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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평점 :
이 책을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uc버클리 대학에서 지리학을 가르치며 새와 문명을 찾아다닌다.<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이기도 하다.<총, 균, 쇠>와 <문명의 붕괴>에서 그랬듯이 이 책에서도 생물학, 지리학, 인류학, 역사학의 지식으로 다른 문명권을 고찰한다.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살아오며 최첨단의 현대문명을 포함한 수많은 문명을 만들어냈지만 아직 우리의 뇌와 몸은 원시시대 사람들의 뇌와 그리 다르지 않다.또한 인류가 계속해서 고민해온 생활 상의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이방인을 포함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 범죄 및 갈등, 아이의 양육과 노인을 대하는 문제, 안전, 종교, 언어, 건강 등..문명의 발달에도 인간의 본성은 여전하고 인위적으로 만든 제도 바깥의 생활도 존재하는 만큼 아직 원시적인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우리가 알고있는 역사는 문자가 만들어진 이후 시대의 주요 문명권들에 집중되어 있고 그마저도 서구와 그 서구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에 더욱 치중되어 있다.사회과학 연구들도 그런 나라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더 많다.그러다보니 다양한 환경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발현시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는 무지하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어떤 운전기사가 귀가하는 학생을 차로 쳐서 학생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학생의 유가족 및 (학생이 속한 부족의) 부족민들은 운전기사가 속한 회사의 경영자와 차분하게 대화했다.그들은 죽음, 감정, 사죄라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했고 배상과 용서에 합의했다.(118페이지~)우리나라는 교통사고가 터졌을 때 보험회사에서 중재하고 당사자들이 만나지도 않는 경우가 있다.혹 한측의 잘못이 명백하고 커서 사과를 하더라도 수사기관이나 재판부를 통해 사죄의 뜻을 전달하고 피해자 및 그 주변사람과는 대면하지 않을 수도 있다.또한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배상을 받으려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데(물론 형사사건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그대로 수용해서 피해자 측의 편의를 봐주는 제도로 보완되어 있기는 하지만) 가해자가 출소 후 잠적하면 피해자 측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그에 비하면 이미 회복적 사법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에도 소개되고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당사자들의 화해와 관계회복에 중점을 두는 이런 사건 처리도 나름의 합리성이 있지 않을까.
같은 연령의 아이들과 경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복합연령 놀이집단"은 또 하나의 시사점을 준다.아이들이 나보다 경험이 많은 아이와의 접촉을 통해 배움을 얻고 또 나보다 어린 아이를 보살피며 경험을 취할 수 있는 것인데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나이에 따라 반을 가르는데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얻기 힘든 경험이다.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테러나 각종 자연재해, 대형사고를 위험이라고 인지할 수 있지만 사실은 흡연이나 교통사고, 성인병만큼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 없다.미디어에 나오는 위험과 내가 살면서 실질적으로 겪을 가능성이 높은 위험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죽은 나무 아래에 텐트를 치고 자느니 이슬을 맞으며 밖에서 자겠다는 사람들의 편집증은 이상하게 보이지만 일상적이고 가까운 위험에 대한 철저한 대처라고 볼 수도 있겠다.
sns를 통해 독재정권의 통제를 벗어나서 연대하고 민주화 투쟁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랍의 봄), 그 sns가 증오와 거짓말 그리고 의견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이집트 민주화운동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사람 중 하나인 와엘 고님의 증언처럼 sns는 독재정권의 검열을 무력화시켰지만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혼란을 가중시켜 결국 무슬림 형제단이라는 군부 집단에게 민주화의 성과를 탈취당하는 일로 이어지게끔 하기도 한다.(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늦어서 고마워> 416~421페이지)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근본적인 문제들은 아직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이런저런 연구성과들과 정치적 논쟁들이 많지만 우리와 완전히 다른 인간 사회에서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