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
도재경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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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고 하는데 막상 읽어보면 글쓰기에 매우 능숙한 느낌을 준다.작가는 심리학자나 신경과학자 못지않게 기억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통찰력을 보여준다.우리의 기억은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고 왜곡도 불가피하다.그러나 기억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부정한다면 인간의 삶과 이야기 자체를 부정하는 일에 불과하다.특히 피해자들의 기억은 고통 속에서 변형을 겪기 쉬운데 이런 현실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부정한다면 가해자만 보호하는 일이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필연적으로 상상한다.그리고 일정 부분은 망각하고 나머지만 기억한다.이 기억은 그 사람에 대한 나름의 머리 속 기록물이다.망각은 왜 하는가?단순히 뇌의 용량이 부족해서일까?그게 아니라 내가 들은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재구성하는 일이다.그래야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역사에 대한 재구성은 왜 필요할까.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배제되어 있는 이야기들, 민중사 혹은 구술사도 역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기존의 역사해석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이런 부분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다양한 역사책들을 읽어보자.


망각이 인간의 기억을 더 좋게 하려는 하나의 대안이라면, 그 과정에서 우리는 보다 많은 진실을 담으려고 노력한다.그 실천은 다른 사람에 대한 내 기억이 그 사람과 공동의 영역을 가지게 하려는 것이다.내 방식대로 바꿔서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과정이 보다 공정하게 이뤄지기 위함이다.구술사를 공부하면서 이런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재구성되어서 퍼져나가는 이야기들에 대해 매체에서는 객관을 이야기하지만, 우선 구술자를 신뢰하고 그 사람 고유의 목소리에 집중해보자.그게 과거의 인간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객관성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어버리는 기존의 역사가 아쉽고 보다 인간적인 역사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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