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너머의 역사담론 1
오항녕 지음 / 너머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앞서 두 시간에 걸쳐 이 책의 리뷰를 썼지만, 차마 공개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 책의 리뷰 첫줄을 시작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냐마는, 어쨌든 상황이 요상하게 꼬여버렸다는 것. 차마 공개할 수 없게 된 이유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사공도 없는 배가 산으로 갔기 때문이다. 배가 산으로 갔다는 것은 명백한 패배다. 원래 의도했던 방향을 벗어난 글은 여러가지 이유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있을 것만 같았던 의도가 알고 봤더니 아예 없었거나, 있지도 않은 의식을 붙잡느라 힘을 너무 뺐거나, 그냥 불안 그 자체였거나.


100자평 몇 줄로 끝내기엔 아쉬워서 리뷰에 손을 댔건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혼자만의 길고 긴 분탕질로 끝나버린 저 차마 공개할 수 없는 리뷰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100자평 아닌 100자평으로 이제 이 책의 리뷰를 끝내야겠다.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에 일단 박수를 보내고, 책이 책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 있다면 어쩌면 이 책이 의도하고 꿈꾼 방식에(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차마 공개하지 못하는 리뷰에서 이미 다 썼기 때문에 당연히 말할 수 없다고 밖에는)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관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학습이 되어 있지만 학습은 학습일 뿐. 주체적 자아로서 어느 누구든, 지향해야 할 뚜렷한 세계관 없이는 글쎄 존중?  존중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해, 라고 걷어찰 수 있는 용기보다 우선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존중도 의미있는 것이 되려면(적어도 쓰레기 취급은 받지 않으려면) 먼저 알아서 해보는 것이다. 스스로는 적어도 쓰레기가 아니라고 자부했던 마음을 홀로 일으켜 세워 쓰레기 취급해보는 것. 그때 비로소 쓰레기가 안되는 방법을 조금을 알게 될 것이라고 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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