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초장에 결론을 써놓은듯. 그럼 문제는 ‘운 나쁜‘ 이들이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시스템을 만드느냐의 문제.

그렇기에 우리 인생 성취의 대부분은 우리가 스스로 이루어낸 것이 아닙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분들일 것입니다. 어렵게 살고 계신 분들은 한가하게 독서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인생 성공의 8할이 운이래. 우리 가족의 성취도 사실 대부분 운이야. 우리의 힘으로만 이룬 게 아니니까 겸손하게 살아야 해. 그리고 실패했다고 생각해도 좌절하지 말자. 운이 좀나빴던 것뿐이야. 또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살자꾸나. 혹시 스스로 성취한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러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렴.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니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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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주렁주렁 달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중환자실 증후군‘이라는 병이 생기는 곳에 보내드려야 하나.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토록 힘든 투병을 해야 하는 중환자실 치료는 여러 후유증을 남긴다. 가장 큰 문제는 감염으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감염 관리 소홀로 인해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진 사건이 그 극단적인 예다. 의료진의 과실이 아니더라도 중환자실에는 항생제에 저항성이 높은 극강의 병원균이 우글거린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중환자실 인력난도 심각하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1인당 병상수가 40병상이 훨씬 넘고 간호사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필연적으로 중환자실은 항생제 내성이 높은 균들이 들끓는다. 환자들은 침대 위에서 대소변을 보고 형편이 열악한 병원에서는 이에 대한 관리도 잘 안 된다.
감염과 함께 또 하나 흔한 문제가 섬망이다.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의 60~80퍼센트가 섬망을 경험하는데, 쉽게 말해 정신줄을 놓는다고 이해하면 된다. 낯설고 극단적인 환경, 쉼 없이 울리는 기계음, 옆 환자의 나쁜 경과를 보는 것 등이 그 원인이 된다. 무사히 살아서 중환자실을 나오는 환자의 40~80퍼센트는 인지장애를 겪는다. 고령자, 오랫동안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환자, 섬망이 있었던환자라면 인지장애의 위험이 높아진다.
중환자실 치료의 경험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을 일으킬 정도로 큰 충격을 남기기도 한다. 중환자실 치료 후 뇌기능장애 없이 생존한 환자의 36퍼센트는 우울증을, 40퍼센트는 불안장애를, 62퍼센트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호소한다. 이를 두고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 Post Intensive Care Syndrome 이라는 병명까지 붙는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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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의원에서는 연명치료가 디폴트가 돼있다.

임종 과정에 있는지와 무관하게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달리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들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는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명백한 임종 과정에 있다고 판단되는 시기는 이미 환자의 정상적인 판단력 등이 소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온갖 이해관계에 얽힌 주변인들의 의사가 개입을 하고 그러다보면 병원에서는 가장 쉬운, 그냥 연명치료를 하는 길로 돌입하기 일쑤다. 현재 모든 의료기관의 디폴트 옵션은 연명치료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연명의료계획서를 받아야만 디폴트가 해제되는것이 현실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웰다잉에 왕도는 없다. 죽음이 항시 가까이 있는 삶의 과정이라는 인식과 다가올 죽음을 깊이 생각하고 준비하는 마음가짐만이 현대의료가 제공하는 임종 문화의 난맥상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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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기를 달면 생기는 일. 의사들은 가족에게 얘기해 주지 않는 일. 그러나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

아버지도 인공호흡기를 다시고 폐렴과 패혈증으로 돌아가셨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고통의 시간을 줄여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에서는 자발호흡을 어떤 형태로든 죽여놓지 않으면, 제정신으로는 버티기가 힘들다. 생각해보라. 자연스러운 호흡 리듬에 반하여 기계가 규칙적으로 그것도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압력으로 강제로 공기를 불어넣는 것이 어떻게 편할 수 있을까? 인공호흡기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결국 자발적인 호흡중추까지 마비되도록 진정제를 투여해서 환자를 깊은 무의식으로 떨어뜨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친구는 나의 거짓말에 조금은 안도한 듯했다. 그래, 네 말을 듣고 보니 호흡기를 달고 좀 지켜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다. 이런 경우 대개 호흡기를 달아도 며칠 안에 사망한다. 대부분의 가족이 바라는 ‘며칠간 호흡기를 달고 버티다가 회복하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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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같은 건보 적자의 해법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의료 정상화라는 고지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길은 있다.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그런데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의사의 고유한 행위, 즉 환자 문진 과 진찰, 상담, 각종 시술과 수술 등과 첨단 기계 장비를 동원하는 검사 간에는 큰 격차가 있다. 의사의 고유 행위들 중에는 시간당 수가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들도 있다. 반면 검사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이윤이 보장된다. 제대로 코스트 시프트(cost shift, 수입을 이전해서 전체 수지를 맞추는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 한국 의료다. 일단 암을 진단받으면 PET-CT라는 고이윤 검사를 여러번 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 경영진은 이런 고이윤 검사를 많이 한 의사들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이윤도 없는 양질의 진료(긴 진료 시간과 환자에게 하는 자세한 설명 등)를 하는 의사들에게는 불이익을 준다. 많은 병원들이 의사들의 수입을 순전히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에 연동해서 결정한다. 심지어 보직이나 승진 심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도 흔하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 내지 조장을 해왔다. 지금도 의료수가 협상을 할 때 진찰료에 대해서는 인상 절대 불가라는 경직되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소위 신의료 딱지를 붙이고 들어오는 가치도 알 수 없는 검사들의 수가를 만들어주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관대하다. 이런 현실을 알아야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건강검진은 대형병원들이 코스트 시프트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해왔고 여기에 걸려든 것 중의하나가 갑상선암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높은 연봉, 인력 충원, 풍부한 진료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의사 개개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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