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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의 엄지
스티븐 제이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진화론 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초기 저작이다 ..
굴드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이 발간하는 Natural History Magazine에
27년 동안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에세이를 연재했다고 한다 ..
'This View of Life'라는 제목으로 매월 연재되었는데 ..
이 에세이들이 묶여 여러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
판다의 엄지는
최근 국내에 번역된 다윈이후(Ever Since Darwin: Reflections on Natural History)에 이은
그의 두번째 에세이집이다 ..
진화는 긴 안정 상태 이후 갑작스레 도약한다는 단속평형론과
진화는 계획되거나 특정 목표를 갖지 않으며 ..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는 굴드의 주장은 특히 유명한데 ..
이 책은 이러한 굴드의 대표적인 주장들과 함께
이후 수 십년에 걸쳐 출간되는 그의 저작들에 담겨질 모든 주제들을 대부분 담고 있다 ..
굴드는 리처드 도킨스와의 논쟁으로도 굉장히 유명한데 ..
도킨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저자의 흥미로운 비판 역시 하나의 에세이로 담겨있다 ..
책의 제목이기도 한 판다의 엄지는
진화론의 증거가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불완전성에 들어 있다는 역설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가 내세우는 하나의 사례이다 ..
일반적으로 최고의 설계에 해당하는 실례들 ..
예를 들어 나비가 말라 죽은 나뭇잎으로 위장하는 것과 같은 멋진 사례가
진화의 증거로 제시되는데 저자는 역설적으로 ..
현명한 신이라면 결코 택하지 않았을 경로이지만
역사에 속박되어 어쩔 수 없이 진행되었던 자연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보다 더 명확한 진화의 증가라는 것을 보여준다 ..
판다의 엄지손가락은 해부학적으로는 실제 손가락이 아니고 ..
요골종자골이라는 뼈가 손가락을 대신하도록 기능이 바뀐 것이라고 한다 ..
판다의 진짜 엄지손가락은 이미 다른 역할에 할당되어 있어
별도의 기능을 갖기에는 지나치게 특수화된 상태여서
물건을 붙잡을 수 있도록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손가락으로 변화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
따라서 판다는 손에 있는 다른 부분을 활용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
자연은 뛰어난 땜장이기는 하지만 성스러운 숙련공은 아니라는 것 ..
하지만 이처럼 제한된 원료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하고 적절한 설계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진화라는 것이 오히려 더 경이롭다는 것을 굴드는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나는 그 동안 진화론에 관한 서적을 읽으면서
굴드의 주장에 직관적으로 마음이 끌렸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깨달았다 ..
바로 내가 진화론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복잡계 이론이
그의 사상의 밑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 ..
굴드가 자주 언급하지 않아서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을 읽다 보면 여기저기서 복잡계 이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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