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신들이 채택한 민주정체를 다른 나라에도 권할 만큼 확신한 건 채 50년이 되지 않는다.
그전에는 자신들이 관리하기 좋다면 정체는 의미가 없었다. 우리니라의 경우도 헌법에 명시된 민주정체를 지키라는 미국의 압력이 행사된 것은 1980년대 후반 들어서니까.

미국은 냉전시대 기간 동안이나 그 이후에나 일관성 있게 헌신적으로 민주정체를 채택한 정부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자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핵심지역에서-전후 초기에 일본, 독일, 서유럽에서, 그리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동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지역들에서 민주정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리고 냉전시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미국은 좋게 해석해도 민주정체에 무관심했다. 리처드 닉슨은 민주정체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에게 딱히 가장 바람직한 정부 형태는 아니다."라고 솔직한 견해를 밝혔는데, 이는 오늘날 많은 미국인들이 공감하는 시각이다. 미국인들은 독재체제보다도 급진주의(냉전시대에는 공산주의, 오늘날은 이슬람)를 훨씬 더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란의 왕조와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또는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예멘, 이집트의 통치자들과 같은 믿을 만한 독재자들을 대놓고 지원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미국은 민주주의적으로 선출되었으나 못 미더워한 정부- 1953년 이란의 모사데그, 1954년 과테말라의 아르벤츠, 1973년 칠레의 아옌데, 2013년 이집트의 모르시-를 전복시키는 데 가담하거나 정부 전복을 용인했다.
냉전시대 말기인 카터와 레이건 정권하에 가서야 미국 정부는 보다 일관성 있게 민주정체를 지지하는 쪽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전략적인 이유도 있었다. 레이건 정부는 진 커크패트릭(Jeane Kirkpatrick)이 주장한 접근 방식을 거부하고 결국 급진주의를 막는 보루로서 "우호적인 독재자들보다 민주정체를 채택한 정부가 훨씬 낫다는 판단(미국이 아직 중동에서는 터득하지 못한 전략적 교훈)을 내렸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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