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볼까 들어왔다가 그냥 가기는 뭣하고 아니 그냥 가기로 했건만 벌써 이러고있다. 버릇이 고약하게 들었다. 하긴 쏟아부은 물리적 시간을 생각해봐라. 그동안 나는 아무 것도 안한 게 맞다. 요즘의 나는 어쩌면 주름을 잡느라 여념이 없다. 미간을 펴서 잔주름을 처리하는 동시에 막강한 몇획의 주름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부친다. 대신 읽고 쓰는 일의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잘 된 일이다. 그동안 나는 가짜였다는 판정패를 인정하는 순간이다. 상쾌하다. 봄꽃들이 지고 있지만 난 지고 싶지 않다. 나에게 지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