 자리를 잃게 된 상황을 살펴본다 ..
책에서 저자는 소득 불평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
최근 서적인 '미래를 말하다'에서 저자는 제도와 규범의 변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

이어서 부자들의 세금은 삭감해주고 군비지출은 증가시켰지만
씀씀이를 줄이지 못해 예산적자가 커진 상황을 고찰한 후
마지막으로 영국의 대처리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

3부는 공급중시론자들이 권력을 향하여 질주하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경제학계 내부에서 부활하고 있던 케인즈주의에 대해 살펴본다 ..
불완전 경쟁 시장과 완전하게 합리적이지 못한 개인들 간의
상호 작용을 바탕으로 한 신 케인즈주의 경제이론과
락인(Lock-in),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 경로종속(Path dependence)을 다루는
QWERTY경제학과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이론을 소개한다 ..
좌파(민주당)의 자유주의적 정책기획가라 할 수 있는
경쟁력에 집착하는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정체와 그들의 주장을 살펴본다 ..

이 책은 1973년 이후 20년의 시기를 대상으로
현실 경제와 경제 사상 및 정치 권력 간의 상호 작용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룬 뛰어난 경제서적이다 ..

책을 읽고 나니 정말 우울해진다 ..
저자가 어처구니 없는 학설이라고 한 공급중시경제학의 주장들이
MB정권과 함께 한국에도 점점 확산되고 먹혀들어 가는 현실이 한편의 블랙코메디같다 ..

살면서 깨달은 사실은 엉터리들이 보통 자신들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는 점이다 ..
이에 비해 궁극적인 해답은 잘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매력적일리가 없다 ..
하지만 크루그먼이 말처럼 "설명이란 것이 늘 가능한 것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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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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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겨라"
"작은 부자는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
살아가면서 점점 공감하게 되는 말인데 ..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역시 이와 매우 비슷하다 ..

우리는 성공한 사람을 보면 보통 개인적인 특성이나 자질에서
그 사람이 정상에 오른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데 ..
개인적인 특성만으로는 성공을 설명해낼 수 없으며 ..
성공은 재능과 노력, 환경과 기회 그리고 행운이 결합되어
탄생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사실 이것은 아주 특별한 주장은 아니다 ..
마케팅의 대가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가 쓴 자기개발서적 '마이 포지셔닝' 이나
전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 윌리엄 더건의 '전략적 직관' ..
인생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는 나심 탈렙의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
같은 책들에서도 유사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

하지만 글래드웰이 제시하는 풍부하고 흥미로운 사례들과
이를 맛깔나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해내는 그의 글솜씨는
가히 예술이라 할 만하다 ..

학년을 나누는 날짜가(사소한 차이가) 장기적으로 엄청난 격차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
캐나다 프로하키 선수들의 사례는 다소 충격적이었고 ..

선마이크로시스템을 창업한 전설적 프로그래머 빌 조이를 비롯하여
비틀스, 빌 게이츠를 통해 보여준 1만 시간의 법칙은
아무런 노력 없이 정상에 올라간 타고난 천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
한편으로 그들이 가졌던 독특한 기회와 행운 역시
그들의 성공에 빠질 수 없는 요소였음을 일깨워준다 ..

루이스 터먼(Lewis Terman)의 터마이트(Termites) 실험 결과는
충분할 만큼의 지능이 있다면 그 이상에서는
지능과 성취도 사이에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다는 것과 함께 ..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

명예문화에 깊이 영향을 받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 이야기와
완곡어법과 대한항공 조종사들 이야기, 그리고
중국, 한국, 일본의 쌀농사 문화와 그들의 수학적 재능사이의 놀라운 상관관계를
통해 보여준 문화적 유산의 힘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전통과 관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

혼자서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 ..
개인은 그가 속한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
그들의 성공은 특정한 장소와 환경의 산물이다 ..

