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탄생 - 캄브리아기 폭발의 수수께끼를 풀다 오파비니아 2
앤드루 파커 지음, 오숙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진화론과 고생물학에서 언급되는 주요 사건으로 '캄브리아기 폭발'이 있다 ..
캄브리아기의 경계인 5억 4,300만 년 전의 시간대를 넘으면서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다양한 생물종들이 폭발적으로 진화했다는 가설인데 ..

1909년 캐나다 서남부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발굴된 '버제스 혈암'이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화석 증거로 제시된다 ..
버제스 혈암의 해석을 둘러싸고 벌어진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스티븐 J. 굴드의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Wonderful Life)'라는 책이 자세히 다룬다 ..

굴드는 단속평형론을 주장하는 진화론자인데 ..
단속평형론이란 진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기 보다는
매우 긴 안정 상태를 거치다 갑작스레 도약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이론이다 ..
바로 캄브리아기 폭발처럼 ..

단속평형론은 진화론 분야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으로
진화론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에 의해 맹공격당하는 부분이다 ..
도킨스는 '눈먼시계공'이란 책에서 한 장을 할애하여 단속평형론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도킨스와 굴드의 논쟁은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 이란 책에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 ..

이처럼 캄브리아기 폭발은 진화론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는데 ..
캄브리아기 폭발의 수수께끼를 매우 새롭게 해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

저자는 캄브리아기 폭발에 대한 과거의 해석들이
캄브리아기 폭발과 선캄브리아 시대의 사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
동물의 내부설계와 외부형태를 구분해서 살펴보면 ..
모든 동물문의 내부설계는 캄브리아기 이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 것이
캄브리아기 폭발의 수수께기를 푸는 첫번째 열쇠라고 제안한다 ..

뚜렷한 내부설계와 겉모습을 함께 지닌 해면, 해파리, 빗해파리를 제외한 ..
나머지 35개 문의 동물들은 35가지의 서로 다른 내부체계를 이미 지녔음에도
겉모습은 모두 부드러운 신체형태를 지닌 벌레처럼 생겼었다는 것 ..

이를 저자는 '모두가 벌레' 시나리오라고 부르는데
내부설계의 다양성이 수억, 수천만년 동안
그 벌레 같은 몸뚱이들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는 얘기다 ..

따라서 캄브리아기 폭발은 정확히 말하자면,
엇비슷한 모양으로 이미 존재하던 모든 동물문들이
갑자기 딱딱한 외피 즉, 특징적이고 복잡한 겉모습을 갖게 된 사건으로 재규정된다 ..

그렇다면 캄브리아기 전에는 저마다 특색있는 표현형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
수수께기를 푸는 두번째 열쇠로 저자가 제시하는 설명은 '빛 스위치' 이론 ..

캄브리아기 벽두에 빛이라는 강력한 자극이 증가하였고
빛에 적응한 결과로서 시각이 출현하게 되었다는 것 ..
그리고 동물이 눈(eye)을 최초로 갖게 되면서 시각에 대한 적응이 시작되어
생명 세계의 법칙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폭발적인 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

이 책은 저자의 빛 스위치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갖가지 증거들을 탐구한 내용이다 ..
저자는 화석들로부터 수 많은 증거들을 찾아내고 ..
빛과 색, 현생 동물들의 색 발생체계에 대해 탐구하고 ..
눈과 포식자의 관계에 대한 흥미진진한 내용을 살펴본다 ..

책을 읽다 보면 '캄브리아기 폭발'이라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마치 탐정이 된 듯이 사소한 단서들 하나하나를 찾아내고
이를 꿰어 맞춰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저자의 상상력과 글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

저자의 설명은 굴드와 도킨스를 적절히 화해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

http://blog.naver.com/moo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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