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죽기 전에 꿈을 꾼다 - 호스피스 의사가 만난 1,400명의 죽음
크리스토퍼 커 외 지음, 이정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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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우리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걸 터부시해서 그런지 죽음의 과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죽어가는 과정은 슬픈 과정이고 거기에 대해서 잘 알려고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호스피스는 더 이상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보호하고 고통을 완화하는 곳이니 만큼 호스피스에서는 환자들의 죽음을 매우 자주 목격할 수 있다.이 호스피스에서 오랫동안 일한 저자는 수많은 환자들의 죽음을 본 전문가면서 죽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임종 직전의 사람은 어떤 특이한 정신적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 상태를 단순히 이상현상으로 보고 넘기기는 어렵다.왜냐하면 그때의 상태가 환자에 대해서 더 많은 인간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이 책은 임종에 다다르는 환자들의 모습과 그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는 환자들의 삶 그리고 환자와 가족들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생물학적, 의학적으로 규명하는 일과 별개로 그 과정을 대중들이 이해하고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숙제가 아직 남았다.병상에서 지내는 환자의 마지막 목소리는 인생을 집약한 것이기 때문에 무시하기 어려운데,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일 경우 더욱 그렇다.부부나 부모지간에 상대방을 잃는 것은 큰 고통이지만 그럼에도 상대방과의 이별을 잘 기억하려면 환자가 맞는 죽음의 주관적인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 책에서는 의학적 데이터를 뛰어넘어서 환자 개개인의 목소리가 잘 들릴 수 있도록 인터뷰도 활용하고 있다.또 안타까운 마음에 묻히기 쉬운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부모의 사랑에는 끝이 없는 만큼 아이들의 죽음은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그러나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 있다.우리가 서로 다른 만큼 아이들도 그렇다.죽음은 마냥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맞게 되는데 행복한 삶은 행복한 죽음을, 불행한 삶은 불행한 죽음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죽음을 맞는 사고방식이 바뀌면 보다 차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남겨진 사랑들에게 보다 덜 고통스럽고 모두가 희망적인 모습으로 이별하는 일이다.죽음에 대한 해석이 필요할까.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 해석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일도 괜찮겠다.세상을 떠나는 고인에게 임종을 앞두고 꾸는 특별한 꿈은 위안이 될 수 있다.그것은 현대 의학이 제공하기 어려운 보다 내적인 부분이다.우리의 자아가 마지막을 대하는 방식이다.최후의 순간에 가까워지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야말로 정신적 영역이며 의학은 보다 이 부분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보호자를 비롯한 지인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환자들은 죽음에 다다르는 과정 속에서도 긍정의 마음을 품는다.세상에 대한 연대감을 강화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아름다운 기억을 남긴다.


혹시 주변에 아픈 사람, 곧 떠나보내야 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한다.요즘 의사들을 포함한 전문직종의 에세이가 종종 나오는데 그중에서는 읽어볼만한 책도 많이 있다.이 책 역시도 우리 모두가 겪게 되지만 놓치기 쉬운 죽음을 잘 다루고 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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