역시 말콤 글래드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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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혁명의 서곡, 혁명적 예술가 2
폴 맥가 지음, 정병선 옮김 / 책갈피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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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개봉된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는
모차르트라는 개인의 천재성와 그 천재성을 시기한 살리에르란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

하지만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지적한 것처럼 ..
개인적인 특성만으로는 성공을 설명해낼 수 없으며 ..
성공은 재능과 노력, 환경과 기회 그리고 행운이 결합되어 탄생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

그런 측면에서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흐름 속에서
모차르트와 그의 작품을 검토한 이 책은
모차르트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모차르트의 새로운 모습은 다음과 같다 ..
모차르트는 1756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에서 태어났는데 ..
이 시기는 오스트리아 동맹과 프로이센 동맹간의 싸움이면서
해외식민지를 둘러싼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기나긴 싸움의 일환이기도 하였던
7년 전쟁이 막 시작된 시기였고 ..

볼테르, 루소, 칸트와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주요 저작들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모차르트 생애에 출간되었으며 ..
모짜르트가 사망한 1791년은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대혁명 직후였다 ..

이처럼 모짜르트가 살았던 시대는 사회적 모순이 분출했던 혁명의 시대로 ..
중세 봉건사회가 부르주아지의 출현과 함께
중앙집권적 절대 군주제로 변하는 시대의 한가운데였다 ..

18세기 음악가들은 대개 귀족의 궁정이나 성직의 위계에서 상당히 낮은 하인에 불과했고,
그들의 지위는 요리사 아래, 시종 위 어디쯤이었다고 한다 ..
당시 이미 명성이 자자했던 작곡가 하이든마저
생애 대부분의 기간을 헝가리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하인으로 봉직하며 ..
주인의 허락 없이는 여행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

모차르트의 아버지 역시 음악가 겸 하인으로 잘츠부르크 대성당에 봉직하고 있었고 ..
모차르트와 그의 아버지의 유럽 순회 여행은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허가를 받고서 이루어진 일종의 장기 휴가였다고 한다 ..

모차르트는 중세적 하인이라는 자신의 신분과 지위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
변화하는 세계는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
성장하는 부르주아지가 점차 중요한 청중과 풍부한 시장을 형성하면서 ..
음악가들과 작곡가들 역시 중세의 하인 신분에서 벗어나
스스로 노동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부르주아적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던 것 ..

1781년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 모차르트는
독립적 음악가로서 불안정한 삶의 첫발을 내딛는다 ..
생애의 나머지 기간 동안 그는 작곡가로 연주자로 재능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
그 10년이 모차르트에게는 가장 창조적인 시절이었다고 한다 ..

생의 대부분을 봉건적 하인으로 살았던 하이든과 ..
프랑스 대혁명이후 새로이 탄생한 부르주아 사회에서
독립적인 음악가이자 작곡가로서 상당히 성공적 삶을 살았던 베토벤에 비해
모차르트는 이 두 세계의 중간에 있었다 ..

그래서 그의 음악과 오페라는 사멸해 가는 낡은 봉건 질서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가 충돌하면서 겪게 되는 모순과 갈등을 담고 있다 ..
특히 모차르트의 위대한 예술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오페라인데 ..
모차르트가 1790년 말부터 1791년 초에 걸쳐 쓴 작품인 마술피리는
프리메이슨의 사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

오늘날의 프리메이슨은 무슨 음모론 뒤에 존재하는 비밀단체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
18세기의 프리메이슨은 기존 사회의 반동과 타락에 맞서
개혁과 진보의 편에 서 있었다고 한다 ..
모차르트는 한때 자신이 주도하는 프리메이슨 조직을 결성하려고 시도할 정도로
적극적인 프리메이슨 단원이었으며 ..
마술피리는 계몽의 문제를 가장 완벽하게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

이미지와 여백이 다소 많은 170페이지 분량의 다소 짧은 내용이지만 ..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흐름 속에서 모차르트와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매우 뛰어난 책이다 ..

http://blog.naver.com/moo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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