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싶은 마음도 없죠‘

-<비와 당신>은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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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지도 않고 보고 싶지 않아도 좋을 그날이

그런 날이 오기를, 그렇게 지나가기를

바란 적이 있던가요.


그중에 이것 하나만이라도

당신이 나에게 내가 당신에게 소심하지 않고

서로 측은해 하지도 비웃지도 않기를 바랐던 거죠.

아, 그런데 배려라니

당신의 갑작스런 배려에 나는 그만 길을 잃어요.

배려는 갈 곳이 없고 갈 곳을 몰라요.

오해해도 좋으니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당신의 배려라면

멍하니 다가오는 흐린 하늘에 빗소리 가득한데

이젠 당신이 그립지도 보고싶지도 않아요.

드디어 그날인 거죠.

심심찮게도 그런 날이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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