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와 8년의 이라크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인들이 하게된 고민은 <어벤저스>의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가 개입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 꼬이고 민간의 피해만 늘어가지 않는가.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다고 하는 생각 자체가 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 시절의 미국인들의 고민인 듯하다.
2016년 봄 <어벤저스:시빌워>가 개봉됐고, 늦가을에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에게 백악관의 열쇠를 주고만)2016년 선거는 기존의 전략에 대한 심판이었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 아니다.
그는 단지 미국에 만연한 그러한 정서의 수혜자에 불과했다. 공직 경험이 일천하고 외교정책 경험은 전혀 없는 인물을 미국 국민이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인들이 세계에서 미국이 하는 역할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보여주는 징후였다. 그들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와 이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역할을 폄하하는 트럼프에게 환호했다. 클린턴이 당선됐다고 해도 미국에 팽배한 이러한 정서를 바꾸기는커녕 그러한 정서에 맞설 수있었을지조차 의문이다. 그녀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재능이 있는 선임자들도 하지 못한 일을 말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30년대에 하지 못한일을 오늘날 힐러리 클린턴이 무슨 수로 하겠는가?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지금에 이르렀다. 기존의 대전략에 대한 정치적, 국민적 합의는 붕괴되었다. 트럼프 지지자와 반 트럼프 보수주의자에서부터 오바마 정권의 전직 관료들, 버니 샌더스지지자들, 과거를 참회하는 "외교정책 엘리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 지형을 아우르는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었다. 지난 4반세기 동안 미국의 외교정책은 참사였다는 합의에 이른 이들은 세계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미국의 역량에 대한보다 비관적인 시각을 토대로 한 새로운 현실주의를 요구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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