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의원에서는 연명치료가 디폴트가 돼있다.

임종 과정에 있는지와 무관하게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달리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들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는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명백한 임종 과정에 있다고 판단되는 시기는 이미 환자의 정상적인 판단력 등이 소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온갖 이해관계에 얽힌 주변인들의 의사가 개입을 하고 그러다보면 병원에서는 가장 쉬운, 그냥 연명치료를 하는 길로 돌입하기 일쑤다. 현재 모든 의료기관의 디폴트 옵션은 연명치료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연명의료계획서를 받아야만 디폴트가 해제되는것이 현실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웰다잉에 왕도는 없다. 죽음이 항시 가까이 있는 삶의 과정이라는 인식과 다가올 죽음을 깊이 생각하고 준비하는 마음가짐만이 현대의료가 제공하는 임종 문화의 난맥상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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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기를 달면 생기는 일. 의사들은 가족에게 얘기해 주지 않는 일. 그러나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

아버지도 인공호흡기를 다시고 폐렴과 패혈증으로 돌아가셨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고통의 시간을 줄여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에서는 자발호흡을 어떤 형태로든 죽여놓지 않으면, 제정신으로는 버티기가 힘들다. 생각해보라. 자연스러운 호흡 리듬에 반하여 기계가 규칙적으로 그것도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압력으로 강제로 공기를 불어넣는 것이 어떻게 편할 수 있을까? 인공호흡기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결국 자발적인 호흡중추까지 마비되도록 진정제를 투여해서 환자를 깊은 무의식으로 떨어뜨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친구는 나의 거짓말에 조금은 안도한 듯했다. 그래, 네 말을 듣고 보니 호흡기를 달고 좀 지켜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다. 이런 경우 대개 호흡기를 달아도 며칠 안에 사망한다. 대부분의 가족이 바라는 ‘며칠간 호흡기를 달고 버티다가 회복하는‘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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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같은 건보 적자의 해법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의료 정상화라는 고지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길은 있다.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그런데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의사의 고유한 행위, 즉 환자 문진 과 진찰, 상담, 각종 시술과 수술 등과 첨단 기계 장비를 동원하는 검사 간에는 큰 격차가 있다. 의사의 고유 행위들 중에는 시간당 수가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들도 있다. 반면 검사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이윤이 보장된다. 제대로 코스트 시프트(cost shift, 수입을 이전해서 전체 수지를 맞추는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 한국 의료다. 일단 암을 진단받으면 PET-CT라는 고이윤 검사를 여러번 할 수 있다. 그리고 병원 경영진은 이런 고이윤 검사를 많이 한 의사들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이윤도 없는 양질의 진료(긴 진료 시간과 환자에게 하는 자세한 설명 등)를 하는 의사들에게는 불이익을 준다. 많은 병원들이 의사들의 수입을 순전히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에 연동해서 결정한다. 심지어 보직이나 승진 심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도 흔하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 내지 조장을 해왔다. 지금도 의료수가 협상을 할 때 진찰료에 대해서는 인상 절대 불가라는 경직되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소위 신의료 딱지를 붙이고 들어오는 가치도 알 수 없는 검사들의 수가를 만들어주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관대하다. 이런 현실을 알아야 큰 그림을 볼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세울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건강검진은 대형병원들이 코스트 시프트를 할 수 있는 창구로 작용해왔고 여기에 걸려든 것 중의하나가 갑상선암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높은 연봉, 인력 충원, 풍부한 진료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 의사 개개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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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죽음을 재촉하는 치료일 수도...

나는 CT촬영으로 방사선 폭탄을 투하할지를 다시 한번 보호자와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쉽게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CT촬영의방사선 피폭량은 자연 상태에서 노출되는 피폭량을 고려할 때 짧게는 3년, 조영제를 쓰는 경우 7년 동안 맞을 양을 한번에 맞는 것과 같다. 암 환자가 흔히 찍는 양전자방출 컴퓨터 단층촬영PET-CT은 8년 치를 한번에 맞는 수준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검사하다가 암에 걸릴 가능성은 잘 모르고, 조기 암 진단을 받을 수 있게 정밀 촬영을 해달라고 한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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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죽음의 길을 질병으로 보느냐의 문제.
임종의 치료행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본인인가 자식들인가 아니면 병원인가.

임종치료의 두갈래 길: 연명치료와 완화치료

오랫동안 임종의 경과를 지나온 노인에게 이런저런 검사를 실시하면 당연히 검사한 숫자만큼의 이상을 발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원으로 옮겨지는 즉시, 의료진은 기관지에 고인 분비물을 뽑기 위해 흡인기를 연결한다. 폐렴 소견이 발견되면 항생제 치료를 하고 산소포화도가 나쁘면 인공호흡기를 달 수도 있다. 전해질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곧장 정맥으로 수액 공급 치료가 들어가고, 신장기능이 나쁘면 투석을 하게 된다. 혈압이 낮으면 혈압을 높이기 위한 여러 약제를 동원한다.
완화의료를 선택하는 경우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앞에 기술한 일반적인 치료들이 죽음의 각 단계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모두 치료해야 하는 질환으로 보는 반면, 완화의료는 이 모든 증상을 죽음에 이르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통증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것을 최소화하는 치료를 목표로 한다.
흔히 완화의료라고 하면 환자를 포기하는 치료 정도로 폄하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큰 오해다. 환자를 전인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하는 완화의료의 경우 매뉴얼화되어 있는 일반적인 치료에 비해 훨씬 더 고도의 판단력과 기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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