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미래. 불안정한 현재.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어도 절대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현실.

난 언제나 이렇게 당연한 얘기로 운을 뗀다. 화투장을 떼듯 운칠기삼의 정신으로 시작하는 나의 첫 문장은, 그래서 불쌍하다.

어떤 꽃놀이패를 쥐어줘도 소용없게 되는 운발이어도 내 불쌍한 첫 문장은 끄떡도 않는다. 누구는 글발이 좋고 누구는 약발이 좋고 누구는 사진발이 좋고 또 누구는 오줌발도 좋다는데 난 운발이 좋다.(아니 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모토를 벗삼아 눈물도 흔하디 흔하여라. 자주 울면 눈이 맑아져서 눈 건강에 좋다고, 어느 안과의사의 사돈에 팔촌에 삼촌에 팔촌씩이나 되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었던 나의 20대는 제법 영롱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하려면 여기서 좀 더 불쌍해져야 한다.

 

# 오늘 아이가 울었다. 나의 20대를 쏙 빼닮은 눈물이었다. 여친이 있고 연애의 비용을 부모로부터 타내야 하는 그의 현실이? 펑크난 학점이? 물론 난 그의 눈물을 이해한다. 건성으로라도 이해한다. 눈물에 농도가 있다면 그 역시 이유는 제각각일 테니까. 이렇게라도 이해하는 것이 나로선 맞다. 아이들은 반드시 내 뜻대로 자라주지 않는다. 이건 뭐 대단한 깨달음인가? 그럴리가. 자책하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우수회원이 될 자격이 충분한 나에게 주어진 유치한 수준의 깨달음? 그렇다고 해두자. 한마디로 나는, 뜻이 별로 없다. 그러니, 내 뜻대로 자라주지 않는다, 라는 말은 나에게 과분한 것이다. 분수를 모르고 지껄인 말이다. 편지봉투와 편지지를 내 손으로 직접 챙기지 못했지만, 지금 책상엔 이 모든 것들이 놓여있다. 아들의 눈물은 여기에 있다. 나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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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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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8-22 16:57   좋아요 1 | URL
제가 좀 가족타령(?)을 하긴 해요^^ 좋으면 좋아서 난리, 좀 힘들면 힘들다고 난리 ㅎㅎ
이러면서 시간은 가고 어느 시기가 되면 시집을 가네, 장가를 가네, 하면서 또 한바탕 울고 웃고 하겠죠. 아 인생이란 정말, 경탄스럽습니다..


2016-08-22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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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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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8-22 17:11   좋아요 1 | URL
남편이 저보다 세심하고 자상한 면이 있다보니, 애들이 아빠의 생각을 헤아릴 줄 안다는 것. 물론 저도 때론 납득 안될 만큼 고지식하게 가부장적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그걸 가지고 이해를 하네 마네 하면서 속을 후벼파지 않으려는 마음을 서로 알고있으니까, 얼핏 봐도 쇼윈도우 가족 행세(?)는 할 수 있는 정도지요^^
카페에서 공부하시다가 졸리면 난감하긴 하겠어요. 저 깉은 철면피족은 잠깐 엎드려 잘텐데ㅎㅎ

2016-08-22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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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8-22 17:14   좋아요 1 | URL
네 벌써 그럴 나이가 되었네요^^ 새우잡이 어선이나 집단수용소에 강제로 끌려가는 기분이 마구마구 밀려오나봐요. 입맛도 없다고 하고. 그렇죠. 건강하게 잘 다녀오기를 바래야죠. 감사합니다^^

2016-08-22 1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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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8-22 17:18   좋아요 1 | URL
우아, 디데이 18일이군요. 말씀대로 컨디션 관리 들어가셔야할 중요한 시기네요. 열대야 잘 이겨내시고 최대한 잠을 잘 참아서 시차조정 잘 하시길요^^

2016-08-22 1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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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4 0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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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6 0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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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8-26 10:49   좋아요 1 | URL
여기도 어제 밤에 아주 잠깐 내리다가 그쳤고 오늘 새벽에 다시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침까지 내렸어요. 좀전에 막 그쳤구요. 가뭄끝에 단비, 더위 끝에 단비, 이래저래 따블로 귀한 비가 내렸네요.^^

2016-08-27 2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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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8 1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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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8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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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8-28 14:01   좋아요 1 | URL
제가 뭐 치어리더는 아니지만 응원은 얼마든지요 ^^ 우리 모두 힘내서 잘해보자는 이런 덕담들이 별 거 아니긴 해도 결코 별 거 아닌 게 아니라는 것도요.(아 혀가 막 꼬이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