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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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우리말로 수필인데 수필에는 경수필과 중수필이 있다.이 책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중수필에 가깝다고 생각된다.일상적인 에세이 같지만 주제의식이 심오하면서 또 저널리즘적 성격을 가진다.마치 취재한 결과처럼 에세이치고는 객관적이고 날카롭다.날이 서있다는 말에 가장 잘 맞는 책이다.그리고 더 날카로워지길 갈망하는 책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측면에서는 수전 손택과 닮았다.그러나 수전 손택보다 새롭고 어쩌면 더 날카롭다.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사실 앞에서는 분명히 객관적이다.그러나 그 사람들의 감정에 다가서려는 태도 역시 분명하다.

현대인의 가장 큰 병은 고독이라고 한다.그런 고독은 소수자들에게 더 심하다.책을 읽으면서 소수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소수자를 이해하는 일은 언젠가 소수자가 될 수도 있는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어주는 일이다.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고 힘든 시간도 겪기 마련이다.예리하면서도 사회비평적 성격이 있는 이 책은 비평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날카로우면서도 인간적인 비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냉정한 관찰, 예리한 시선, 인간적인 사고가 결합했을 때 독자를 감동시킨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널리즘에서 사진은 빼놓을 수 없다.한 장의 사진에도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이다.사진에 대한 사연을 경청하는 일은 상대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일과도 연결된다.책을 읽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백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인상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야기 속의 진실보다 사진 속 진실이 더욱 직관적이기 때문이다.사진을 예술이 아닌 현실과 결부 지어야 한다면 삭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그러나 그런 현실성이 이 책의 매력이다.현실에 존재하는 사랑 역시 찾아내기 때문에 마냥 삭막하지는 않다.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맞설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현실 앞에 매서우면서도 인간적이고 박학다식한 작가의 글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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