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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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작가의 전작 <세 갈래 길>은 한국에서도 많이들 읽었고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 책의 저자가 쓴 소설은 또 어떨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었다.영화 감독과 배우를 겸하는 저자의 이력도 참 특이하다.영화는 소설보다 늦게 나온 새로운 매체인데 저자는 그런 매체의 연출과 연기 양면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뿜어낸다.여성작가인 저자는 여성들의 삶에 대해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여러 방면으로 이야기를 해도 부족할 수 있겠다.영화 시나리오와 소설은 그 작법에 차이가 있는데 양쪽을 오가며 활동하는 저자의 저력이 놀랍다.그런 저자의 책을 집어들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들에게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독립된 공간의 존재가 작가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동시대 여성들의 고된 삶에 공감하고 걱정한 울프의 조언은 울프 사후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아직도 자신만의 방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그중에서 상당수는 당연히 여성들이고, 이 책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부모나 사회의 요구로 자신의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사회에서 정한 길만 쫓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공허해질 수 있지만 의미를 찾는 일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단순히 선을 실천하는 일이 아니다.다른 사람과 교감하면서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사연을 들으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이 책에서는 집 없는 여성에게 다가가고 있지만 다른 무언가라도 괜찮다.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만의 이야기,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구석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그 사람도 분명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낼 권리가 있다.


이 장편소설은 길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그것은 내가 해석하기로 여성을 포함한 우리들의 연대다.여기서 말하는 우리들이란 삶이 투쟁이자 고통인 사람들이다.그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봉사자는 그들에게 이방인이고 경계의 대상이지만, 분명 도움을 줄 수 있다.꼭 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이다.비인간적인 상황을 접하고 방황하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가간 변호사 주인공은 정신적으로 보다 성숙해졌다.프랑스 소설이지만 이 소설의 이야기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의미를 가진다.아마 프랑스보다 여성들의 삶이 더욱 비참한 경우가 세상에는 많을 것이다.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하고, 함께하려면 포기하지 말고 불신을 버려야 한다.여성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자.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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