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돈 버는 일이라는 걸 알려줬다.

필요한 것이 부족해지면 부족한 상품을 놓고 나라들이 경쟁이나 입찰 전쟁을 벌이게 되고, 지정학에 관한 관심도 높아진다. 공급 문제가 증가하자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중국도 배터리 기술이나 에너지 저장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용도에 쓰이는 희토류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경쟁 위협으로 간주하였다. 이렇게 많은 것이 부족해지자 경쟁과 공격적인 행동이 증가하여 전쟁 위험이 커졌다. 전쟁 위협과 보복성 제재라는 악순환은 공급 부족 문제를 더 악화시켜서 공급 차질은 더욱심각해진다. 그 결과, 전 세계 경제는 물론 국제 정치마저 이 문제에 발목을 잡힌다.
2022년 2월 24일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급망 중단과 심각한 부족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나1970년대 중동 분쟁에 대한 대응도 이와 비슷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거래량의 30퍼센트를 공급했기에 밀 가격이 급등했고, 대체식품으로 여겨지는 다른 곡물의 가격도 영향을 받았다. 유럽연합의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2월 18일부터 3월 7일 사이에 3배로 올랐다. 반도체 칩 제조에 사용되는 네온 가스는 90퍼센트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제철소의 폐기물에서 네온 가스를 생산하고 있었다. 전 세계 상업계는 이 점에 화들짝 놀랐다. 팔라듐, 백금, 아르곤, 크립톤도 부족해져 가격이 급등했고, 독일의 자동차 공장은 차량의 엔진 배선에 필요한 와이어 하니스가 부족해서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 부품은 아주 단순한 것으로 고급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무력 충돌과 공급 쇼크가
동시에 발생하자 전 세계 질서는 1930년대 이후로 가장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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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서부터 엄마와 태아의 줄다리기는 시작된다. 엄마가 망가지지 않을 만큼의 해악을 각오하고.

태아는 산모로부터 최대한의 영양분을 받으려고 하고, 산모는 이미 태어나 있는 아이나 다음번 임신으로 태어날 아이의 잠재적 가치를 고려해 태아에게 공급되는 자원을 조정하려고 한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혈액에 많아지면,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분비함으로써 혈당을세포로 유입시켜 에너지를 만들거나 영양분의 형태로 저장하게 한다.
임신 중에는 당연히 태아도 포도당을 필요로 하는데, 이때 태아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포도당을 빼앗아 오기 위해 어머니의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흥미롭게도, 인슐린과 닮은 형태의 ‘IGF2‘ 라고 불리는 이 단백질은 ‘유전체 각인genomic imprinting‘이라는 기작에 의 해 오직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염색체에서만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유전자가 태아에게 영양분을 더 달라고 어머니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뜻이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자신의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는 태아가 산모로부터 많은 영양분을 빼앗아 건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산모는 이에 대항해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해 자신의 세 포들로 포도당을 유입시키려고 하고, 태아는 IGF2와 같은 물질을 더 분비해 어머니의 인슐린을 방해하려는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바로 임신성 당뇨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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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같은 정처적인 성향도 유전자에 의해 정해지는가. 그럼 나이 들어 성향이 바뀌는 건?

사실 인류학자 헬렌 피셔 Helen Fisher는 그동안의 많은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며 세로토닌이 보수적 성향의 기저에 있을 것으로 추측한 바 있다. 즉, 세로토닌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규범을 따르고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론적이고 복잡한 것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것을 선호하며, 질서와 권위를 중시하고 종교적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피셔는 진보 성향을 만들어 내는 신경전달물질로는 도파민을 지목했다. 도파민은 보상 회로를 주관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도파민의 분비가 높을 때 동물들은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행동을 보인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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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야만의 시선이 유럽의 귀족부인들에게도 향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다른가

엉덩이를 부풀리고 장식 술을 흔들면서 1880년에 런던의길거리를 걸을 때, 그 여자들은 자신의 실루엣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착용한 버슬bustle은 알게 모르게 점잖음과 통제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고있었다. 인종과 식민지와 흑인 여성의 신체에 부여된 가치에대해 시각적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 세라 바트먼은 반세기 전에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삶과 죽음이 남긴 유산은 꾸준히 끌려나오는 중이다. 패셔너블한 실루엣의, 또한 패셔너블한 엉덩이의 구성 요소는 머지않아 극적으로 달라지지만, 여성성·백인성·통제에 관한 무의식들은 여성의 의복에 오래도록 수놓이게 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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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의 사냥법은 자유로워진 두 손의 덕보다 엉덩이의 덕이 컸다.

다윈을 비롯한 진화 생물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가 몸이빠른 사바나의 동물들을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이 이족보행의이점 덕분이라고 추정했다. 호모 에렉투스는 손이 자유로워창과 활과 화살 같은 사냥 도구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고고학 연구에 의하면 호모 에렉투스가 도구로사냥했을 가능성은 적다. 질긴 동물 가죽을 꿰뚫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빠르게 달리는 300킬로그램짜리 영양을 쓰러뜨릴 상처를 입히는 건 더 어렵다. 그러려면 돌촉창이나 화살을써야 하는데, 호모 에렉투스가 쓸 수 있었던 도구는 기껏해야나무 방망이와 끝을 뾰족하게 만든 꼬챙이가 전부였다. 이런도구로 동물을 죽이려면 아주 근접한 거리까지 다가가야 한다. 그렇다면 세련된 무기가 없었던 초기 인간들은 대체 뭘 썼을까? 그들은 엉덩이를 썼다.
리버먼에 의하면 닉 쿠리가 <인간 대 말> 경주에서 승리할가능성이 손톱만큼이라도 존재하는 이유는 초기 인류가 많은 네발짐승에겐 없는 특별한 이점을 지니도록 진화해서다.
네발짐승은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빠른 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다. 말을 비롯한 네발짐승은 갤럽으로 달릴때 헐떡거리지 못한다. 속보로 걷거나 그냥 걸을 때에만 헐떡거릴 수 있다. 이는 빠르게 달릴 때 체온을 내리지 못한다는뜻이다. 10~15킬로미터를 갤럽으로 뛰고 나면 몸이 뜨거워져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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