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보다 정서를 가르쳐라...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정서라는 것을 미처 모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자라지 않았으니까요. 공부를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정서를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미국의 대상관계 정신분석이론가인 크리스토퍼 볼라스(Christopher Bollas)는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즉 정서적으로는 무감동하고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정상처럼 보이는 병(Normotic Illness)‘이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속이 텅빈, 과제만 해내면 다른 정서적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반영적 경청이나 성 찰을 제공하지 않았던 양육의 결과로 빚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 아이의 상태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생기 없고 무기력하면서도 성적이나 수행이 아주 뒤떨어 지지는 않는 상태를 보니 볼라스의 이론이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 P51
중2병. 아이들의 허세는 ˝나 외로워요˝로 해석해 들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이 아이들은 외롭습니다.중2병이라고 회자되는 말 뒤에는 아이들의 외로움이 있습니다.그들의 난데없는 허세 뒤에는 외로움이 가져온 공포가 있습니다.아이들 주변에 있던 많은 어른들이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그나마 친구마저 없으면 더 외롭습니다.핸드폰과 애완동물을 가장 갖고 싶다는 중학생들의 소망 목록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외로운지 알 수 있습니다.외동, 두동이로서의 가족적 외로움, 여행도 모험도 불가능한 추억 없음의 내적 외로움,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학교 교실 속에서의 외로움,도움이 필요할 때 찾을 어른이 없는 외로움,그들이 부모를 떠나서 걸어가야 하는 내적. 외적 여정에 함께할 동반자라고는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문제집밖에 없는 길 위에서 아이들은 외로움의 절규를 몸으로 마음으로 뿜어대고 있습니다.그러다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난폭해지기도 하고, 또 포기하기도 하고, 드물게는 생명줄을 놓기도 합니다. - P9
도파민의 총량은 늘어나지 않는다. 도파민 폭탄 같은 헤로인도 결국은 일상적인 자극이 되고 만다. 또다른 폭탄을 찾아 헤매는 추락이 남을 뿐. 노화내과 전문의가 중독에 관해 장광설을 풀어놓는 이유는 건강한 나이듦과 여유있는 노년을 먹거리, 놀거리의 중독과 따로 떼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중독의 시대를 살아간다. 뇌과학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자 중독을 이용해 돈벌이하려는 사람들이 마약 알콜 같은 혐오산업이 아니라 그럴싸한 소셜미디어와 OTT 산업을 통해 변연계 자본주의의 과실을 따먹으려 하고 있다.
보통 ‘중독‘이라고 하면술, 담배, 마약을 떠올리지만, 보상을 만들어내는 모든 자극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중독회로를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앞장에서 살펴본 초가공식품은 이 중독회로를 잘 형성한다. 실험을 해보면 사람과 설치류 모두 당부하가 높은 식품에 쉽게 중독이 된다. 사람은 특히 당부하가 높으면서 지방까지 함유된 식품을 좋아한다는 것이 몇몇 임상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이러한 중독과 보상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한 사람들이, 사용자의 의존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게임이나 SNS, 쇼핑앱, 투기거래를 부추기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등을 개발한다. 무한경쟁의 플랫폼 경제사회에서 새로운 강자가 끊임없이 나타나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2019년,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는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가 인간의 수면이라고 말했다. 잠을 줄여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은 보상을 주는 자극을 찾느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행위이므로 정확하게 중독의 정의에 부합한다. 이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시대를 넘어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인 틱톡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더 강하고 빠르게 획득할 수 있는 보상(도파민)의 자극제가 계속해서 시장에 나오고, 현대인은 이러한 자극에 끊임없이 탐닉하고 있다. - P31
가속노화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생활습괸들,
코로나19가 왔다. 재택근무를 하라고 한다. 스포츠센터는 문을 닫았고 그나마 억지로 하던 신체활동인 출퇴근도 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밥을 먹고 난 다음이라면 몇백 걸음이라도 걸을 터인데 그조차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스마트폰 화면을 휙휙 넘기다가 가장 당기는 음식을 한두 번의 손짓으로 주문하기 일쑤다. 그 결과 혈당은 근육이 흡수할 수 있는 범위(그림 1의 가로 점선)를 넘어서고, 이 점선을 넘어선 모든 에너지는 뱃살(그리고 지방간과 근내지방)로 간다. 인간 푸아그라가 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식사, 혈당이 거의 오르지 않는 식사를 한다면 애초에 뱃살로 갈 초과 혈당이 거의 없는 것과 대비된다.여기에 운동을 하지 않고 근육을 쓰지 않으면 그림 1의 가로 점선 높이는 더 낮아진다. 당처리 체계의 성능이 떨어져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은 더 높아진다(인슐린저항성 insulin resistance*), 더 많 은 에너지가 뱃살로 간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을 쥐어짜 인슐린insulin이 쏟아져 나온다. 잠도 쏟아진다. 이렇게 졸다 깨면 갑자기 당이 당긴다. 인슐린이 급히 혈당을 떨어뜨린 탓이다. 갑자기 떨어진 혈당은 스트레스호르몬의 양대 산맥인 노르에피네프린 nonepinephrine과 코르티솔corrisol을 분비시킨다. 음식이 당겨 어쩔 줄 모른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짜증이 난다. 그래서 달달한 간식을 찾는다.이렇게 만들어진 뱃살과 지방간, 근내지방에 있는 지방세포는 여러 가지 나쁜 호르몬을 만들며 염증물질을 쏟아낸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과 염증물질은 혈관을 손상시켜 혈압을 올리고 멀쩡한 근육단백질을 녹여 혈당을 높일 뿐만 아니라 뇌로 가서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판단과 자제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또 다른 기능도 떨어진다. 자제력이 떨어지니 더 자극적인 것을 찾고 더 먹는다. 본능에 더 충실해진다. 운동 생각이 날 수가 없 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근육은 더 빠르게 녹고 배는 볼록해진다. 호르몬 이상도 더 과격해지고 염증물질 또한 더 늘며 판단력과 집 중력은 더 떨어진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것이 전두엽의 기능들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증거가 최근 여러 분야에서 확인되고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니 낮은 집중력으로도 볼 수 있는 유튜브나 틱톡 동영상을 뒤적이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다가 좋아 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빠른 배송을 약속하는 쇼핑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한다. 나의 통증과 불편이 ‘지름‘을 통해 나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코르티솔과 염증물질 그리고 도파민 결핍의 쓰나미, 그로 인한 마음의 번뇌가 끊임없이 부추긴 결과다. 심지어 유튜브 동영상에서 재야의 고수나 금융 전문가로 가장한 치어리더들이 투자하라고 외치는 주식과 가상화폐를 사보기도 한다. 잘못된 투자로 더 큰 우울감, 회한,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이처럼 번뇌는 집중력과 판단력을 흐려 업무 효율과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우울감을 심화하기도 한다. 이렇게 몸에 남은 ‘화‘는 고스란히 가속노화의 원동력이 되어 체내 노화시계의 태엽을 빨리 감아버린다. - 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