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 송민령의 공감과 소통의 뇌과학
송민령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뇌과학은 대단히 다학제적인 분야다.뇌과학 학과가 생기기 전에는 심리학과에서 뇌에 관심 있는 교수 두어 분, 컴퓨터과학과에서 언어와 시각을 연구하는 교수님 두어 분, 생물학과에서 신경세포를 연구하는 교수님 두어 분이 흩어져 있었다.뇌를 연구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고, 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교수님들을 모으고 추가 임용을 거쳐 뇌과학 프로그램이 만드렁졌고 때로는 뇌과학 학과로 발전했다.그래서 같은 뇌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이라도 주된 저자의 전공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 방법, 질문이 모두 다르다."(21~22페이지)


우리는 흔히 대학을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부른다.그만큼 학문적인 공간은 세상과 좀 분리되어 있다는 뜻이다.인문학은 그나마 좀 낫지만, 과학은 그 기본적인 개념부터 어렵고 낯설어서 피하기만 한다.과학을 이해하려면 수학에 밝아야 하는데 수포자가 많고, 문과의 경우 과학을 잘 안 배우기 때문이다.그러다보니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세상에 갇혀 있는 문제가 있다.다행히 최근 들어서 정재승 교수 등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시민들과 과학적 내용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과학자들의 사고방식과 접근방법에 대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앞서 이야기한 정재승 교수는 뇌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강연, 방송, 책 등 여러 매체로 뇌과학에 대해 이야기했다.뇌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이야기도 많아지는데 그 이야기들 중 올바른 것을 선별할 수 있도록 돕고 보다 뇌과학을 보다 짜임새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이 책 역시 그런 취지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이해할 때는 우선 그 분야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그리고 그 분야와 우리의 실생황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훨씬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고 유용한 지식으로 여길 수 있다.뇌과학과 뇌과학의 기초개념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고 또 뇌과학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질문-응답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 센스 있었다.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더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였다.뇌과학이라는 학문의 역사가 짧고 여러 분야에서 뇌과학에 대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뇌과학이 학제적이며 협력적인 연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짚은 것도 적절하게 보인다.뇌과학 관련 대학원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보통 학부 때 뇌과학과가 아닌 다른 이름의 학부를 나왔다는 것도 현실이고 그 과정에서 일단 기초학문을 잘 배우고 와야 한다는 조언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 이성과 감정 같은 단절적이고 이분법적인 이해를 뛰어넘어 양 분야의 연결과 교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았다.근대 이래 몸이 탐구의 대상이 되고 마음은 몸의 생리적 변화에 불과하며 감정은 열등하고 이성이 중요하다는 오해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이런 오해와 편견은 진정한 과학적 접근과 무관하다.뇌과학을 통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몸속 호르몬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세간에 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을 학문적 입장으로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좋았다.근래에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우울증은 물론 모든 사람이 겪기 마련인 노화에 대해서도 잘 다루고 있다.어쩌면 사람들이 뇌과학에 가장 크게 기대할법한 동기부여나 정보에 기반해서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동기부여나 좋은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저작들이 다루고 있지만 상당수의 책들이 그저 개인적인 경험에만 의존하는 추상적이고 일방적인 주장만 담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연구와 실험에 기반해서 판단하며 신중한 조언을 전한다.


도덕적 문제는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도덕을 단순히 규범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생물학적으로 보면 결국 공동체는 물론 나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오며, 다른 생물체들도 나름의 규범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공감과 도덕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현실적으로도 타당하게 느껴졌다.또 거짓말 탐지기가 외국에서는 이미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론화를 통해 적절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되었다.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을 꺼내들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바둑 시합에서 패배한 이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인공지능 문제에 대해서도 인공지능과 뇌과학의 상호발전,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의 정체성 및 가치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이 결국 닮게 될 인간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우리 시민사회는 과연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발전을 사회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인공지능의 무서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존엄성을 유지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이 책은 뇌과학을 친절하게 소개하면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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