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주렁주렁 달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중환자실 증후군‘이라는 병이 생기는 곳에 보내드려야 하나.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토록 힘든 투병을 해야 하는 중환자실 치료는 여러 후유증을 남긴다. 가장 큰 문제는 감염으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감염 관리 소홀로 인해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숨진 사건이 그 극단적인 예다. 의료진의 과실이 아니더라도 중환자실에는 항생제에 저항성이 높은 극강의 병원균이 우글거린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중환자실 인력난도 심각하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1인당 병상수가 40병상이 훨씬 넘고 간호사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필연적으로 중환자실은 항생제 내성이 높은 균들이 들끓는다. 환자들은 침대 위에서 대소변을 보고 형편이 열악한 병원에서는 이에 대한 관리도 잘 안 된다.
감염과 함께 또 하나 흔한 문제가 섬망이다.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의 60~80퍼센트가 섬망을 경험하는데, 쉽게 말해 정신줄을 놓는다고 이해하면 된다. 낯설고 극단적인 환경, 쉼 없이 울리는 기계음, 옆 환자의 나쁜 경과를 보는 것 등이 그 원인이 된다. 무사히 살아서 중환자실을 나오는 환자의 40~80퍼센트는 인지장애를 겪는다. 고령자, 오랫동안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환자, 섬망이 있었던환자라면 인지장애의 위험이 높아진다.
중환자실 치료의 경험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을 일으킬 정도로 큰 충격을 남기기도 한다. 중환자실 치료 후 뇌기능장애 없이 생존한 환자의 36퍼센트는 우울증을, 40퍼센트는 불안장애를, 62퍼센트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호소한다. 이를 두고 ‘중환자 치료 후 증후군‘ Post Intensive Care Syndrome 이라는 병명까지 붙는다. - P2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