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은 판을 흔들어야 살 수 있는 자들의 무모하지만 잃을 게 별로 없는 선택이다.
그리고 이런 도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글의 귀환이다.

러시아가 직면한 문제는 푸틴과 같은 많은 러시아인들이 추구하는 위대함이 안전하고 안정된 세계에서는 달성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유주의 질서가 일관성 있고 응집력 있는 세계에서는, 특히 유럽에서는, 그리고 미국이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가능케 하는 기본적인 보장들을 계속 제공해줄 의지와 역량이 있는 세계에서는 도달하기 불가능한 목표였다. 오늘날 러시아의 경제는 그 규모가 스페인의 경제와 맞먹는다. 핵전력을 제외하면 러시아 군사력은 더 이상 초강대국이 아니다. 인구 변화 추세를 보면 러시아는 쇠락하고 있는 나라다. 현재의 세계질서에서 러시아는 안전을 유지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초강대국이 될 기회는 없다. 세계무대에서 위대함을 성취하려면 러시아는 러시아도 그 어떤 나라도 안보를 누리지 못하는 과거로 세계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 러시아가 과거에 세계무대에서 행사했던 영향력을 되찾으려면 자유주의 질서는 약화되고 무너져야 한다.
그런 세상에서 러시아는 위대함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뿐만 아니라 푸틴의 개인적 야망을 달성할 기회도 얻게 된다. 그런 세상은 강력한 통치를 정당화하고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러시아 역사에서, 특히 20세기 역사에서, 국가의 안보 불안 혹은 안보가 불안하다는 인식은 강력하고 억압적인 정부를 정당화했다. 과거의 황제들처럼 푸틴은 러시아 국민에게 "방대한 영토"를 수호하고 "세계 문제에서 중요한 입지를 확보하려면 "러시아 국민이 어마어마한 희생과 고난을 견뎌내야 한다."라고 말한다. 스탈린도 이와 거의 비슷한 발언을 했고, 푸틴은 미국을 나치 독일과 비교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도처에 있는 적수들을 나치라고 주장하면서, 대조국전쟁(the Great Patriotic War)과 과거 러시아의 영광을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스탈린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선동한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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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와 8년의 이라크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인들이 하게된 고민은 <어벤저스>의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가 개입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 꼬이고 민간의 피해만 늘어가지 않는가.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다고 하는 생각 자체가 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 시절의 미국인들의 고민인 듯하다.
2016년 봄 <어벤저스:시빌워>가 개봉됐고, 늦가을에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에게 백악관의 열쇠를 주고만)2016년 선거는 기존의 전략에 대한 심판이었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 아니다.
그는 단지 미국에 만연한 그러한 정서의 수혜자에 불과했다. 공직 경험이 일천하고 외교정책 경험은 전혀 없는 인물을 미국 국민이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인들이 세계에서 미국이 하는 역할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보여주는 징후였다. 그들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와 이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역할을 폄하하는 트럼프에게 환호했다. 클린턴이 당선됐다고 해도 미국에 팽배한 이러한 정서를 바꾸기는커녕 그러한 정서에 맞설 수있었을지조차 의문이다. 그녀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재능이 있는 선임자들도 하지 못한 일을 말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30년대에 하지 못한일을 오늘날 힐러리 클린턴이 무슨 수로 하겠는가?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지금에 이르렀다. 기존의 대전략에 대한 정치적, 국민적 합의는 붕괴되었다. 트럼프 지지자와 반 트럼프 보수주의자에서부터 오바마 정권의 전직 관료들, 버니 샌더스지지자들, 과거를 참회하는 "외교정책 엘리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 지형을 아우르는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었다. 지난 4반세기 동안 미국의 외교정책은 참사였다는 합의에 이른 이들은 세계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미국의 역량에 대한보다 비관적인 시각을 토대로 한 새로운 현실주의를 요구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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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신들이 채택한 민주정체를 다른 나라에도 권할 만큼 확신한 건 채 50년이 되지 않는다.
그전에는 자신들이 관리하기 좋다면 정체는 의미가 없었다. 우리니라의 경우도 헌법에 명시된 민주정체를 지키라는 미국의 압력이 행사된 것은 1980년대 후반 들어서니까.

미국은 냉전시대 기간 동안이나 그 이후에나 일관성 있게 헌신적으로 민주정체를 채택한 정부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자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핵심지역에서-전후 초기에 일본, 독일, 서유럽에서, 그리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동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지역들에서 민주정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리고 냉전시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미국은 좋게 해석해도 민주정체에 무관심했다. 리처드 닉슨은 민주정체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에게 딱히 가장 바람직한 정부 형태는 아니다."라고 솔직한 견해를 밝혔는데, 이는 오늘날 많은 미국인들이 공감하는 시각이다. 미국인들은 독재체제보다도 급진주의(냉전시대에는 공산주의, 오늘날은 이슬람)를 훨씬 더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란의 왕조와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또는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예멘, 이집트의 통치자들과 같은 믿을 만한 독재자들을 대놓고 지원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미국은 민주주의적으로 선출되었으나 못 미더워한 정부- 1953년 이란의 모사데그, 1954년 과테말라의 아르벤츠, 1973년 칠레의 아옌데, 2013년 이집트의 모르시-를 전복시키는 데 가담하거나 정부 전복을 용인했다.
냉전시대 말기인 카터와 레이건 정권하에 가서야 미국 정부는 보다 일관성 있게 민주정체를 지지하는 쪽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전략적인 이유도 있었다. 레이건 정부는 진 커크패트릭(Jeane Kirkpatrick)이 주장한 접근 방식을 거부하고 결국 급진주의를 막는 보루로서 "우호적인 독재자들보다 민주정체를 채택한 정부가 훨씬 낫다는 판단(미국이 아직 중동에서는 터득하지 못한 전략적 교훈)을 내렸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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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의 시대는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아주 이례적인 윈윈의 시대였다. 그래서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도 이례적이어야 한다.


장 모네가 말했듯이, 이는 "역사상 최초로 강대국이 분할통치를 정책의 근간으로 삼는 대신, 과거에 서로 분열되었던 사람들을 아우르는 거대한 공동체의 창설을 결연히 뒷받침한" 세계질서였다. 이 체제가 아무리 결함이 있다고 해도-미국인들이 아무리 결함이 있다고 해도-현실세계에서 이 체제는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체제였다. 적어도 냉전시대 동안에는 이 질서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 그러했다. 이 질서가 유지된 까닭은 다른 회원국들이 그 어떤 현실적인 기준에 비추어 봐도 미국의 패권은 비교적 자비롭고 그 대안보다 월등히 낫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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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존엄이 아니다. 살아내는 삶 그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삶 또한 그렇다. 힘겨운 싸움을 치러내고 있는 하루하루가 존귀하다.

고통의 원인을 이해해도 왜 그런 불운이 하필 내게 일어났는지 부조리는 그대로 남는다. 나는 그런 형벌을 받을 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세상은 부당한 고통의세월을 보상해주지 않는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 인생을나는 뚜벅뚜벅 걸어가며 살아낼 것이다. 거기에 나의 존엄이 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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