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x -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
마크 레빈슨 지음, 김동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바비인형의 나일론 머리카락은 일본에서 만들고,
플라스틱 몸체는 타이완에서,
색료는 미국에서, 면 옷감은 중국에서 만든다고 한다 ..
이것이 오늘날 세계화의 모습이다 ..
이런 세계화를 가능하게 한 여러 요인 중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운송 수단의 혁신일 것이다 ..

이 책은 세계화를 가능하게 한 운송수단에 관한 이야기면서
혁신에 관한 이야기이며 ..
말콤 맥린(Malcom McLean) 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오늘날 보편화된 컨테이너 화물 운송은
1956년 아이디얼X호에 실려 뉴저지 주 뉴어크에서 휴스턴으로 옮겨진
알루미늄으로 만든 58대의 강철박스에서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

컨테이너를 도입해 해운산업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인물은
당시 트럭 운송산업의 거물이었던 말콤 맥린(Malcom McLean) 이라는 인물이었다.

대부분의 혁신이 그렇듯 컨테이너도 맥린이 처음으로 발명한 것은 아니었다 ..
화물 강철박스는 맥린 이전 수십 년 전부터 모양과 크기만 달라졌을 뿐,
사람들이 사용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
19세기 후반 이미 거대한 박스포장 운송방법이 종종 시도되었고 ..
화물 컨테이너가 사용되기도 했지만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진 못했다 ..

맥린이 달랐던 것은 화물이 움직이는 전 과정에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
맥린은 전체 시스템 즉, 항구, 선박, 기중기, 창고 시설, 트럭, 기차
그리고 수송과정에 대한 모든 부분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믿었고
이를 위해 엄청난 도전을 감행했고, 그 결과 세상을 바꾸었다 ..

컨테이너 선박이 최초로 세상에 선보인 1956년 이 후에도 컨테이너가 보편화되고
세계적인 운송수단으로 인정될 때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
십 수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컨테이너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분분했고,
많은 운송사업 거물들 조차 컨테이너의 등장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1962년 당시 컨테이너 화물운송은 아무나 손댈 수 없는 위험한 사업으로 인식되었다 ..
당시 미국 동부지역의 경우 뉴욕 항구 전체 화물의 8%가 컨테이너에 담겨 수송되었고,
서부에서는 전체 화물의 2% 미만 정도가 컨테이너에 실려 수송되었으며,
대부분의 화물은 지난 수 십 년간 써오던 방법대로
비포장 상태에서 트럭이나 유개화자, 브레이크 벌크 선박의 창고에 실려 이동되었다 ..

이렇다 보니 컨테이너에 의한 경제적 영향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고,
많은 해운업계 지도자들은 컨테이너의 미래는 없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고 한다 ..

이 때 대부분의 혁신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우연'의 힘이 발휘되는데 ..
컨테이너와 관련된 많은 혼란을 수습한 장본인은 뜻밖에도 전쟁이었다 ..
베트남 전쟁에 미국이 나섰고, 많은 군용물자를 전쟁터로 수송하는 데에는
컨테이너만큼 유리한 수단이 없었다고 한다 ..
미군은 컨테이너 보급의 막강한 후원자가 되었고 ..
1967년 컨테이너가 사용되어 베트남에 군수물자가 수송된 이 후
컨테이너는 보편화되기 시작된다 ..

컨테이너가 보편화되기 이전 1961년 미국의 경우
총수입 비용의 10%, 총수출 비용의 12%가 해운비용이었고 ..
어떤 제품은 가격의 25%가 운송비였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운송비에서 가장 비쌌던 부분은
자국의 항구에서 배에 짐을 싣는 과정과 바다 건너 항구에서 배의 짐을 내려
트럭이나 기차에 싣는 과정에서 드는 인건비였다고 한다 ..

그래서 기업들은 소비자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었다 ..
하지만 컨테이너 운송이 보편화되면서 엄청나게 저렴해진 운송비는
운송의 대혁명을 가져왔고, 나아가
'누가 무엇을 어디에서 만들 것인가'에 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컨테이너 운송은 전통적인 경제방식을 깡그리 무너뜨리고
도시와 기업과 노동자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

노동계급들은 컨테이너 사용을 저지하고자 항구에서 파업을 단행하기도 했고 ..
일부 항구들은 전통적인 부두와 창고 정비에 여전히 많은 돈을 쏟아부으며
컨테이너 수송이 일시적인 유행이길 바랐다 ..
하지만 컨테이너는 결국 전통적인 항구 전체를 완전히 쓸모없는 불모지로 만들어놓고 ..
경영자들의 사업 구획 결정까지 송두리째 변경시켜 버렸다 ..

이 책은 이런 운송산업의 혁신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
컨테이너가 보편화되기 이전의 전통적인 화물 운송 풍경과 부두 노동자들의 삶 ..
초창기 컨테이너 시스템의 기술적인 문제들과 표준화의 과정 ..
새로운 항구도시의 탄생 등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

나아가 이 책은 혁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혁신은 처음에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
그 과정에 우연과 행운이 등장하기도 한다 ..
그리고 혁신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자비하다 ..

세계화와 혁신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저작이다 ..
말콤 맥린이라는 인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

http://blog.naver.com/moo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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