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각 제로의 상태를 몇시간째 유지할 수 있는 갑중의 갑. 바로 나. 덕분에 스트레스 제대로 풀었다고 셀프 위로를 하면서..

이에 여세를 몰아 한번 더 해보려 한다. 뭘? 내가 얼마나 상황파악을 못하고 사는지를.    

 

오전 11시 무렵인가. 갑작스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애써 작업한 사과박스를 홀딱 말아먹는 줄 알았다. 공판가가 거의 바닥을 치면서 회차회차마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난, 발 뻗고 잘 수 있는 멘탈이다. 매순간 일희일비하는 편인데 이럴 때는 참 예외인데 이는 내가 근본적으로 책임감이 상당히 결핍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나 스스로를 태연하고 무심한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이게 일종의 낙인이 되어 세상이 나에게 훅을 걸어올라치면 금세 방어적으로 돌변하는 이중적 태도를, 난 과연 잘 방어할 수 있을까.

 

자동차 검사 결과, 4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소음기(마후라?)부터 주차 브레이크, 앞바퀴 좌륜 브레이크, 뒷바퀴 우륜 브레이크를 몽땅 손봐야 한다니. 돈이 수십만원 깨지게 생겼다. 남편이 겪는 근심의 반의 반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어차피 들어가는 돈, 걱정한다고 안쓸 수 없는 돈,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자는 식의 참 쉬운 발상(?)이 그에게도 쉬운 일이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해 볼까. 아침 저녁으로 늘 함께 하는 우리의 두 발, 아니 네 발이예요.(트럭은 여덟 발이라고.. 설마 이러진 않겠지?) 치료가 불가피 하다지만, 이거야말로 행운이예요. 불가능한 치료가 아니고 불가피한 치료니까요.(설마 내가 이렇게 말할 리는 없겠지?ㅎㅎ)  

 

암튼,

 

7월도 이제 바이바이를 앞둔 마당에, 아직도 긴긴 여름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남아있다. 그래, 좋다. 의사가 찍은 엑스레이 소견상 오십견으로 판명이 났고, 난 또 치료비로 기십만원의 돈을 써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 쓸수 도 있다. 힘줄이 뜯겨나간 것도 아니고 뼈에 석회가 낀 것도 아니고 관절상태도 깨끗하다고 하니, 난 돈을 안쓰고도 내 어깨를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른쪽 팔을 귀에 바싹 붙이고 풋쳐핸썸(썹인가?)을 외치다보면 왼쪽 팔도 따라할 것이다. 수면 상태로 만들어놓고 의사가 강제로 힘줄을 찢은 후 2시간 진통 링거를 맞아야 한다니 듣던 중 놀라운 시술이긴 하나, 난 워낙 겁쟁이라 내 팔은 내가 고친다. 오른팔이 한 일을 왼팔이 알게 하는 나만의 시술법을 따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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