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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포이에마 / 2018년 9월
평점 :
이 책은 작고한 그리스도교 작가의 강연록이다.본인이 기독교인임은 물론이고 문학의 한 장르인 기독교 문학을 쓴다.강연록이다보니 대화체고 또 저자가 이전 강연에서의 내용을 수시로 짚어주기 때문에 정말 금방 읽힌다.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일본 역시 기독교가(그 당시 희생은 대부분 천주교) 많은 핍박을 받았다.전세계적으로 탈종교화 흐름이 있는데다 일본은 원래부터 기독교가 약세인 국가다.그러다보니 일본에서는 기독교와 문학의 접목이 영 인기가 없고 대중에게 거부되는 모양이다.
강연의 주제는 "외국 문학에서의 그리스도교"(37페이지)인데 읽은 후 제 기억에는 (우리 시대의) 후미에, 죄를 지은 사람들과 예수의 관계, 의지, 나와 내면의 관계라는 4가지 키워드가 남았다.
널리 알려져있는 이야기겠지만 일본에서는 기독교를 핍박하는 과정에서 기독교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예수의 상을 땅바닥에 깔고 밟도록 했고 이를 후미에라 부른다.이 후미에라는 단어는 단순히 역사적 개념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을 강제로 부정하도록 하는 것을 나타내는 대명사로도 사용된다.(자유)민주주의와 종교의 자유가 정착되면서 후미에 자체는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펼치는 사회가 되었는지는 의문이다.아직도 바깥의 권력관계 때문에 자기 내면의 생각을 억지로 숨기고 아닌 척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죄"라는 단어와 기독교의 관계는 특별게 느껴진다.아담과 하와의 잘못으로 인간의 고통이 시작되었고 예수는 인간들의 죄를 혼자 짊어지고 희생되었다.
이 책에서는 인간적으로 흠결을 가진 인물들이 나오는 작품들을 통해 강연하는데 저자는 오히려 그들이 신의 구원에 더 가깝다고 주장한다.인간의 죄도 신이 예측하고 만들어낸 인간의 모습이니 그곳에도 신이 있다는 주장이다.
후미에를 거부하고 순교하는 고결한 사람들이 아닌 후미에를 받아들인 사람들의(그들에 대한 기록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야기를 통해 의지와 나약함 그리고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대가에 대해서 말한다.종교적 희생은 숭고한 면이 있지만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을 챙겨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후미에라는 일을 당하면 (저자도 동조하다시피) 대부분 예수의 상을 밟을 것이다.그런 사람들과 의지가 강한 사람들도 결국 같은 인간이며 도덕적인 삶도 좋지만 내 마음 속 진심에 따라 움직이라고 권한다.
기독교의 원죄 사상이나 도덕적 엄숙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느껴지는데 저자는 죄 속에도 신이 있고 강인함이나 도덕적 정결함보다 개별 인간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이는 기독교(문학)에 대해 더 가볍지만 더 솔직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