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이 되면서 환자, 가족, 사회가 치러야할 대가는 너무 크다.

문제는 이런 급성 치료에 중점을 두어온 의료기술이 전혀 다른 문제인 만성 질환자의 치료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부상병, 사고 부상자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개발된 기술들이 아무런 기준 없이 삶의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 환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심한 경우 의료소송의 빌미까지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환자와 가족에게는 고통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연장시키고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제한된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또한 반드시 이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의 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의료비용의 천문학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중환자실 자리가 없어서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하는 아이의 예는 상당히 많으며, 보건의료 통계로 보면 한 개인이 사망하기전 한달간 쓰는 의료비가 그 이전 평생에 걸쳐 쓴 의료비보다더 많다. 결국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막기 위해 완화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죽음의 질 향상에 관한 논의가 일어나게 되었다. 또한 국가는 그 구성원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쓰는 만큼 죽음의 질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인구 집단의 변화를 겪고 있다. 유사 이래 5세 이하 어린이의 수가 65세 이상 노인의 수보다 적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 현상은 역전되지 않고 더욱심화될 것이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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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누가 냉정해질 수 있을까. 온정신일 때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겠다. 허둥지둥하며 더 끔찍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18살에 중환자실을 경험했었다. 그때 중환자실에 간호사 누나들이 어린 나를 그렇게 예뻐했던 이유를 이제 알겠다. 아무 희망 없이 죽음을 준비하는 지난한 과정을 지켜보며 도와야 했던 그들에게 하루하루가 달라지며 중환자실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나는 그 희망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이뻤을 것 같다.

병원 중환자실은 일시적인 문제로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 의학적인 시술의 도움으로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대의료에서는 이런 원칙이 너무나 빈번히 깨져버린다. 누구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돌려보내지는 일이 발생한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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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태평한 남자와 걱정을 안고 사는 여자가 서로에게 끌리는 것도 다 유전자 때문이다! 생존 확률을 높이려는 유전자의 심오한 선택😑

예를 들면 키나 체질량지수BMI 같은 것들이다. 실제로 유전학적으로 동류교배를 조사한 《네이처 인간행동 Nature HumanBehaviour> 연구를 보면 키와 체질량지수 그리고 학업성취도와 같은 형질들에서 이러한 짝짓기 양상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는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선호하는, 즉 훌륭한 유전학적 자질을 나타내는 형질들의 경우 결국 비슷한 사람끼리 결합하게 되므로 이것이 동류교배처럼 보인다는 이론과 일치한다. 또한 유전자보다는 문화적 영향하에 있는 가치관이나 취향과 같은 부분에서도 서로 비슷한 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이에 비해 유전자와의 연결고리가 강하면서도 어느 쪽이 확실히 좋다고 할 수 없는 타고난 성향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매력을 유발할수 있다. 예를 들어 사색적이고 내성적인 남자와 밝고 외향적인 여성은 서로에게 끌리며, 순종적인 성향의 사람과 지배적인 성향의 사람간에도 마찬가지다. 실제 조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는데, 흥미로운 가설 중 하나는 자신의 심리적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와 상반되는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 심리학적 기제가 무엇이든, 다른 성향에게 이끌리는 것은 유전학적인 차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유전자의 유도 전략일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의 유전체 전체를 조사해 배우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아보면 MHC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다른 유전자들에게서 ‘이류교배disassortative mating‘, 즉자신과 다른 변이를 찾으려는 경향이 발견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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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피하지방이 많게 태어나는 통통한 아기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인류는 그렇게 엄마 뱃속에서부터 치열하게 노력한다. 아가야, 애썼다

자식들 역시 살해당할 위험을 피하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야생의 동물들은 어미의 자궁에서 나온 후 거의 곧바로 홀로 활동이 가능한 반면, 인간 아기는 목도 가누지 못할 만큼 매우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 장기간 부모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큰 머리 때문인데, 직립보행으로 좁아진 어머니의 산도를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머리통이 작은 상태에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대부분의 포유류나 영장류와 달리 사람 아기는 굉장히 많은 피하지방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점이다.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지방을 축적한 상태로 태어나는 이유는 자기를 홍보하기 위함이라는 가설로 설명되는데,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을 통해 자신이 건강하며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부모의 선택을 받고 살해당할 위험을 피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통통한 아기들을 보면 귀엽다고 느끼는 것 역시 건강한 아이를 선별하기 위해 진화해 온 뇌의 생물학적 반응이다. 동물행동학의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서, 각인효과imprinting를 입증한 것으로 유명한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는 큰 머리와 튀어나온 이마, 큰 눈, 토실토실한 뺨, 짧은 팔다리, 서툰 몸놀림 등 아기들만의 전형적인 신체적 특징을 ‘아기 스키마baby schema‘라고 불렀으며, 미국의 인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 Sarah Blaffer Hrdy는 이렇게 귀엽다고 여겨지는 아기들의 시각적후각적, 청각적 신호가 마치 ‘감각적 덪sensory trap‘처럼 부모의 보살핌을유도한다고 설명했다.30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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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와 엄마는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싸움을 아빠는 부추긴다.

#인슐린 #임신성당뇨

이러한 부모-자식 갈등은 자식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표출된다. 태아는 산모로부터 최대한의 영양분을 받으려고 하고, 산모는 이미 태어나 있는 아이나 다음번 임신으로 태어날 아이의 잠재적 가치를 고려해태아에게 공급되는 자원을 조정하려고 한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혈액에 많아지면,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분비함으로써 혈당을세포로 유입시켜 에너지를 만들거나 영양분의 형태로 저장하게 한다.
임신 중에는 당연히 태아도 포도당을 필요로 하는데, 이때 태아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포도당을 빼앗아 오기 위해 어머니의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흥미롭게도, 인슐린과 닮은 형태의 IGF2라고 불리는 이 단백질은 ‘유전체 각인genomic imprinting‘이라는 기작에 의해 오직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염색체에서만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유전자가 태아에게 영양분을 더 달라고 어머니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뜻이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자신의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는 태아가 산모로부터 많은 영양분을 빼앗아 건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산모는 이에 대항해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해 자신의 세포들로 포도당을 유입시키려고 하고, 태아는 IGF2와 같은 물질을 더 분비해 어머니의 인슐린을 방해하려는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바로 임신성 당뇨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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