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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싶어질 때마다 보는 책 - 페미니스트 아내의 결혼탐구생활
박식빵 지음, 김예지 표지그림 / 푸른향기 / 2021년 3월
평점 :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이혼이 증가하다 못해 비혼까지 생겨나고 있는 사회현상은 기존의 가족제도가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다.기존의 가족제도를 둘러싼 가부장적인 사회문화 때문에 여성은 결혼 후 시댁살이를 한다거나 사회진출이 제약받는 문제가 있었다.또 가부장 문화는 다름 아니라 남성에게도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줬다.그래서 비혼을 이야기하는 젊은 세대가 많이 늘어났다.자연스레 결혼은 했지만 그런 문제들에 익숙하지 않은 과도기적인 세대들은 이혼 위기에 직면했다.이 책에서는 페미니스트면서 동시에 아내이자 엄마인 한 여성의 이야기가 나와있다.우리사회에서 한 남성의 아내, 한 아이의 어머니로 살면서 주체성을 지키기는 힘이 든다.그래서일까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많은 며느리들이 고부갈등 때문에 고생한다는게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알려졌다.요즘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그래도 아직 기혼 여성의 인간관계에서 시댁 문제는 크게 느껴진다.결혼이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결헙으로 여겨지는 한국 사회인 만큼 결혼생활 과정에서 며느리와 시댁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꽁깍지 때문에 무작정 하게 되면 후회하기 쉽다.남녀 모두 그렇겠지만 특히 여성은 상대쪽 집안에 대한 고려도 한 수 밖에 없다.결혼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집안 이야기가 나와서 씁쓸하지만 말이다.모든 일이 그렇듯이 결혼도 뜻만 있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때가 맞아야 된다.여러 조건을 계산하다보면 그 때를 놓치기도 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타협해야 된다.저자는 이미 전작에서 시댁과의 관계에 대한 글을 썼다.그리고 이 책에서도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기혼 여성들의 고충을 정말 잘 써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딩크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결혼 후 생활에서 육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결혼 이후에도 부부 각 개인의 사생활은 일단 제한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부부의 사생활은 더욱 축소된다.아무래도 남성들이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는 한국의 현실 때문에 육아의 부담도 아내에게 많이 주어지기 쉽다.이 부분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이 강하다.그래서 자녀를 언제, 얼마나 낳을 생각인지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또 여자 아이를 키우다보면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 아이에게 덧씌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좋은 육아,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까.가치관이 다원화되고 사회의 분위기도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정답을 찾기란 참 어렵다.일단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는 길이다.여자아이가 귀여운 토끼 인형을 가지고 놀건, 멋있는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건 아이의 선택에 맞겨야 되지 않을까.
결혼생활과 육아의 어려움이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사람들이 결혼을 택하는 것은 관습적인 이유도 있지만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한 배우자와 평생을 함께하며 아이를 낳고 기르겠다는 의지가 있어서다.모든 아이, 모든 생명이 소중한 만큼 참 고귀한 일인데 그 과정에서는 고통이 따른다.그 고통을 이겨내야 성숙해질 수 있다.의미있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당연히 진통이 생기게 마련이다.한숨이 나오더라도 그 진통을 극복하고, 다음 세대에서는 이런 진통이 덜해지도록 혹은 다음 세대가 이런 진통을 더 잘 극복하도록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해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