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모두들 아버지는 동물과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중략)그는 동물들만의 특별한 언어를 알고 있었다.그에게는 그런 재주가 있었다."(17페이지)


"아버지에게 죽음은 최악의 것이었다.물론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최악의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아버지에게는 특히 더 끔찍했다.지상에서의 그의 기능을 앗아가는 병이 점점 심해지던 순간, 죽음을 준비하는 마지막 몇 년 간은 더욱 그러했다.비록 그에게 그 시간이 다음 생을 위해서는 이로웠을지라도 말이다.더 나쁜 것은 그가 늘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는 그것을 너무나도 싫어했다."(27페이지)


"모든 것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이젠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어.음,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 조건이 필요한지, 윌리엄, 너는?"

(중략)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해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아버지가 위대함의 망토를 입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것뿐이었다.아버지는 그 위대함을 더 넓은 세상에서 추구했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내내 바로 여기, 집에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37~38페이지)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성향 중 내게 물려주고 싶은 덕목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인내

야망

좋은 성품

낙천성

지적 능력

상상력

그는 이것을 슈퍼마켓에서 주는 누런 봉투 뒤에 적어놓았다.전에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 덕목들이 필요했지만, 이제 그 덕목들은 아무런 보상 없이 나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었다.갑자기 그는 내가 빈손으로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기회인지, 그리고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달았다.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는 끝없이 광활한 공간을 봤고, 그 공간을 채우고 싶은 욕망을 봤다.그리고 나를 채우는 일은 아버지인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174~175페이지)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한 책이면서 저자의 장편 데뷔작이다.데뷔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바뀌는 시점 속에서도 이야기가 탄탄하게 연결되어 있다.아버지 세대의 생활상이 잘 그려져 있고, 비록 자주 떠나서 집에는 별로 없었던 아버지지만 그에 대한 추억도 듬뿍 담겨있다.많은 경험을 한 이야기꾼인 아버지 덕분에 같이 있던 시간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책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지면 그 사람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이 책의 아버지 역시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또 허황되면서도 재치 있는 유머가 진지한 대화를 방해할 수 있지만 어쩌면 그런 유머야말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가정에 소홀했던 아버지의 회고가 대중매체에서 많이 다뤄진다.이 책 역시 노쇠하고 삶의 끝에 선 아버지가 아들과 대화하는 책이지만 보다 유머러스하고 (비록 사망을 목전에 둔 상황이지만) 다정한 분위기로 그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