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직접적인 존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2020년까지 우리가 경로를 바꾸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인류와 인류를 지속시켜주는 자연계에 파멸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


"이웃의 고통과 미래세대의 생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가 윤리적 존재일 수 있겠는가?지구에 사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9페이지, 고려대 윤태웅 교수의 추천사)


"세계는 과거부터 인류가 선택한 것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졌습니다.마찬가지로 미래 세계 역시 이 순간부터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이 축적되어 이루어질 것입니다.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할까?"라고 질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야 합니다."(11페이지)


"소빙하기 그린란드에서 펼쳐진 바이킹의 '소멸'과 이누이트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이 자연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고 말해준다.가혹한 환경에서 인간 사회가 소멸 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42페이지)


"기후변화는 현재와 미래가 과거의 연속선상에서 벗어나도록 만들었다.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바이킹 이야기는 지금까지 기후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대부분의 가치와 체계가 한순간에 무력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소빙하기보다 격렬하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기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다."(43페이지)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거치면서 환경보호를 도외시했다.환경보호를 적극적으로 신경 쓴 건 민주화 이후다.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의 환경보호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정책기본법은 1990년에 제정되었다.그러다보니 30년이 흐른 지금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환경보호란 결국 사람을 포함한 지구의 생명들을 지키고 배려하는 것을 의미한다.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수많은 생명이 탄생했지만 인류세라는 말이 상징하듯 지금 인간의 위상은 남다르다.인간이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이 과정에는 수많은 우연이 포함되었고 인류는 그때그때마다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서 적응했다.적응하지 못한 집단은 사라졌고 적응한 집단만 살아남은 것이다.


문제는 과거에 적용되었던 방식이 이제 소용이 없고 심지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자연으로부터 위협받았던 시대에 자연을 물리치고 개척하려고 했던 것은 그때의 시점에서 타당한 방식이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아니다.이미 오래 전부터, 수없이 진행되어 온 과학적 연구에 따라 상수로 여겨지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면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아주 먼 미래나 다른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우리를 위해서 온실가스 규제가 필요하다.각종 자연재해들이 보여주는 극한 날씨를 보면 알 수 있다.미래의 위기는 갑작스럽게 닥쳐와서 우리가 쌓아놓은 문명을 한순간에 지울 수 있다.하버드 대학의 조지 월드 교수는 이미 49년 전인 1970년 강연에서 환경오염, 인구과잉, 핵 전쟁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3대 위험으로 선정했다.지금부터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도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고 이미 상당수 진행되었다.과학계의 경고가 오래 전부터 나온 만큼 시간은 부족하다.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해법은 민주주의다.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티아 센은 경제학자면서도 윤리와 철학을 이야기한다.그는 개인의 실질적 자유와 정의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면서 그 원동력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민주주의는 개인의 탐욕, 기업의 이윤이 아닌 공동체의 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를 이끈다.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더 잘 대응하려면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또 기후변화는 정의, 안보, 과학의 문제이기도 하다.악마는 뒤쳐진 자부터 잡는다는 서양의 속담이 있다.기후변화는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가난한 나라들부터 피해를 입힌다.그들은 그 피해를 방어하고 이미 입은 피해를 복원하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책임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부정의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더 강하게 촉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미국 국립외교원장인 리처드 하스는 "주권적 의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상 국경선 밖의 사람에게도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또 세대간 정의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우리가 마음껏 자원을 쓰고 그 망가진 지구를 후대에 물려주면 결국 우리의 쾌락에 대한 책임을 후손들에게 전가하는 모습이 되어버린다.그리고 늘어나는 글로벌 인구, 환경 파괴, 낮은 식량자급률, 높은 대외의존도가 우리나라로 하여금 기후변화를 안보 측면에서 대응하게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미중 무역전쟁에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하고, 일본의 무역보복에 산업이 악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 나중에 식량문제 역시 우리나라를 휘청이게 할 수 있으리라 예측할 수 있다.과학적 연구를 부정하고 근시안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무조건적인 회의론만 추구하는 것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이 과학적 사고의 결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다비드 루아프르라는 과학자가 지적했듯이 우리에게는 과학적 문화가 부족하다.과학적 결론을 신뢰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데 익숙하지 못하다.그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이미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경제집단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는 우리가 과학적 결론에 입각해서 정책을 추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준다.근거가 부족한 인공강우 같은 방법으로 미세먼지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역시 어려운 길을 회피하려는 모습에 불과하다.지구공학은 연구의 필요성이 분명 있지만 현실에서 답을 내기에는 아직 위험이 많이 따른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현재와 미래에 잘 대응하려면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예측은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과거의 데이터를 공부하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쌓여있는 과학적 연구를 받아들여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앞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한 걸 상기하면, 집단지성은 민주주의에 있어서 중요하다.집단지성의 놀라움은 독립적인 인간의 직관이 합쳐졌을 경우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지를 보면 알 수 있다.김범준 교수의 말에 따르면 강연자의 몸무게를 맞춰보라고 한 후 개인적인 답변을 모아서 평균을 내면 실제 몸무게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독립적인 시민들의 의사결정 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