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유산 - 역사와 과학을 꿰는 교차 상상력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기획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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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은 과학기술 측면에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사실 과학이나 기술을 자랑하기 쉽지 않았다.선조들이 생활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지만 과학과 기술보다 유교 성리학을 내세웠던 조선시대를 생각하면 그렇다.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생각이 많이 바뀐다.저자들의 이야기를 따라서 전통 문물을 다시 살펴보면 그것들이 첨단 기술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책에서는 역사학 전공자들과 공학 전공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문화재를 현장에서 다루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작업하면 얻을게 많은 만큼 어려움도 따른다.서로의 배경지식이나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그러나 학문의 융복합화는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길이다.그런 측면에서 결과물인 도서도 훌륭하지만 시도 자체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전통유산과 첨단과학을 같이 생각해보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인문학자들의 과학기술 소양 만큼 엔지니어들의 인문학적 상상력도 중요하다.고려대 교수진들은 지금 첨단과학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의 이야기에 대해서 충분히 관심으 가졌다.엔지니어라고 해서 왜 역사에 관심이 없겠는가.기술의 변천을 살펴보는 일도 엔지니어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그 기술의 변천을 살펴보는 것은 결국 기술의 변천에 관여한 사람들에 대해서 공부하는 일이기도 하고 결국은 인류 역사 공부가 된다.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들이 모두 역사, 인문학과 연결되어 있다.이런 전문가들의 통섭적인 접근은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과거를 살펴봐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자연과학대나 공대의 역사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보면서 인문학도들도 자연과 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왜냐하면 자연사 박물관도 결국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과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풍경을 그리던 미술은 드론을 포함한 항공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거기에 더해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전통유산의 보존에 대해서도 더 나은 수단을 가지는 결과를 불러왔다.사극을 보면 형형색색의 관복들을 볼 수 있다.왕과 대신들 그리고 궁중의 여인들은 모두 예쁜 비단옷을 입고 있다.왕의 옷과 신하들의 옷은 그 색깔이 정해져 있었다.심지어 법으로까지 규정한다.그만큼 색은 과거에도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지금의 과학기술은 색의 세계를 디지털의 세상으로 확장시켰다.한국의 자랑거리인 도자기 그중에서도 백자는 조선의 자랑이었다.그 백자 속 무늬는 어떤 과학 원리나 기술 공법에 기대고 있을지 배워보자.우리는 석기 시대-청동기 시대-철기 시대라는 역사 구분법을 배웠다.그러나 철기 시대가 들어선 이후에도 철을 다루는 방법이 발전되었음은 자세히 배우지 못한다.특히 한국의 철강 다루는 기술은 매우 뛰어난데 그 현대의 기술력을 이해하기 전에 제철의 역사에 대해서도 사인검과 기가스틸에 중점을 둬서 읽으면 좋다.과거에는 지식이 기득권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인쇄술의 발달로 책을 구하기 쉬워지면서 누구나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변했다.한국에는 근대에 들어와서 그런 출판이 이뤄졌는데 그 중심에 보성관-보성사가 있다.4차 산업혁명의 중심기술로 여겨지는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정보를 훨씬 잘 정리해서 가져다준다.그러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서 주의할 필요도 있겠다.그 이외에 전통 지도와 구글 자율주행차를 대비한 전통 지리 인시과 현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지리 이용을 비교해봐도 좋을 것이고, 교통 통신과 시간 그리고 생명에 이르기까지 인간 본연의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다루고 있으니 역사 공부와 과학기술 트렌드 공부를 책 한권으로 하는 일석이조의 독서가 되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보고 따라잡기도 바쁜데 무슨 옛날 이야기를 하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변화가 모두 과거에서부터 흘러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현대 과학도 역사적 흐름에 기대고 있는 만큼 최첨단 문물을 보면서도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전통유산을 잘 살펴보고 또 그걸 바탕으로 인문학적 창조력도 길러보자.전통과 현대를 교차하면서 사고하면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인문학적 창조력은 인문학만 공부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인문학자에게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과거가 보기에 따라서는 황금보다 귀한 보물이 될 수도 있다.독자의 전공을 불문하고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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