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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하재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2월
평점 :
엄마라는 말은 희생을 떠올리게 한다.이 책에는 그런 엄마의 인생 또 딸의 인생을 담았다.할머니에서 손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삶을 다룬 책이다.다소 불행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지만 그래서 사실감이 뛰어난 책이라고 생각된다.우리는 모성이라는 말을 별 생각 없이 쓰지만 그 개념은 논쟁적인 부분도 있다.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소중하지만 때때로 여성을 옭아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이 책은 그런 비판의식이 강한 책이다.또 여성의 삶을 제대로 읽는 일의 쉽지 않음도 알게 되는 책이다.누구나 타인의 삶을 읽는데 오독이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도 상기시켜 주는, 겸손한 책이다.
전통적인 여성들은 가정에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는 고립된 측면도 있었다.이 책은 그런 여성의 삶을 심리학적으로 그리고 사회학적으로 분석한다.책을 읽으면서 기성세대의 삶이 참 고달팠다고 생각했다.가족의 사랑을 논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산 사람들도 많았다.물론 그중에서도 저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살기는 했지만 기성세대, 특히 기성세대 여성의 목소리는 생생하게 잘 담긴 책이다.사회의 모순은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아프게 느껴진다.이렇게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는 논픽션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의 서사는 여성의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동시에 충분히 개인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서사다.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말이다.책을 읽고 아내나 엄마로서가 아닌 개인의 서사를 다루는 일이 그 개인의 삶에 의미를 풍부하게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특히 가부장제 속에서 살아왔던 여성들에 대해서 그렇다.물론 그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시작된다.또 여성의 이야기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적 맥락도 잊지 말아야 된다.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 담긴 개별성과 이야기를 둘러싼 사회의 맥락을 연결짓는 일은 소외된 사람의 인생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여성, 특히 엄마의 삶에 담긴 사회적 의미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