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누가 냉정해질 수 있을까. 온정신일 때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겠다. 허둥지둥하며 더 끔찍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18살에 중환자실을 경험했었다. 그때 중환자실에 간호사 누나들이 어린 나를 그렇게 예뻐했던 이유를 이제 알겠다. 아무 희망 없이 죽음을 준비하는 지난한 과정을 지켜보며 도와야 했던 그들에게 하루하루가 달라지며 중환자실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나는 그 희망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이뻤을 것 같다.

병원 중환자실은 일시적인 문제로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 의학적인 시술의 도움으로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대의료에서는 이런 원칙이 너무나 빈번히 깨져버린다. 누구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돌려보내지는 일이 발생한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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