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정치를 말하다 - 보수와 진보의 뿌리는 무엇인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손대오 옮김 / 김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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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의회와 정당 제도를 가지고 있다.정치적 이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정당을 설립하며 정당을 기반으로 정치가 이루어진다.정당은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국가를 운영해나간다.

문제는 정당들의 경쟁과 갈등이 눈살 찌푸리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또한 정당 간의 견해 차이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경우를 찾아보기도 힘들어지고 있다.정치적 양극화는 어느 나라에서건 심해지고 있다.유럽에서 극우주의 정당들이 득세하는 것과 미국 정치에서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샌더스가 민주당에서 유력 대권주자였다는 것이 정치적 양극화를 잘 보여준다.이는 국가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공통기반이 취약해지고 있으며 상호존중에 기반한 합리적인 대화를 나누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당파적 다툼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좀 더 나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을까 항상 고민하게 되는데 더 나은 방법은 당연히 더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권위 있는 인지언어학자이자 버클리 대학의 언어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치적인 영역에서 보수와 진보의 언어를 분석하여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 모델, 진보는 자애로운 어머니 모델이라는 결과를 내놓는다.

사실 이런 해석은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이 책에서는 언어학, 교육학, 심리학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경우 외에는 보통 누구나 알고 있는 말들을 하기 때문에 사실 책 자체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쉽게 읽힌다.그러나 그것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필요성이 낮다는 의미인 것은 아니다.우리가 익숙하게 알고있는 것들이 사실 깊고 단단한 도덕적 기반 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 정치에서도 그렇지만 모든 정치에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다.진보는 보수주의를 이기적이고 부패했다고 비난하며 보수는 진보를 빨갱이(공산주의), 성공한 사람에 대한 질투심, 사회적 혼란, 나약함 등으로 상대를 부도덕한 존재로 몰아버린다.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모두 나름의 "도덕적" 토대가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리고 그 도덕적 토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가정의 부모 모델이다.

 

이는 결국 정책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넘어 어떤 행동이 옳은지, 누가 좋은 사람인지,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라는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문제로까지 연결된다.특히 부모 모델을 채택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대해야 하는 모습과 국가가 국민을 대해야 하는 모습을 일치시킨다.

 

보수주의는 엄격함, 자립, 책임, 보상, 징벌, 질서를 강조한다.따라서 국가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고 치안을 유지하며 엄격한 사법질서를 수립한다.그것이 전부이며 뒤쳐진 사람들, 취약한 사람들은 강한 조건을 충족할 때만 도울 가치가 있다.진보주의는 공감, 공정성, 보호, 높은 차원의 행복, 양육과 인간적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반칙을 막으려 노력하며 누구든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키려 한다.예술과 인문학 그리고 아이를 존중하는 교육 등에 신경 쓴다.진보주의자들이 사회보장 등의 복지와 시장에 대한 감독(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그 구체적 형태다) 그리고 범죄 피의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경향을 띠는 이유다.

이런 정파적 의견의 차이가 단순히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며 지금의 문제도 아닌, 기본적인 도덕관/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이는 시사평론처럼 정치현상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가 아닌 더 심오하고 근원적인 이해다.성장과 분배, 질서와 인권의 대립은 근대 정치 이후 민주주의 국가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니만큼 평화롭고 민주적인 정치가 가능하려면 양측의 관점을 깊이 이해하고 사려깊게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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