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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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퀴어 문학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역사성이 곁들여져 있는데다 풍경 묘사까지 아름다워서 흠뻑 빠져 읽었다.1980년대 동유럽에서 민주화의 불길이 치솟을 때 그 흐름 속에서 청춘들은 고민했다.자유와 적응 사이의 고민이기도 하고, 동시에 사회와 개인의 삶 사이의 고민이다.사실 그런 고민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항상 존재했다.이 책에서는 그런 고민과 동성애 문제를 함께 다룬다.동성애는 금기시되는 사랑이기 때문에 더더욱 머릿속이 복잡해질 것이다.그런 복잡한 머리와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소설 속에서 느껴진다.원래 청춘은 방황한다.그런데 시대가 이렇다보니 그 방황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비록 시대가 다르지만 68혁명 당시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몽상가들이라는 영화가 있다.혼란스러운 시대에 청춘들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 책에서도 몽상가들이 나온다.그 영화가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소설 속 청년들은 몽상가들이다.물론 현실주의적인 인물도 있지만, 청춘들은 원래 몽상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몽상가라는 말 자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들은 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혁명가와 통한다.역사를 돌이켜보면 실패한 혁명가는 몽상가 취급을 받고, 성공한 몽상가는 혁명가 대우를 받는다.통제 일변도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유를 꿈꾸는 청춘들은 몽상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몽상가는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어느 방향으로 헤엄칠까.책 제목처럼 시대는 어두웠지만 밝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그런 환경 속에서 어느 방향으로 헤엄치는지는 개인에게 달렸다.함께 헤엄칠 수도 있고, 혼자 헤엄칠 수도 있다.마음속 꿈꾸는 이상향으로 나라를 움직일 힘이 개인에게는 없을 수 있지만 그런 방향으로 팔을 휘저을 수는 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말이다.비록 사회의 편견이 존재하는 동성애지만 사랑은 여전히 신비롭고 상대에 대한 마음은 진정성이 있어보인다.그렇기 때문에 사회주의에 대한 저항은 단순히 체제에 대한 저항을 뛰어넘어서 더 넓은 의미의 자유에 대한 지향이다.아름다운 퀴어문학을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 카페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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