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같은 건보 적자의 해법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의료 정상화라는 고지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길은 있다.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그런데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의사의 고유한 행위, 즉 환자 문진 과 진찰, 상담, 각종 시술과 수술 등과 첨단 기계 장비를 동원하는 검사 간에는 큰 격차가 있다. 의사의 고유 행위들 중에는 시간당 수가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들도 있다. 반면 검사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이윤이 보장된다. 제대로 코스트 시프트(cost shift, 수입을 이전해서 전체 수지를 맞추는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 한국 의료다. 일단 암을 진단받으면 PET-CT라는 고이윤 검사를 여러번 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 경영진은 이런 고이윤 검사를 많이 한 의사들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이윤도 없는 양질의 진료(긴 진료 시간과 환자에게 하는 자세한 설명 등)를 하는 의사들에게는 불이익을 준다. 많은 병원들이 의사들의 수입을 순전히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에 연동해서 결정한다. 심지어 보직이나 승진 심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도 흔하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 내지 조장을 해왔다. 지금도 의료수가 협상을 할 때 진찰료에 대해서는 인상 절대 불가라는 경직되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소위 신의료 딱지를 붙이고 들어오는 가치도 알 수 없는 검사들의 수가를 만들어주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관대하다. 이런 현실을 알아야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건강검진은 대형병원들이 코스트 시프트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해왔고 여기에 걸려든 것 중의하나가 갑상선암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높은 연봉, 인력 충원, 풍부한 진료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의사 개개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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