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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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간다.사회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음을 알아도 개인에게 그걸 다 고쳐놓을 수 있는 힘이 있지는 않다.그리고 모두가 각자 자신의 일로 바쁘다보니 다른 사람의 처지를 알아도 외면하게 된다.사회생활을 배운다는 말의 의미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나 우리 사회를 외면하는 능력을 가진다는 말을 뜻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우리에게는 공감능력, 양심이라는 개념이 있고 따라서 항상 침묵하지는 않는다.침묵을 강요할 수도 있지만 계속된 침묵을 요구할 수는 없다.이 책에서는 그렇게 여러가지 이유로 감정이 다친 사람들과 그 주위의 사람들을 조명한다.다친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 두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소설을 읽었다.


우리도 그렇지만 모든 사회가 감정 표현에 대해서 나름의 도덕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개인의 솔직한 감정 표현을 권장하는 사회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솔직한 감정 표현은 갈등으로 번져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감정 표현을 어느정도 절제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책 속 주인공들도 그렇기 때문에 감정이 더 크게 다치고 또 곪아간다.그러나 참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힘든 처지에 놓였으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과연 우리는 그럴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하는가?감정표현은 현재의 상태에 대해서 의문을 불러오고 고통받는 사람 주위의 맥락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정체성에서 나온다.사람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것이 이름이다.이름은 당사자가 스스로 짓지 않았고 당사자의 부모가 지었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가장 대표적으로 상징한다.우리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이란 무엇일까.지나치게 사회에 편입되어서 수동적인 개인일 수 있다.모두를 위한다면서 한 사람도 위하지 않는,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이란 무엇일까.물론 개인주의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이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그 모든 상황이 베스스컷은 아니겠지만 베스트컷에 가까워지고 있다.약자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누구든지 자신의 이름을 존중받는 느낌으로 들을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책 속 인물들에게 위안이 되겠다.그 책 속 인물들은 다름 아닌 우리 모두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 카페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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