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수유병집 - 글밭의 이삭줍기 정민 산문집 1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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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의 학자인 황견이 쓴 <고문진보>라는 책을 보면(권학편) 책 속에 모든 것이 있으니 부자가 되려고 땅을 탐하거나 배우자를 얻으려고 중매쟁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나와있다.또 주자가 소년이로 학난성이라 하여 늙기는 쉽지만 학문을 이루기는 어려우니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했다.율곡 이이는 자경문에서 공부는 죽어야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과장이 좀 섞인 표현일지 몰라도 이런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뜻을 우리 선학들은 물론이고 이 책의 저자인 정민 교수도 공유하고 있다.

해외 각국의 학교, 도서관, 연구소를 찾아다니며 연구하고 또 다른 나라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연암 박지원 선생, 다산 정약용 선생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새로운 이해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프랑스의 소설가인 레몽 크노(Raymond Queneau)는 인생이 여행 혹은 싸움이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는 결국 <일리아스> 아니면 <오디세이아>라고 말했다.이 책에서도 고전을 강조하고 있는데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과 오래된 고민에 대한 이야기는 고전에 더 근본적으로 담겨 있다다.우리가 해야할 일은 고전을 읽은 후에 그 내용을 지금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또 이 책에서는 고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조금 돌아가자면, 예일대학교의 경영대학원장을 지낸 제프리 가튼(Jeffrey Garten)은 미래 지도자들에게 가치와 윤리를 이해하는 능력이 요청된다고 말한다.


"교육에는 많은 교양과목이 필요할 것입니다.우리는 사생활 보호나 유전자 실험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이런 분야에는 국제적인 관리 체계가 전혀 없습니다.사실 국내적으로도 관리 체계가 전혀 없지요.중국은 어떤 동물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유전공학 실험을 시작했습니다.그 연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그런 활동은 어떤 법적-윤리적 원칙들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까요?올바른 원칙들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누가 갖고 있을까요?우리는 기술적 진보와 이러한 인간적인 의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할까요?당신이 MIT에 들어가서 한 일이라고는 핵물리학을 공부한 게 전부라면 이런 문제를 풀 수 없을 겁니다.이는 가장 큰 역설입니다.우리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훨씬 더 광범위한 사고 체계를 지닌 사람들이 필요합니다.당신은 여러 시스템을 작동하기 위해 과학기술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겠지만, 그 목표를 설정하는 일에서는 다른 유형의 지도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토머스 프리드먼, 늦어서 고마워(21세기 북스, 2017)> 516페이지


김우창 교수는 인문과학이 하는 일을 각자가 스스로 도덕적 신념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학문 분야가 세분화되는 이럴 때일수록 도덕적 판단능력과 목적을 설정하는 능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그것은 결국 인문학의 몫이 될 것이다.


학문에 대한 애정,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고찰, 인문학적 사유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 두루 담겨 있는 책이다.공부하고 글을 써서 나중에나마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낼 수 있다면 글쓰기의 부담이 나중에라도 보상 받는 것이 아닐까.


*김인걸, <나의 자료 읽기, 나의 역사 쓰기>(경인문화사, 2017) 3페이지 참조
*알베르토 망겔, 서재를 떠나보내며(더난출판사, 2018) 133페이지 참조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김영사, 2016) 22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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