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돼지의 눈
제시카 앤서니 지음, 최지원 옮김 / 청미래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땅돼지라는 동물은 생소하다.한국에 서식하지 않는 동물이고 이름과는 달리 돼지보다 쥐에 가깝다.이 땅돼지를 둘러싼 미국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궁금증을 가지고 독서한 결과 매우 잘 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박제 땅돼지라는 다소 놀랄만한 물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치와 더 나아가서 사회적 도덕의 위선에 대한 풍자였다.그 풍자는 매우 기발했고, 또 동물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이솝우화가 잠깐 생각나기도 한다.이처럼 땅돼지라는 우리와 거리가 있는 동물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은 매우 쉽게 읽히고 무거운 교훈 만큼이나 재밌다.


남성 보수 기득권과 그 권력의 문화적 배경인 보수주의는 위선과 관련되어 있다.동성애나 낙태와 같은 문제를 꺼림칙하게 여기지만 보수주의도 그런 성적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현대 정치 세계에서도 사적인 문제로 낙마하는 정치인은 수없이 많았다.권력을 향해 나아가면서 자신의 개인적 문제들을 감추고 위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언젠가는 돌출되어 사고를 칠 수 밖에 없다.그리고 그 사고는 늦어질수록 커진다.문제가 쌓일수록 더 심각하게 드러나며 관련된 사람들은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 사고란 낭섬권력의 한계와 문제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하원의원이라는 사회 지도층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보여야 할 언행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사회적 규범이 있다.그 규범에서 벗어난 사람은 억압적인 풍토를 대변하는 사람일 수 있고, 그 속에서 생겨난 피해자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기서는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존재다.우리의 내면은 모두 같은데 그 내면을 꽁꽁 숨기고 포장하면 병이 난다.동물학자의 사냥과 박제사의 박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책을 읽어보면서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사람의 순수한 마음과 사랑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들면 탈이 생기는데 이 책도 일종의 사랑 소설인 측면이 있다.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 소설에는 항상 사랑의 방해꾼도 있기 마련이다.그 방해꾼은 사회와 문화가 될 수도 있고 정치와 권력욕이 될 수도 있다.땅돼지라는 원시동물을 통해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려는 말이 무엇이었을지 생각하면서 읽어보자.사회의 눈치를 보기 바쁜 한 개인의 비극이 긴 세월 누적되면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자.현실의 모순은 영원하지 않다.사람이 만든 모순은 사람이 없앨 수 있다.한국사회나 문화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대안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책을 펼치자.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